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의 결혼식이 끝나고 후배가 낙엽 밟으러 가자한다. 후배가 자주 오는 곳이라고 한다. 자작나무가 구차하게 서있다. 북구에서 숲으로 보던 나무라서 이렇게 몇 그루 서 있는 것을 보면 영 안쓰럽다. 저 벗은 몸도 추워보이고. 내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무덤의 모습이다. 아무런 치장 없는, 저 둥근 선이 엄마의 젖무덤 같다. 그 위에 살픈 얹힌 단풍이 그만이다. 올려다본 단풍은 가을내를 물씬 풍긴다. 아주 좋은 자리에 널찍하게 자리 잡은 묘지 앞에 붙여진 팻말이다. 자손이 외국으로 갔거나... 관리가 되지 않은 호화분묘(?) 앞에서 많은 생각이 오고간다. 나는 내게 침 뱉을 무덤은 남기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난 이미 갈 자리가 정해 있으니까. 무덤을 둘러싼 잔디 뒤로 늘푸른나무가 생경스럽다. 제각각의 색으로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