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무심히 노정숙 화원에서 남천을 데려왔다. 대나무풍으로 미끈한 일곱 가닥 줄기에 적당히 뻗은 이파리가 날렵하다. 동양화를 보는 듯, 한가로워 자주 눈길을 주었는데, 우리집에 온 후로 새로 난 잎이 넙데데하게 자란다. 크지 않은 분재 화분에서 마디게 자라는 성질을 잊어버린 듯하다. 튼실하게 자란 새잎이 원래 있던 잎과 부조화다. 누울 자리를 보고 발 뻗는다고 마구잡이로 자라도 자르거나 휠 줄 모르는 주인이란 걸 알았나 보다. 그 화분에는 빨간 버섯도 살다 가고, 화분 위로 살짝 나온 뿌리에 비로드 같은 이끼도 자란다. 어른 허리께 넘는 남천은 줄줄이 피는 하얀 꽃도 건너뛰고, 가을이 깊었는데도 단풍 들 기미도 없이 푸른 새순들만 올라온다. 움트는 연록 잎은 어린 새가 먹이를 향해 부리를 벌리는 모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