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책이랑 599

호밀밭의 파수꾼 / J.D. 샐린저

데이비드 제롬 샐린저 1919년생 ~ 이렇게 쓴 저자소개의 책이다. 1994년 초판, 정가 3,500원. 누렇게 바랜 책이다. 장석주 교재 중 - '세상을 등진 은둔 작가의 상상력' 자료라서 찾아 읽었다. ​ 아들을 강하게 키우고 싶은 아버지는 적성에 맞지 않는 학교를 보내 괴로운 학창시절을 보냈다. 결국 낙제를 하고 퇴학을 당한다. 그런 모든 경험이 그의 글에 녹아나온다. 샐린저는 30대에 유명해져버렸다. 1960년대 중반, 샐린저의 공식적인 삶을 끝냈다. 흔들림없이 비밀에 감싸인 채 은둔 생활을 이어가다가 2010년 1월 27일, 사망한다. 그 사이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다. ​ ​ '호밀밭의 파수꾼'을 꿈꾸는 16세 반항적이며 시니컬한 호든의 이야기는 내내 어이없는 웃음이 난다. 덩치가 크고 앞머리가..

놀자, 책이랑 2022.11.13

케렌시아는 어디일까 / 문육자

문육자 선생님의 새 수필집이다. 여덟 권 째다. 읽기도 전에 숙연해지는 이 마음은 무엇인가. ​ … 아파하며 글을 쓰는 것도 사치라고 했다. 다 내려놓으면 무에 그리 서럽고 안타깝고 허망하겠느냐는 전갈에 손뼉을 쳤다. 모두 돌아앉아 있었다. 낯선 얼굴이었다. 저마다 바쁘게 걸어갈 궁리를 하고 있었다. 뱃속이 웃음을 품는 일은 없을까. 수많은 언어를 가져다주던 바다는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밤마다 꿈을 꾸었다. 스스로를 하찮다고 홀대한 순간을 매질했다. 보이지 않지만 열심히 땅속을 걷고 있는 나무들을 응원하고 있지 않은가. 이젠 하늘로 뻗어갈 그들의 기개가 구름장을 찌를 때까지 그 곁에서 서툴게 캐낸 언어를 제련하기로 한다. 그리고 고향 바다를 부르기로 한다. 바다 저편에서 꼬물거리다가는 훌쩍 치솟아 성큼..

놀자, 책이랑 2022.11.13

서행구간에 들어왔습니다 / 주안 외 7명

퇴촌 동네책방 팀의 첫 동인지가 나왔다. 지난 여름에 만난 여덟명의 모습과 사연이 눈에 선하다. 글을 읽으며 울고, 들으며 울었던 진한 감동의 시간이었다. ​ 경기콘텐츠진흥원 '글쓰기창작소' 사업의 지원을 받아 만들었다니 더욱 장하다. 주안 쥔장님은 계간현대수필 가을호로 등단한 열혈 작가다. 동네에 이렇게 따뜻한 만남이 있다는 건 축복이다. 나를 풀어놓고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어나가는 모습이 훤히 그려진다. 거듭 박수를 보낸다. ​ ​ 서행을 마친 이들의 마음을 본다. ​ 주안 - 어느 날 삶의 속도와 방향을 잃고 서행구간에 들어 온 사람들, 우리의 인연이 소중한 것은 나 역시 그 서늘한 시간을 건너 온 까닭이다. 시간과 마음을 헐어 쫒아가던 것에서 자유하고 싶었고, 세상이 만든 속도에서 내려오고 싶었..

놀자, 책이랑 2022.11.05

모든 그림자에는 상처가 있다 / 최연숙

11시에 우리집에서 심샘과 혜민씨와 버스로 인사동에 갔다. ​ 혜민씨는 일찌감치 친정 오듯이 바리바리 싸들고 왔다. 호박, 사과, 꽃차, 아로니아 ... 좋은 소식이 있어서 참 좋다. 기쁜 결실로 이어지길 빈다. ​ ​ 최연숙 시인의 새 시집 출판기념 모임이 인사동 산유화에서 있었다. 시인회의 식구들이 모였다. 여전히 맹렬한 에너지가 느껴지는 최시인의 웃음소리가 귀에 가득하다. 시와 함께 밝고 환하게 오래 행복하길... ​ ​ ​ ​ ​ ​ ​ 시인회의 이 팀의 오래 전 사진을 누가 톡으로 올렸다. 아마도 15년은 된 듯한 사진. 저 때는 모두 젊었네. 그래도 나는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 ​ ​ 작가의 말 지상에는 풀벌레의 가을哥 천상에는 은하수의 별똥雨 허공이 만지는 밤의 등骨 퍼낼수록 갈증이..

놀자, 책이랑 2022.10.30

인간 철학 • 수필 / 철수회 4집

"이번 제 4집의 공동 주제는 '아름다움'이다. 진리는 왜 아름다운가, 아름다움의 본질은 무엇인가, 아름다움은 어디서 오는가?" 맹난자 선생님이 쓴 서두부터 자세를 바로 세운다. '아름다움보다 진리를 더 사모하는 예술가는 아직 예술의 지성소에 이르지 못한 자' 라고 주장한 오스카 와일드를 만나고 니체와 성서, 보르헤스, 노자, 공자와 데미안... 덕분에 많은 철학자를 만났다. 노작勞作을 공부 모드로 주욱 읽었다. 감사하며. ​ ​ * 중세에는 종교적 가치가 다른 가치들을 너무 압도하여 그 시대를 역사가들은 '암흑시대'라고 부르기도 했다. 현대는 과학주의와 쾌락주의가 너무 팽배하여 또 하나의 암흑시대를 연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시대를 계몽하기 위해서는 각자가 자의식을 지니고 가치의 균형을 회복해야 한..

