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책이랑 598

헤르만 헤세 시집 / 헤르만 헤세 시. 그림

싱거웠던 헤세 시집을 다시 잡으며 그의 생애를 살펴보았다. 유복한 선교사 가정에서 태어나 온갖 악동짓을 하면서 유년을 보내고, 비상한 두뇌로 바젤의 명문신학대학에 다녔지만 규율을 견디지 못하고 중도 포기한다. 서점 점원일을 하며 스물한 살에 시를 써서 자비 출판을 한다. 칼프에서 태어났으나 스위스, 바젤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스위스 국적을 얻는다. 맹렬하게 반전 운동을 하다가 독일에서 배척당하고 스위스에서 을 출간하고 성공한다. 1962년 사망 후에 미국에서 헤세 붐이 일어난다. 평화가 시급한 일본에서는 50년대에 헤세 붐이 일었다. 이후 평화주의자의 뜻이 시대의 뜻이 된 것이다. 조국에서 배신자로 몰리고 외로운 처지에 알프스가 바라보이는 전원 생활이 시로 풀어나온다. 어린 시절 부터 '시인이 아니라면..

놀자, 책이랑 2023.03.30

유리알 유희 / 헤르만 헤세

헤세의 구도의 길은 멀고 아득하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오려고 몸부림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이다.” 『데미안』의 구절을 암송하던 시기를 지나왔다. 『수레바퀴 아래서』, 『인도에서』 몇몇 작품을 어정거리고, 『싯다르타』에 푹 빠지기도 했다. 헤세의 책을 몇 권 못 읽었지만, 그는 참으로 반듯하고 착하다. 반항의 키워드, 카뮈를 읽은 후라서 더욱 그런 생각이 드는 지도 모르지만 .. . 그의 작품에는 에밀 싱클레어와 데미안, 싯다르타와 고타마, 골드문트와 나르치스 같이 상반된듯하지만,결국 하나로 모아지는 구도자의 모습들이 등장한다. 스승과 제자, 아버지와 아들, 친구관계도 서로 어우러져 윤회의 고리를 떠올리게 한..

놀자, 책이랑 2023.03.23

눈동자와 입술 / 임헌영

범우문고판이다. 내 큰 손에 딱 잡히는 앙증스러운 판형이다. 선생님 뵌듯 반갑게 읽었다. 이미 읽은 작품도, 오래 전에 들은 이야기도 모두 새롭다. 임헌영 선생님 강의 때 자주 터지는 웃음을 만났다. 분명 활짝 웃었는데 뭔가 뒷끝이 있다. 골계수필을 떠올렸다. ​ ​ * 이 책을 읽는 분에게 모파상은 문학에 매달려 "나를 위로해 주오. 나를 즐겁게 해 주오. 나를 슬프게 해 주오. 나를 감동시켜 주오. 나를 꿈꾸게 해 주오. 나를 웃게 해 주오. 나를 두렵게 해 주오. 나로 하여금 눈물을 흘리게 해주오. 나를 사색하게 해주오"라고 애원하다. 그러려면 누구나 푸근하게 쉬어가고 싶을 정도로 인간미가 넉넉하거나, 입심에 재기 넘치는 감수성까지 갖춰야 하건만 나라는 인간은 그저 무덤덤한 게 영 밥맛이니 글쟁이로..

놀자, 책이랑 2023.03.21

<춤> 창간 47주년

(237) 현대무용가 이정희 제40회 서울무용제 개막 초청작 인터뷰 - YouTube ​ 현대무용가 이정희 선생님이 수필반에 오셨다. 자료를 보니 내 20대에 무대 공연도 보고, 거리 공연도 봤다. 멋진 분이다. 지금도 그때도. 수필반에서 내가 배울 선생님이 또 늘었다. ​ ​ 80년도 뉴욕에서 이런 포스터라니... 광목과 청바지를 뒤집어서 직접 만든 옷이라고 한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뉴욕 소호거리의 단독 공연이다. 놀랍고 멋지다. ​ ​ 편집이 크게 바뀌지 않았고, 읽을 거리도 많다. ​ ​ ​ ​ ​ 2월호, 이정희 선생님 대담에 밑줄을 친다. 글쓰기는 물론 모든 예술에 해당되는 말이다. ​ ​ * 나는 현대무용의 핵심을 '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정신이란 ..

놀자, 책이랑 2023.03.20

최초의 인간 / 알베르 카뮈

카뮈는 죽기 전에 '가장 허망한 죽음은 교통사고'라는 말을 했다. 그가 말한대로 그는 허망하게 세상을 떠났다. 1960년 교통사고 현장에 있었던 초교를 부인 프랑신 카뮈가 타이핑해서 알렸을때는 출간 불가하다고 했다. 떠난지 34년만에 초교에 불과하다던 유작, 이 간행되었다. 그의 딸 카트린 카뮈의 지극한 몰두와 열정의 결과다. 낯선 거리 비오는 밤에 태어난 사내 아이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그가 마흔 살이 되어 자신이 한 살때 돌아가신 어버지의 묘지를 찾으며 지나온 시간을 회상한다. 나는 이 소설이 카뮈의 자서전으로 읽힌다. 부록으로 카뮈의 조각글들과 제르멩 선생님과 오고간 편지가 있다. 김화영 선생의 해설과 간단한 연보까지. 이 책을 우리나라에 보도한 게 한계레의 특파원 고종석이라고 한다. 이 책으로 카..

