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저녁에 문득, 시어골 친구에게 갔다. 마당에 심어놓은 갖가지 채소로 만든 셀러드, 그 위에 당귀꽃을 뿌렸다. 독특한 향에 먼저 취했다. 나를 위해 매콤하게 만들었단다. 약콩이 절반인 밥, 앙증맞은 모양새에 톡톡 터지는 것이 구수하기까지 하다. 러시아식 토마토 스튜는 처음엔 밍밍했는데 먹을수록 깊은 맛이 난다. 빗방울이 깃드는 한밤에 꽃들이 지천인 마당에서 먹은 저녁은 환상, 그 자체다. 마당 가운데는 키 큰 노란 백합이 그 진한 향으로 압도하고, 식탁 앞에는 꽃을 떨군 매발톱꽃이 씨앗주머니를 여물게 매달고 있다. 상추, 쑥갓, 샐러리, 고추, 호박, 토마토, 먹거리가 한켠에 있고, 납작 엎드린 아주가는 준비 자세다. 장미, 으아리, 산수국이 한창 이쁘다. 음전하게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제맘대로 밝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