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사람이랑 859

3월, 금요일

3월 금요일 강의 네 번을 부탁받았다. 분주했던 금요일 아침을 한가롭게 지내니 이 한가로움이 더 고맙게 느껴진다. 지난 주에 끝난 구미행정복지센터의 '문학산책' 강의는 내게도 많은 배움의 시간이었다. 최연소가 75세인 그룹이어서 매우 조심스러웠다. 모두 삶의 스승님이 아닌가. ​ 그러나 첫 강의를 끝내고 기우라는 걸 알았다. 그동안 많은 문학강의를 섭렵했고, 지금도 여러 곳에서 공부를 하고 계시는 분이 많다. 여전히 책을 읽고, 읽은 책에 대해서 거침없이 이야기한다. 펜데믹 동안에 두 분은 토지 20권을 읽고 토론을 했다고 한다. 절로 신이 나서 나도 많은 말을 하게 되었다. 계획에 없던 이야기까지 그냥 나왔다. ​ 첫 주에는 편집회의가 있어서 부지런히 오고 ​ 두 번째 시간에는 엘리베이터에서 오래 전에..

축하, ~

비시간성에 의한 그림자 시학 - 권영옥 평론집 ​ 제목만 봐도 어렵다. 공부로 찬찬히 읽어야 한다. 노고에 박수를 보내며. 영옥씨는 내 유일한 대녀다. 신심 깊고 묵묵히 할 일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 내가 부끄럽다. 난 여전히 날라리 대모다. 그래도 견진 대모인 다음씨가 있어서 다행이다. 날개 없는 천사인 다음씨 덕분에 무고하게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으니 얼마나 염치없는지... 그저 고맙다. 시모임 초기 동지 4인이 모였다. ​창밖의 풍경이 근사한, 산수화에서 점심을 먹고 ~ 정신없이 먹느라 사진도 못 찍었다. 사람이 많으면 괜히 서두르게 된다. 애영씨가 밥을 사고, 다음씨는 2만5천냥이나 하는 열무김치를 사줬다. 막무가네로. 이그~~~ ​ ​ ​ ​ 한가로운 우리집에서 타타임. 다음씨가 가져온 ..

핑크핑크 봄기운

2월 마지막날, 윤희가 월차를 내고 왔다. '올가정원'까지 슬렁슬렁 걸었다. 봉골레와 피자 한 판을 둘이 다 먹었다. 오랜만에 과식이다. 난 집에까지 못 담고 중간에 화장실을 들렀다. 다시 옛날 상태로 돌아간 것인지... 몸무게가 대책없이 느니 반가운 일이긴 하다. 윤희는 연신 쑥과 냉이를 발견하고 환호한다. 내 눈에 띄지도 않았는데 앉아서... 자세히 보니 쏭쏭 올라오고 있다. 집에 와서 네플릭스에서 를 다시 봤다. 윤정희를 바라보니 가슴이 시리다. 시를 쓰는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니 왜 내가 부끄러운지... 맞아, 맞아 저런 분위기, 웃기지. 이런 말이 무방비로 나왔다. ​ 덕분에 눈 호사, 입 호사를 하고 11311보를 거뜬히 걷고, 하루 잘 놀았다. ​ ​ ​ ​ ​ ​ ​ ​ 윤희가 가져온 히아..

<단순한 열정> 영화클럽

일요일, 5시에 시네큐브에서 5인이 만났다. 6시 30분 관람. 아니 에르노 원작에 충실하긴 했지만, 예술화가 덜 된 듯. 불필요한 노출은 기대감을 무너뜨린다. 남자 주인공 발레리노 세르게이 폴루닌의 문신한 몸, 여자 주인공의 평범한 몸, 몸과 몸의 열정이 단순하게 끝난다. 깊은 상처, 혹은 흔적, 기억을 남기겠지만... 욕망하는 몸은 이성을 앞선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에 새겨진 기억도 시간을 이기지는 못한다. ​ 모처럼 광화문의 밤 바람을 맞으며 카페에서 뒷담화까지. '영화클럽'이라는 5인 톡방이 추가되었다. 설레는 시네큐브 모임이 될 듯하다. ​ 하루에 두 탕, 꽉차게 잘 놀았다. ​ ​

다시, 설

오랜만에 설다운 설을 보냈다. 아버님 어머니 가시고 그동안 설렁설렁 지냈는데 작년에 캐나다 시누이네가 오고 자주 만나니 설도 우리집에서 지냈다. 바쁜 아들네는 당일 가고, 딸네는 1박, 사위와 밤늦도록 왕수다와 대취. ​ 24일에는 친정조카들이 14명 왔다. 세 명의 가솔이 모두 출동... 번개로 잘 치뤘다. 조카들이 돌아간 후, 언니네 가서 저녁 먹고 오니 연휴를 꽉차게 보냈다. ​ ​ ​ ​ 동백이 꼭 다문 입을 살짝 열었다. ​ ​ 가고스 앵초가 활짝 웃기 시작했다. 얘는 오래오래 웃을 것이다. ​ ​ 큰 오빠 아들 둘과 둘째 오빠 아들의 식솔 모두 모였다. 장조카 아들 딸이 결혼도 하고... 난 고모할머니다. 조카들이 잘 지내니 참 보기 좋다. ​ ​ ​ ​ 언니네서 먹은 저녁, 오늘 제대로 한 ..

