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책이랑 599

The 수필 2023 빛나는 수필가 60

다섯 번째 이 나왔다. 5년이 금세 지난 듯, 나름 의미있는 직업이었다. 선정된 작가들이 자신의 프로필에 선정 사실을 올리는 걸 보면 감사하고 흐뭇하다. 선정위원 8명의 취향과 안목이 모두 다르지만, 선명하고 공정한 방법으로 접점을 잡은 결과다. 60편 작품이 한 해의 최고의 작품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최선의 작품이라고 내놓는다. 이 빛나는 수필이 널리 많이 읽기길 바란다. ​ ​ ​ 출판사 제공 책소개 독자의 시각과 취향 모두 만족시킬 예술성과 문학성 탁월한 60편의 시선 ​ 2023년 수필문단에서 주목해야 할 빛나는 수필가들의 수필 60편을 만날 수 있는 『The 수필, 2023 빛나는 수필가 60』이 출간되었다. 『The 수필, 2023 빛나는 수필가 60』은 지난 일 년 동안 여덟 명의 선정위..

놀자, 책이랑 2022.12.22

겨울호 숙제

각 잡지의 겨울호를 아직 다 못 읽었다. 아직 안 온 잡지도 몇 있다. 이번 현대수필 겨울호도 출판사 실수로 일주일 이상이 늦어졌다. 지난 주에 독촉 문자와 전화도 받았다. 잡지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건 반가운 일이다. ​ 많은 잡지들이 나름 고군부투하고 있다. 예전에는 왜 그럴까, 이해를 못했는데... 세월은 힘이 세다. ​ ​ ​ 수필이 넘어야 할 문턱 신재기 .... 문학이고자 욕망하지 않을 때 수필의 본질이 선명해진다. 수필은 문학이기 전에 글쓰기다. 독자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 굳이 문학적 전략을 동원할 필요는 없다. 글쓰기는 글 쓰는 사람의 존재를 확인하는 작업이다. 현실의 어떠한 구속에도 굴하지 않고 내 존재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가 글쓰기다 이에 오늘의 수필은 관행적 격식을 해체하고 문학에..

놀자, 책이랑 2022.12.16

하늘 꽃 피다 / 노갑선

노갑선 작가는 일면식 없는데 오래 알고 지낸 분 같은 느낌이다. 주위에 좋은 분들이 등장하는데 나도 아는 사람이 많다. 덩달아 마음이 푸근해진다. 맘씨, 솜씨, 맵시 모두 곱고 여물듯한 작가에게 박수보낸다. ​ ​ ​ '우리의 전통문화와 오감을 깨우는 차를 가까이 하며 멋과 맛에 흠뻑 젖었습니다. 아름다운 전통문화를 재조명하고,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글로 남겼습니다. 나의 수필나무에 수 번째 꽃등을 답니다. 힘든 시기를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은은한 향을 전하고 고운 빛깔로 주변을 밝히면 좋겠습니다. 퇴직후 사진작가로 활동하는 남편의 작품을 표지와 본문에 실어 잠시 쉬어가는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 - '작가의 말' 중에서 ​ ​ * 앙증스런 깽깽이풀꽃에 눈길을 보낸다. '안심하세요'라는 꽃말이 ..

놀자, 책이랑 2022.12.15

미용실 잡지

두어 달에 한 번 가는 미용실이다. 펌을 하는 동안 잡지를 훝었다. 그 옛날에 두툼한 '여성시대' '우먼센스'이런 잡지들의 판형이 날렵하게 바뀌었다. 여전히 그림으로 봐야하는 패션과 미용 정보가 주를 이루지만 그 중 눈에 들어오는 반가운 기사를 만났다. ​ ​ ​ 이런 잡지에서 신형철을 소개하는 시대가 된 거다. 를 소개하면서 그의 근항을 전한다. 빙긋 웃음이 나온다. ​ ​ ​ 이런 읽을만한 기사도 반갑다. ​ ​ ​ 행동하는 MZ세대의 소식에 희망을 품어본다. 펌을 하고 기다리는 두 시간이 금세 지나갔다. 휴대폰을 깊이 넣어두길 잘했다. ​ ​ ​ 나를 담당한 29살 현우 선생은 지난 번부터 정장을 한다. 흰 드레스셔츠에 검정 정장이 잘 어울렸다. 프로의 자세라고 칭찬해주었는데, 오늘은 회색 잔체크 ..

놀자, 책이랑 2022.12.13

불경스러운 언어 / 이은희

반가운 이름들을 만났다. 이덕무, 유득공, 이태준, 정민, 이옥, 김려, 심노승... 불경스러운 문장을 남긴 어른들이다. 우리는 그 불경스러운 문장을 기꺼이 품고 뜨거워진다. 목차만 봐도 반갑다. '기갈이 들린 사람처럼' 고전을 찾아 읽었다니 기대된다. ​ 목차를 앞에 두고 따악, 87세 고모부님의 필사본이라니, 어찌 감동하지 않겠는가. 감동을 넘어 눈물이 날 것 같다. 이은희 작가의 남다른 자부심과 긍지의 연원을 엿본다. ​ ​ ​ * 차를 매개로 선인의 견고한 인연이 아름답다. 추사와 초의는 경전의 말씀대로 '땅과 같은 벗'이다. 참으로 '곡식과 재물을 나누어주고 보호하여 은혜가 두터워지고 박함이 없는 벗'이다. 인공지능이 휘젓는 세상이 도래해도 인간의 순수한 마음을 따라가진 못한다. 차는 소통과 공..