놀자, 책이랑 2023.03.05

카빌리의 비참 / 알베르 카뮈

알베르 카뮈가 1939년 6월 5일부터 15일까지 프랑스 일간지 에 쓴 기사 11개를 번역해 묶은 것이다. 르포는 프랑스령 알제리 식민지의 민감한 역사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담긴 증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코로나19를 겪으며 《페스트》를 다시 보다가 2021년 9월에 첫 번역본이 나왔다. 이것을 읽고 비로소 그가 왜 부조리에 천착했는지 이해가 되었다. 《카빌리의 비참》은 단순히 카빌리 지역의 가난을 고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식민지에 대한 제도 개선까지 제시한다. 프랑스인으로 받아들이지 않은 채 프랑스를 위해 희생할 것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식민지 정책이 정당성을 가지려면 최소한 정복당한 민족이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도록 도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 ​ ​ " 전쟁 만세! 전쟁은 적어도 우리..

놀자, 책이랑 2023.02.23

너의 이름은 / 박효진

박효진, 첫 수필집이 믿음직스럽다. 수필의 기본을 안다고 할까. 멋내지 않는 문장들이 그의 삶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순박하고 진솔하다. 곁에서 이야기를 듣는 듯 단숨에 읽힌다. 마냥 끄덕거리며 읽다가 등을 쓰다듬어 주고싶은 마음이 든다. 장해요, 잘 했어요. 이내 응원을 보낸다. ​ ​ ​ * 글도 나이를 먹고 유행을 탄다. 걸음마시절부터 써놓은 글을 언제까지 쌓아놓을 수만은 없어서 지금이라도 책을 엮어보기로 용기를 냈다. ... 내가 왜 글을 쓰는지 그 이유를 언제쯤 찾을 수 있으려나, 그 이유를 알 때까지 나는 평생 글쓰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 '책을 펴내며' 중에서 ​ ​ * 가끔 감정이 흔들릴 때 토끼풀처럼 살고 싶었던 그때를 떠올리며 나 스스로 선택한 일에 끝까지 믿음을 가질 것이다. 힘든..

놀자, 책이랑 2023.02.21

시지프의 신화 / 알베르 카뮈

소설 은 답답해하면서 단숨에 읽었는데, 에세이 는 만만치가 않다. 에세이는 자살에 관한 성찰로 시작하지만 마지막 행복한 시지프로 맺는다. 이 과정을 따라가기가 숨차다. 부조리를 넘은 것인지, 시지프를 바라보는 시선에 연민을 뛰어넘어 희망을 품는 건 극적 긴장을 가져온다. 어려운데 재미가 있는 건, 그런 요소때문이다. 꼭꼭 씹어서 맛을 음미해야하는 에세이다. 카뮈의 다음 책을 또 찾게 만든다. 소설을 쓰기 전 기자였던 카뮈를 떠올린다. * 참으로 진지한 철학적 문제는 오직 하나뿐이다. 그것은 바로 자살이다. 인생이 살 가치가 있으냐 없느냐를 판단하는 것이야말로 철학의 근본 문제에 답하는 것이다. (15쪽) * 나는 그 자아가 지닐 수 있는 모든 모습, 남들이 그것에 부여한 모든 모습, 즉 그 교육, 그 기..

놀자, 책이랑 2023.02.21

이방인 / 알베르 카뮈

​ 을 언제 읽었던가. 스토리는 생각나는데 문체가 깜깜하다. 알베르 카뮈, 수업을 위해 주문해서 읽었다. 장석주는 《글쓰기는 스타일이다 》에서 '부조리의 문체 - 삶이라는 백일몽을 찢고 나가다' 라고 했다. '카뮈의 문장에는 생명의 기쁨과 관능의 아름다움이 눈부시게 드러난다' 니... 갸우뚱 하면서 다시 읽는다. ​ ​ ​*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모르겠다. 양로원으로부터 전보를 한 통 받았다. '모친 사망, 명일 장례식, 근조謹弔' 그것만으로는 아무런 뜻이 없다. 어쩌면 어제였는지도 모르겠다. (13쪽) 그 유명한 첫 문장. ​ * 바다가 무겁고 뜨거운 바람을 실어 왔다. 하늘 전체가 갈라지면서 불비가 쏟아지는 것 갔았다. 나의 전 존재가 팽팽하게 긴장했고 나는 손으로 권총을 꽉 그..

놀자, 책이랑 2023.02.15

땅에서 빛나는 달 / 김산옥

김산옥 선생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그의 다섯번째 수필집을 읽고나니 다정하고 따뜻한 품성이 더 드러난다. 여러 사람들에게 받은 선물을 공개하는 일은 저으기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데, 그냥 따듯한 마음을 간직하는 것으로 접수한다. 돌아가신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몸에 익힌 선의와 나눔 생활에 대한 보답인 것이다. 자신이 전한 선물이나 베품을 알리지 않는 미덕을 생각하며 나는 마음이 훈훈해졌다. , 에서 이영자 선생님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어렵게 느껴졌던 마음을 편안한 쪽으로 당기게 한다. 임지윤, 김혜영, 우명식.. 내가 아는 반가운 이름들과도 정을 나눈다. '분당에 사는 노 선배님 시모가 돌아가셨다.' 로 시작하는 이란 글에 우리 어머니 장례식장 풍경도 나온다. 사람과 사물, 자연을 대하는 시선이 남다른다...

놀자, 책이랑 2023.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