놀자, 책이랑 2022.10.21

부끄러움 / 아니 에르노

짧은 소설에 작품 소개가 먼저 나온다. 나 자신의 인류학자가 된다는 것 - 아니 에르노의 글쓰기와 어떤 '부끄러움' - 신수정 소설 뒤에는 옮긴이의 해설도 있다. 여자들의 조건과 사회적 세계의 구조에 대한 돌이킬수 없는 의식화 - 이재룡 그리 난해한 글도 아닌데... 2003년 이 제정된 것을 보면 이렇게 체험으로 쓴 소설이 주목받고, 아니 에르노라는 장르가 된 것이다. 체험을 기본으로 하지 않는 문학이 어디 있으랴만은 수필의 강점이 체험이 아닌가. 수필가들이 자긍심을 좀더 가져야 할 것 같다. 어디까지 솔직하게 토로하느냐가 관건이긴 하다. " 6월 어느 일요일 정오가 지났을 무렵, 아버지는 어머니를 죽이려고 했다." 로 시작하는 12살 때의 기억이다. 아빠가 '불행을 벌어놓은 것이야' ('불행을 벌다'..

놀자, 책이랑 2022.10.18

단순한 열정 / 아니 에르노

1940년 프랑스 노르망디의 소도시에서 태어났다. '직접 체험하지 않은 허구를 쓴 적은 한 번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자신의 작품세계를 말한다. 1991년 발표한 은 러시아 외교관인 연하의 유부남 A와 사랑을 다룬다. 사랑이라기보다 오직 내 관점에서 피력한 기다림과 조바심의 기록이다.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내가 아니라는, 그래서 그때의 나를 객관화시켰다. ​ 치명적인 열정을 진단한 아니 에르노의 대표작 - '사적인 기억의 근원과 소외, 집단적 억압을 용기와 임상적 예리함을 통해 탐구한 작가' - 노벨문학상 선정 이유 ​ 이 책을 읽고 깊은 인상을 받아, 그의 애인이 된 그녀보다 33세 연하인 필립 빌랭이라는 청년이 그녀와의 5년간의 사랑을 의 문체까지 거의 그대로 옮겨 이라는 소설을 발표했다. (..

놀자, 책이랑 2022.10.18

모비딕 / 허먼 멜빌

허먼 멜빌은 1819년 8월 1일 뉴욕에서 유복한 상인의 8남매 중 셋째로 태어났다. 12살에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하고 정신착란으로 죽는다. 소년 멜빌은 학교를 중퇴하고 19세 때 화물선의 급사가 되어 대서양을 왕복한다. 21세 때 포경선의 일반선원으로 고용되어 남태평양의 방랑자로 보낸다. 그 중 22세에 포경선을 탈출 식인종 섬 주민들에게 손님 대접을 받는 경험을 한다. 이런 경험으로 첫 작품 의 성공으로 가족을 부양한다. 은 1850년, 멜빌이 31세 때 쓴 여섯 번째 작품이다. 세 번째 작품 부터 대중의 호응을 얻지 못한다. ... 40세 이후 멜빌은 펜을 꺾고 세관에 취직해 검사원으로 일당을 받는 날품팔이가 된다. 가끔 쓴 장시집 을 57세에 자비 출판한다. 66세까지 세관 일을 계속했고 72세에..

놀자, 책이랑 2022.10.03

나태주 육필시화집

염 선생이 건네준 책이다. 나태주 시인의 맑은 영혼이 새겨있다. 동심을 유지하는 건 큰 복이다. 내 감성이 얼마나 딱딱해져 있는지를 확인한 시간이다. 말랑말랑해지고 싶다. 간질간질한 마음을 살려내고 싶은 가을이다. ​ ​ ​ ​ 멀리서 빈다 나태주 ​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 너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 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 쉬고 있는 나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 ​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 ​ ​ ​ ​ 11월 나태주 ​ 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많이 와 버렸고 버리기에는 차마 아까운 시간입니다 ​ 어디선가 서리 맞은 어린 장미 한 송이 피를 문 입술로 이쪽을 보고 있을 ..

놀자, 책이랑 2022.09.24

잡문집 / 무라카미 하루키

오랜만에 하루키 책을 주문했다. 한때 열렬하게 읽었는데. 하루키 책은 모두 아들이 가져가서 집에 한 권도 없다. 그동안 여기저기서 청탁받고 쓴 글인데 책으로 묶을 때 빠진 글을 모았다. 그야말로 잡문이다. 책에 쓴 서문, 수상소감, 넘에게 써준 감상평, 넘의 그림전시 써준 글 등 참으로 다양하다. 싱겁기는 해도 아주 인간적이다. 그야말로 설렁설렁 읽으며 민낯의 하루키를 만난다. 인기작가, 대가?의 글은 버릴 게 없다. 다~~ 돈이 된다는 얘기다. (박완서 선생 딸이 한 말이 떠오른다. 엄마는 돈 안되는 글은 안 쓴다고. 자식들한테 편지를 안 썼다는 이야기다.) 이 책도 2011년 11월 1쇄, 2022년 17쇄다. 여전히 많이 팔리고 있다. 하루키의 책은 세계 44개국에 번역되었고, 그는 본업은 소설을 ..

놀자, 책이랑 2022.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