설 채비

[노경자] [오후 2:19] 숙아~언니가 만두하고 전거리 준비했어, 조금씩 나눠먹자, 넌 글써~난 전부칠께 (크크) ​ ​ 80세 언니가 토욜 밤에 보낸 문자다. 일욜, 언니네 가서 종일 전을 부쳤다. 먼먼 시절 주변인들이 다 등장하는 이야기를 풀면서. 어쩜 형부는 손 하나 까딱하시질 않는다. 아, 커피는 타 주셨다. 80대 남자 어른에게 집안일은 금기에 속하는 것 같다. 70대 우리집 남자 어른도 마찬가지다. ​ 재료 하나하나 갖은 정성을 들인 언니표 전, 내가 부친 건 처음이다. 이제까지 앉아서 얻어다 먹기만 했는데... 나름 뿌듯하다. ​ ​ 깻잎전과 만두는 어제 언니가 해 놓았다. 푸짐하게 얻어왔다. ​ 아직 이렇게 음식 만드는 걸 즐기는 건 몸도 정신도 건강한 거다. 내가 먹고 싶은것, 나누고 ..

오우가 - 첫모임

다섯 명이 모여 샤브샤브로 점심을 먹고 율동공원 입구 망캄에 갔다. 중앙에 놓인 큰 어항에 상어 한 마리 유유자적 홀로 잘 논다. 오늘 앉은 자리에서는 창으로 더 잘 보인다. 야성을 버리고, 고향을 버리고~ 새로운 몸으로 애완의 도구가 된 상어. 상상과 묵상을 가져와 그의 심정을 헤아려본다. ​ ​ ​ ​ ​ ​ 친구의 흰머리를 보며 내 남은 시간을 생각해 본다. '아직'과 '벌써' 사이 마음의 준비는 단단할수록 좋다. ​ ​

가족 송년모임

12/ 31 오랜만에 가족이 모두 모였다. 승진네가 연안부두에서 가서 방어회를 어마무지 많이 떠와서 .... 결국 남았다. 저녁을 먹고 수수백년만에 노래방을 갔다. 며늘과 노래방 가는 건 처음이다. 이 조합으로 노래방도 처음이다. 연님이 제일 잘 논다. 춤도 이쁘게 추고~ 노래도 곧 잘 한다. 가끔 이런 시간 갖는 것도 좋겠다. ​ 부부 대항하듯 승진에 부부 노래~ 기적 - 아들, 며늘은 친구 결혼식에서 듀엣으로 축가도 불렀다고 한다. ​ 집에서 하루종일 노래를 불러낸다는 시경이~~ 랩을 잘 한다. 연님이 잘 맞춰준다. 태경이는 아주 얌전하게 노래를 부른다. 시경 노래 ​ ​ ​ 노래방을 나오니 옆에 스티커 사진 찍는 곳이 있다. 이게 코스라나~~ 한참 웃었다. ​ ​ ​

정숙이네 월드컵

뒤늦게 받은 친구 가족여행 소식이다. 친구네는 지난번 러시아 때도 가족이 출동하고, 다른 때도 딸들이 개최지에 가서 응원을 했다. 아빠가 딸들 어릴때부터 축구장을 데리고 다닌 결과이기도 하다. 친구 말이 "16강 보내고 왔네." 이 열렬함에 내 가슴까지 벅차오른다. 중3때 짝궁 홍정숙은 30번, 나는 31번이었다. 출석 부를때 이름만 부르던 선생님이 정숙아, 정숙아, 이러면 친구들이 막 웃었다. 착하고 낙천적인 친구다. 이번 여행이 특별한 건 남편이 암 투병중이라는 거다. 스위스, 두바이, 카타르... 등을 한 달간 가족여행을 하고 와서 며칠 전에 뇌에 '감마나이프' 수술을 했다고 한다. 사람 좋은 석운덕 님의 쾌유를 빈다. 아빠가 산을 좋아한다고 스위스 마테호른까지. 호텔에서 바라보게 하고....

이브의 결혼식

영옥씨 아들 결혼식이 24일 1시 30분이다. 수서라서 친구와 나는 좋았는데, 오 선생님은 서대문에서 2시간 30분 걸려서 오셨다. 또 반가운 시인회의 님들을 거의 만났다. 주례 없이 양가 아버지가 인사말을 하고, 신랑 엄마가 쓴 축시를 강빛나 시인이 낭독했다. 코로나가 무색하게 사람이 많았다. ​ ​ 안 시인이 찍은 사진이다. ​ ​ ​ ​ ​ ​ ​ ​ 피로연에서 "웅희군과 잘 살아보겠다"는 신부 말에 웃음 빵~~. 여유만만 신부가 보기 좋았다. 잘 살 것이다. 시대의 변화에 얼른 적응해야한다. ㅋㅋ ​ ​ ​ 파파라치 컷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