놀자, 책이랑 2022.12.02

인생의 역사 / 신형철

신형철 신간 알림을 보고 바로 주문했는데... 오래 읽었다. 이십수 년 동안 문학을 공부하면서도 자신감을 잃고 주눅이 들 때마다 '시는 나를 사랑한다. 시가 나를 사랑한다' 고 최면을 걸듯이 속으로 말했다고 한다. 지금 내게도 이런 세뇌가 필요하다. 그럼, 그럼 ~ '시를 겪는다' 그래서 시인인 거다. ​ ​ "내가 조금은 단호하게 말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시를 읽는 일에는 이론의 넓이보다 경험의 깊이가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어떤 일을 겪으면서, 알던 시도 다시 겪는다. 그랬던 시들 중 일부를 여기 모를 수 있어서 감사하다. 이 책의 가장 심오한 페이지들에는 내 문장이 아니라 시만 적혀 있을 것이다. 동서고금에서 산발적으로 쓰인, 인생 그 자체의 역사가 여기에 있다. " - 책머리글 중에서 ​..

놀자, 책이랑 2022.11.28

빛나는 말들 / 김미원

김미원 선생이 그동안 한 인터뷰 글을 모아 를 묶었다. 후에 이 된 월간지- 창간호부터 정기구독을 했으니, 다 만났던 글인데도 새롭고 반갑다. 김미원 선생은 오래 전, 인도기행을 함께 갔었다. 다감하면서도 조용한 카리스마로 전체를 편안하게 이끌었다. 그때 호감이 시작되었다. ​ 나는 읽던 책을 미루고 푹 빠져서 읽었다. 첫 인터뷰가 나온 잡지 2006년 7월호, 기억이 선명하다. 장사익 인터뷰가 특히 좋았다. 그 후 연말모임에서 장사익과 같은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고, 바로 곁에서 노래도 두세 곡 감탄하면서 들었다. 마지막이 2022년 9월호 김사인 시인이다. 한참 전, 세 번째 시집 QR로 어눌한 시인의 육성을 들었다. 과작에 수줍은 인상의 김사인 시인, 그냥 수줍은 게 아니다. 곧은 정신의 뼈가 하얗게..

놀자, 책이랑 2022.11.27

메타에세이 / 박양근

문학 오디세이를 위한 는 박양근 선생님 최근작이다. 오래 탐구하고 연마한 내용을 앉아서 편하게 받아 모신다. 변함없는 수필 사랑 충만하신 모습에 경의를 보낸다. 자주 끄덕거리며, 반가운 이름들을 만난다. 일면식 없이 나 홀로 좋아하던 작가와 철학자들을 만나 또 혼자 들뜨기도 한다. 오랜만에 푹 빠져 읽으며 자세를 바로 잡는다. *프롤로그 나, 그대, 우리는 글을 쓴다. 작가로서 살기 위하여 사람은 태어나면서 작가다. 그는 세상이 들어온 느낌을 울음으로 표현하다. 내가 누구인가를 알리는 방법과 공간을 지니기 시작한다. 한해 한해가 지나면서 표정과 손짓과 발짓으로 기쁨과 슬픔을 말한다. 더욱 성숙하면 말을 배우고 글이 자신의 표현방식임을 알아차린다. 청춘의 아픔과 어른으로 살아가야 하는 시련을 치유하는 방법..

놀자, 책이랑 2022.11.17

나비야 나비야 / 강여울

강여울 선생은 아주 오래 전, 대구 문학행사에서 얼굴을 본 적이 있다. 글이 좋아서 이름을 알고 있었는데, 아주 갸날픈 몸매에 수줍은 모습, 눈빛이 따듯했다. ​ '묵은글이라 부끄럽지만 책갈피에서 떠오른 추억처럼 잠깐 미소지을수 있기를...' ​ 다정한 저자 사인에 가볍게 책을 펼쳤다. 웬걸.. 바로 마음이 무거워졌다. 1963년생, 나보다 한참 아래 연배인데 어찌 이렇게 살아냈는가. 장하다. 첫 작품 은 치매 시아버지의 눈길을 따라간다. 외로운 시어머니의 마음을 훤히 뚫고 있다. 삶에 천착해서 풀어내는 게 수필이지만, 보이고 싶은 것, 말하고 싶은 것에 머무는 게 또 수필이 아닌가. 경계를 넘어선 진솔함에 자주 울컥거리렸다. 아니 경이로움으로 고개를 숙인다. 오랜 '매듭'을 지었으니, 앞으로 가볍게 즐..

놀자, 책이랑 2022.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