부부 진혼곡 + 단평 (한상렬) 부부 진혼곡 노정숙 요양원에 계신 시어머니의 당부는 집에 계시는 ‘아버님께 잘 해주지 말라’는 것이다. 기본만 대충 해드리라고 한다. 나쁜 것은 잊어버리고 좋은 기억을 떠올려 보라고 권해도 소용이 없다. 한때 아버님의 실체 모르는 바람이 어머니께는 요지부동의 상처가 되었다... 수필. 시 - 발표작 2016.11.29
겨울 채비 노정숙의 <바람, 바람> 12 겨울 채비 지나온 길 위에 떨어진 흔적을 보네 때로는 꽃보라로 때때로 풋이파리로 이따금 가시를 흩뿌리며 겨우 섰네 몸체보다 깊은 뿌리를 위해 땀과 눈물과 열정을 쏟아 부었지. 벌 나비 새는 정겨운 벗 살가운 훈기로 속살을 오르게 하고 강풍과 폭설은 .. 수필. 시 - 발표작 2016.11.29
피어라, 오늘 노정숙의 <바람, 바람>11 피어라, 오늘 70년을 사는 솔개는 40살 쯤 되면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 노쇠한 몸 그대로 죽을 날을 기다리든가 아니면 반년에 걸쳐 새 몸을 만드는 것이다. 산 정상에 올라 바위에 낡은 부리를 쪼아서 빠지게 한다. 서서히 새 부리가 돋아나면 그 부리로 무.. 수필. 시 - 발표작 2016.08.18
폐허 폐 허 노정숙 노동자 출신 작가 이인휘가 몸을 관통해서 쓴 소설『폐허를 보다』, 다섯 편의 중 ․ 단편이 모두 한 맥으로 흐른다. 80년대 노동자들의 권리를 찾기 위한 투쟁의 시간이 끝나지 않았다. 인간 해방, 노동 해방의 뜻을 품고 많은 목숨을 던졌지만 이들의 피의 값은 터무니없.. 수필. 시 - 발표작 2016.08.12
육체 탐구 육체 탐구 노정숙 아무도 모른다 오른손잡이라서 골병들게 일한 건 오른손인데 왼손이 칭얼댄다. 어르고 달래주어도 흥흥거리더니 아예 비명을 질러댄다. 매일 하는 노동을 운동이라 우기는 오른손, 슬몃슬몃 거들기만 하는 왼손, 세상은 처음부터 공평하지 않았다. 터널 내 병명이 ‘팔.. 수필. 시 - 발표작 2016.07.03
처사, 남명 처사, 남명 노정숙 선생님, 안녕하시지요. 선생님께서 자주 오르시던 지리산은 연두를 거두고 진진 초록으로 물들고 있습니다. 산길 군데군데 돌계단을 두어 걷기 좋은 둘레 길을 만들어서 연일 인파로 북적입니다. 지리산은 옆구리를 파헤쳤는데도 여전히 신령스러운 기운을 풍기고 있.. 수필. 시 - 발표작 2016.06.15
질주하는 여름 노정숙의 <바람, 바람> 질주하는 여름 비꽃 든다. 여린 몸 낱낱이 힘 모아 한여름 열기를 삭이고 정결한 결기를 품었다. 씻어 내리는 건 비의 본성 감탕밭에서도 맑은 것을 온몸으로 자아올린다. 오늘 내린 비가 어제 것을 씻는다. 거친 대지에 흠뻑 스미고 넘쳐흐른다. 물의 힘은 흐름.. 수필. 시 - 발표작 2016.05.18
촌감단상 - 애통하지 않다 애통하지 않다 노정숙 흰 국화꽃에 둘러싸인 사진 속 그의 눈은 여전히 선했다. 꽃무리 가운데에서도 활짝 웃지 못하고 있다. 직장 상사였던 그는 71세에 희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투병 중에 죽음을 준비해서인지 보내는 가족들 모습이 담담하다. 대가족의 장남으로 부모, 조부모까지 모.. 수필. 시 - 발표작 2016.05.07
그러려니 그러려니 노정숙 그의 새해 좌우명이라고 한다. 세상 돌아가는 것이 뭔가 못마땅하다는 자조가 서려있다. 곧 다가오는 노년의 처세로 적당하다고 맞장구를 쳤지만 부르르 끓는 그의 성격으로 봐서 좌우명을 제대로 지킬지 의심스럽다. 그는 어제 저녁에도 내 말을 끝까지 들어보지도 않.. 수필. 시 - 발표작 2016.04.27
날아라, 생명 노정숙의 <바람, 바람> 9 날아라, 생명 아랫녘 매화가 은은한 향으로 머리를 풀었다. 다문다문 여리게 핀 진달래 수줍은 품새 꽃바람 날리는 벚꽃이 깜빡 정신을 홀린다. 희고 붉은 송아리 철쭉은 질펀하게 뽀얀 목련은 우아한 자태로 분칠한 장미는 내놓고 요염을 떤다. 살짝 숨길수.. 수필. 시 - 발표작 2016.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