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시 - 발표작

<문학의오늘> 시 2편

칠부능선 2021. 6. 3. 08:36

 

지진

노정숙

 

 

밴프 국립공원에 사는 곰은

겨울잠을 자기 전에 나무 위에 올라

제 몸을 떨어뜨린다

, , ,

 

제 몸에 쌓인 지방층을 확인해야

겨울을 나는 회색곰

 

손자가 온 날

아래층에서 초인종을 누른다

삽시에 지진의 근원지가 되었다

 

제 몸에 쌓인 에너지를 발산해야

하루를 사는 아이들

 

우리집 위층에 사는 회색곰은

무얼 위해 제 몸을 떨어뜨리나

낮밤 없이 계절도 없이

지진이 나도록 쿵쿵쿵

 

 

 

 

 

가슴

노정숙

 

 

봉긋 솟아오른 봉오리

젖 대신 실리콘을 담고 있는

흔들리지 않는 어여쁜 용기

젖통을 과감히 포기해버린

저 황홀한 결단

 

걱정과 희망을 버무려

꾹꾹 눌러 담은

젖밖에 없어 젖을 다 내주고

늘어진 쭉정이 덴가슴으로 사는

이 황홀한 견딤

 

어쨌거나

모든 가슴은 위대하다

 

 

<문학의오늘> 2021 여름호 통권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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