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사람이랑 848

정원

친구의 새로 지은 작업실에 나무 심는 날이다. 소나무 3 그루, 배롱나무 5 그루, 산수유나무 한 그루를 중심으로 수수꽃다리, 배나무, 감나무, 명자나무, 대추나무를 심고, 황철쭉, 철쭉 붉은색, 흰색, 무더기 무더기. 나무 팬스에 붙여 심은 사철나무, 그 사이에 드물게 심은 줄장미. 뒷뜰에는 진달래와 봄구절초, 이팝나무,.... 야생화 모판 2개를 화단 앞쪽에 심은 것으로 제법 정원의 폼이 갖추어졌다. 이번엔 넓은 마당의 3분의 2 이상을 보도블럭으로 깔았다. 지난번 작업실 흙마당 건사 때문에 땀 흘렸던 기억이 이번에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이다. 다행히 보도블럭도 설치예술(?) 중 하나다. 화가가 모눈종이에 색깔 정해서 모양대로 깔아놓았으니... 아, 축대 위 화단에 철쭉을 심고 그 뒤로 산국화 씨앗도 ..

바통터치

아이들 신혼여행 사진은 낙원에 다녀온 듯, 여름나라로 가서 낙하산 달고 하늘을 날고, 산소통 메고 물 속 고기들과 노닐고, 그림같은 돛단배를 타고 망망 대해를 누비고 바라보는 것만으로 내 마음도 둥둥 뜬다. 아이들이 집에서 하룻밤 자고 떠났다. 몸이 무겁다. 특히 눈이 무겁다. 이쯤에서 살짝 앓아주어야 하는데... 아이들이 떠나는 날 아침부터 아버님 표정이 심상치않다. 혈변이 나온다고 한다... 하루 경과를 보다가 응급실로 직행. 어머니에 이어 아버님이 바통터치를 했다. 입원해서 총점검에 들어갔다. 다행히 심각한 건 없단다. 아버님이 늘 하시던 말씀, "난 오늘 죽어도 여한이 없다" 어머니 말씀, "늙은이들 아픈 건 하나도 겁 안난다. 니들 아플까봐 겁나지." 히.........

병원살이 시작

어머니를 대학병원에 입원시키고 24시간 간병인을 두고 돌아서는 뒷통수가 땡겼다. 동서와 자주 들릴 것이지만 이제 우리도 나이가 나이인 만큼 병원 잠은 못 자겠다고 했다. 그러다 우리가 병 나면 큰일이 아니냐고... 어머니께 양해을 구했다. 처음엔 떨떠름한(?), 아니 불안한 표정을 지으시더니, 그러라고 하신다. 어제 동서네가 가고 오늘은 아들, 냄편과 함께 병원에 갔다. 어머니의 뽀얀 얼굴이 환하다. 간병인이 하는 말이 이 할머니를 바라보면 참 행복해진단다. 복 많은 할머니라며. 어머니도 너희들이 힘들게 하는 일을 이 아주머니는 힘 안 들이고 하는 것 같아 맘이 편하다고 하신다. 역시 전문가가 다르다고... 참 다행이다. 언제까지가 될지는 모르지만 병원 생활도 괜찮을 듯 싶다. 어머니~ 중병이 걸려서 온..

속수무책

고 엄살을 부리며 시작하니 한결 가볍다. 사실 난 아직 죽을만큼 힘들진 않으니까. 자존심 짱짱, 꼿꼿하던 어머니가 완전 아기가 되어버렸으니... 매일 어머니께 두 가지 선택권을 드린다. 밥 드시겠어요. 죽 드시겠어요. 곰국이요. 미역국이요. 전복죽이요. 콩나물죽이요. 여전히 묻는다. (사실 언제부터인가 거의 형식적인 물음이긴 했지만...) 참 슬프다. 인간이 이리도 나약한 존재라는 것이. 정신이 맑으면서 몸을 마음대로 부릴 수 없는 속수무책이, 그 속수무책이 표현할 수 없이 참담하다. 그 참담함이 슬프고 슬프다.

난 죽었다

금요일 아침, 어머니가 거동이 없으시다. 아버님 얼굴이 하야져서 어젯밤에 겨우 부축해서 화장실을 다녀오셨다고 한다. 어머니가 어지럽다며 못 일어나시겠단다. 다리에 힘이 없다. 중심이 안 잡힌다. 다니던 병원에 부탁해서 간호사가 와서 링거를 맞혀드렸다. 우선 기운을 차려서 병원을 가려고... 토요일, 냄편과 함께 양쪽에서 부축해서 용하다는 이비인후과에 갔다. 신경과 내과, 외과에서 별 이상이 없다하고, 달팽이관 이상으로 어지럼증이 올 수도 있다고 하니까. 이곳에서는 검사 자체가 부정확하단다. 의사의 지시를 제대로 따를 수가 없으니. 일요일 집에서 쉬고, 어제, 오늘은 아버님과 함께 양쪽에서 부축해서 용하다는 한의원을 다녀왔다. 초진을 3개월 기다려야 한다는데, 몇 다리 걸쳐 겨우 예약을 하고 5시 40분에..

'문학은 나의 방부제'

에세이플러스 송년모임에 소설가 박범신을 초대했다. 강연 주제가 이었다. 작가로 향기롭게 살아남는 법. ㅋㅋ 멋진 말이다. 그러나 작가라는 직업이 '성질 더러운 년'과 37년동안 산 느낌이라면서 우찌... 향기로울 수 있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원하는 정상이 아닌, 나만의 정상을 향해 오르는 알파인스타일의 사람. 자본주의, 고정관념, 편견에 빠지지 않고 자신을 지키는 사람. 언제나 뜨겁거나 차가워질 수 있는 사람. 끊임없이 독자에게 작업 걸고 있는 사람. 자유로움이 많은 삶이었다고 자부하는 사람. 그리하여 문학이 자신의 삶에 방부제가 되는 사람. 강의가 끝난 후 뭔가 희망적인 느낌이 온 건 다행이다. 향기를 풍길 수 있으려나. 언감생심 꿈도 꾸게 되네. Porcupine Tree - How Is You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