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사람이랑 919

특별한 결혼식

1월에 두 번째 결혼식을 갔다. 지난 주에 이어. 1월에 가야할 결혼식이 다섯 번이다. 매주 토요일과 마지막 주는 금요일 오후까지. 누구처럼 멋진 결혼식(가족과 절친만 초대하는)을 치르리라는 계획을 세우기도 전에 우리 아들 딸들은 연애를 해서 부랴부랴 큰일을 치뤘다. 그래서 뜻하지 않게 상당한 빚쟁이가 되었다. 두 번 모두 청첩장을 50부 정도 보냈는데 손님은 거의 10배가 왔다. 2월에도 두 곳이다. 기쁜 마음으로 빚을 갚으러 다닌다. 오늘 결혼식은 특별했다. 주례 없이 신랑 아버지가 성혼선언문을 읽고, 한 말씀을 한다. 이어서 신부 아버지가 나와서 하객에게 인사하고 딸과 사위에게 당부의 말씀을 한다. 축가는 먼저 결혼한 신부의 동생 내외가 부른다. (신랑은 34세, 신부 33세다.) 연신 웃는 신부의..

상머슴의 노후

연금생활 3년차가 되었다. 남편의 공직생활을 돌이켜 보면 충분한 보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고맙고, 당연한 일이다40년 가까이 나라의 상머슴이었다.휴가는 물론, 가족여행 한 번 변변하게 가 본 적이 없다. 눈 먼 돈일지라도 챙겨 본 적도 물론, 없다. 주위 사람들이나 친구들의 '한 탕' 유혹에도 끄떡없이 버텼다. 정권이 바뀔때 마다 우수수 밀려 나가는 무리에서 꿋꿋하게 살아 남았다.'털어도 먼지 나지 않는 사람', 이건 내가 남편에게 붙여준 별명이다. 그래서 이 동네에서는 귀한 정년퇴직을 했다.어언 세월, 몸은 쇠하고 놀줄 모르는 사람이 되었다. 아니, 즐길줄 모르는 사람이라고 해야 하나.완전히 진기를 빼앗기고 허물만 남았다. 그동안의 긴장과 압박에서 풀려난 지 얼마되지 않았다.건강과 젊음, 열망과 헌..

졸지에 원망을 듣다

어린이 집 방학이라고 딸이 태경이 시경이를 데리고 와서 이번 주를 있다가 갔다. 나는 수요일, 목요일, 토요일 일이 있어 나가고. 추워서 아기들은 놀이터나 탄천에도 못 나가고... 말맛이 좋은 최승호 시인이 쓴 동시를 읽어주니 '시시'하단다. 녀석들도 벌써 시가 시시한 놀음이라는 걸 알아차리니 애고~~ 슬프다. 시야. 아기들은 컴에다 만화영화로 묶어두고. 티비에서 백두대간을 페러글라이딩으로 종주하는 세 사람을 봤다. 딸이 갑자기 하는 말, 엄마는 저렇게 위험한 것을 나한테 왜 허락했어. 뭔 소리야, 내가 하라고 했나. 지가 하겠다고 해서 허락을 한 것이지. 딸은 제가 딸을 낳았으면 공주처럼 곱게 키울 것이라나. 저런 험한 운동 안 시키고. 내 참. 너도 공주처럼 키웠지. 아니 날 험하게 키웠잖아. 그건 ..

안타까움,

오늘 합평 가는 날인데, 몸이 무겁다. 내일부터 새까만 스케줄을 펑크내지 않으려면 몸을 좀 아껴야 한다. 못 간다고 문자를 보냈다. 딱 그 타임에 어머니께서 안과를 가자고 하신다. 학교를 가려고 나서는 길이었다면 또 짜증이 나지 않았을까. 아, 오늘은 게으름 피울 날이 아닌가 보다. 그래도 순서가 제대로 되어서 마음이 느긋하다. 안과에서 2시간 가까이 정밀검사를 했는데 늘 하던 처방이 내려졌다. 백내장이 좀 더 진행은 되었지만 워낙 망막과 시신경이 나쁜 상태라서 수술을 권하지 못하겠단다. 수술 후 더 나빠질 수도 있단다. 카메라 렌즈에 이상은 깎아내고 깨끗히 하면 되는데, 어머니의 경우는 필름에 이상이 있는 것이라 회복 불가능이란다. 요즘 의사들은 참 친절하게 비유까지 들며가며 설명을 한다. 이제 반찬을..

송년의 밤

어제 한국산문 송년의 밤에 다녀왔다. 오랜만에 학교팀들과 여행팀을 반갑게 만나고, 1부 시상식과 2부 각 반별 장기자랑이 있었는데, 많이 웃었다. 이 모임 송년회때 마다 윤교수님 대동하는 바람에 1부만 끝나고 일어섰었다. 어제는 교수님이 못 가시고 우리 둘이 달랑 가는 바람에 공연 끝까지 보고 왔다. 우리도 중간쯤 일어나려고 했는데... 어찌나 재밌는지. 비오는 밤길 운전해 준 후배한테 감사 ^^* 테이블 네임텍 위에 명단을 붙이는 것도 좋은 방법인 듯. 넘의 행사에서 배울 점이 무엇인가 늘 두리번~~ 이거이 직업병? 존경하는 맹난자 선생님과 같은 테이블에 앉아서 건배도 하고. 반가운 최 샘도 만나고. 백남준의 유치원 친구인 이경희 선생님, 32년생이다. "아직도 글쓰세요?" 주위에서 이렇게 물으면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