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사람이랑 857

봄트림

오랜만에 친구네를 갔는데 입구에서 깜짝 놀랐다. 통화하면서 듣기는 했지만, 저렇게 건물이 들어설 줄은 몰랐다. 도로를 낼때는 안 나타나다가 어느날 저런 모양새로 척척 시야를 가리면 참 난감하다. 어쩌겠는가. 제 땅에 제 맘대로 짓는 것을. 에이........ 친구네 울타리 안은 봄준비로 웅성인다. 살살 내리는 비로 음침한 날씨지만 그 봄비 뿌리 깊이 스며들며 잎새를 쑥쑥 밀어올리고 있다. 저 생명의 기침소리.. 뒷마당의 이팝나무, 햇살 좋은 곳에서는 벌써 이팝꽃이 피었더구만, 이곳은 우리집보다 3,4도가 낮은 기온이라서 꽃피기가 더디다. 작년 가을에 심은 수선화다. 구근을 따로 거두지 않아도 그 자리에서 올라온 꽃이다. 아주 기특하다. 같은 수선화인데 얘는 아직 꽃대를 밀어올리지 못했다. 얘가 꽃 나처럼..

알딸딸

저녁에 '추노' 마지막 편을 보면서 냄편과 딸은 스타우트를 마시고, 나는 복분자에 꼬냑, 얼음을 타서... 홀짝홀짝 들이켰다. tv를 보면서는 무엇가 동시 행동을 해야할 것 같은 강박관이 있다. '아름다운 얼굴이 추천장이라면 아름다운 마음은 신용장이라고... ' 그누무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모든 예술의 추구하는 바라고 하지만, 슬며시 그것을 타파, 아니 부정해 보고싶은 객기가 들기도 한다. 역시. 알딸딸해서 해롱거리는 생각인지.

아들 둘, 딸 둘

물푸레 마을에 갔다. 이쁜 이름처럼 산이 가까이 있어서 공기가 달랐다. 아이 넷을 혼자 손으로 키우는 아들의 선배집이다. 연년생 아들을 데리고 어찌 살지 걱정이 태산인 딸이 보고싶어해서 함께 갔다. 집안 곳곳이 잘 정리되어 있고, 위로 아들 둘은 펄펄 뛰고 난리부르스다. 가운데 딸은 완전 공주, 양산에 하이힐을 쓰고 얌전히 패션쇼를 한다. 막내 13개월 되는 딸은 낯가림 중이라 엄마한테 착 달라붙어 있다. 거실 두 면을 차지하는 어린이 책들은 서평을 써서 상품으로 탄 것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아이들을 8시에 재우고, 새벽 6시 30분 기상시간까지가 엄마의 자유시간이란다. 첫아기 임신때부터 본 아기엄마는 여전히 예쁘고 씩씩하다. 전체적으로 몸무게가 불었지만 환한 웃음은 여전하다. 어쩌면 저렇게 성격이 밝을..

멋진 84세

조동민, 어제 모임에서 만난 새 얼굴이다. 이영자 교수님이 과분하게 소개해서 면구스러웠는데, 난 그분의 나이를 듣고 띵~ 했다. 84세, 정정하신 어른들을 많이 보기는 했지만 그렇게 멋스러운 분은 처음이다. 할머니라는 호칭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 외모와 분위기에 절로 머리를 조아리게 한다. 조지훈 시인의 여동생이라는 그 분, 조지훈 시와 자신의 시 낭송 끝부분에 맛만 보인 노래가 귓가에 아쉽다. 풍류가 사그러들지 않은 목소리는 그야말로 뭇사내의 가슴을 흔들었을 듯하다. 당당하고 멋진 노년의 모습을 보는 것은 희망이다. 아, 그러고 보니 우리 엄마가 세상을 떠난 나이다. 84세.

거짓말의 발명

영화를 봤다. , 모두가 진실만을 이야기하는 세상이다. 코카콜라 선전이 '당분이 많아서 비만의 원인이 될 수 있지만 많이 사먹길 바랍니다'란다. 펩시콜라 선전은 '코카콜라가 떨어졌을 때 이용해주세요'라니. 양로원의 문패는 '오갈데 없는 늙은이들을 위한 슬픈 곳'이다. 사기꾼이 없어서 좋기도 하지만, 거짓말이 없는 세상에는 타인에게 상처줄 때가 많다. 결근한다고 전화를 하면서 '너희들이 너무 보기 싫어서'다. 자신이 패패자라고 인정하며 사는 주인공 마크는 죽음을 무서워하는 어머니의 임종을 바라보며 말한다. 사후세계는 세상에서 가장 가고 싶은 곳이며, 사랑하는 사람들이 기다리는 곳, 고통도 없고 사랑과 행복만 가득한 곳이라고. 세상에서 처음 거짓말을 발명한 사람이 된다. 사후세계에 대한 이야기는 사람들에게 ..

산다는 것

딸의 시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일본에서 사위가 오고, 카나다에서 안사돈이 오고 있다. 지난 해 8월에 췌장암으로 한두 달 선고를 받았는데 6개월을 사신 것이다. 그 전까지는 펄펄하셨는데, 정말 노인의 기력은 믿을 게 못 되는가보다. 팔순이 넘었으니 할 일은 다 하신 것이지만, 이별은 애닯다. ... ... 오늘도 무사히 살아냈다. 내 몫의 시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