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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 백석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백석 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또 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 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매이었다. 바로 날도 저물어서 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 추위는 점점 더해 오는데 나는 어느 목수네 집 헌 삿을 깐, 한 방에 들어서 쥔을 붙이었다 이리하여 나는 이 습내 나는 춥고 누긋한 방에서, 낮이나 밤이나 나는 나 혼자도 너무 많은 것 같이 생각하며, 질옹배기에 북덕불이라도 담겨 오면, 이것을 안고 손을 쬐며 재 위에 뜻없이 글자를 스기도 하며, 또 문밖에 나가지도 않구 자리에 누워서 머리에 손깍지 벼개를 하고 굴기도 하면서, 나는 내 슬픔이며 어리석음이며를 소처럼 연하여 쌔김질하는 것이었다. 내 가슴이 꽉메어 올 적이며..

시 - 필사 2022.06.15

마을은 맨천 구신이 돼서 / 백석

마을은 맨천 구신이 돼서 백석 나는 이마을에 태어나기가 잘못이다 마을은 맨천 구신이 돼서 나는 무서워 오력을 펼 수 없다 자 방안에는 성주님 나는 성주님이 무서워 토방으로 나오면 토방에는 디운구신 나는 무서워 부엌으로 들어가면 부엌에는 부뚜막에 조앙님 나는 뛰쳐나와 얼른 고방으로 숨어버리면 고방에는 또 시렁에 데석님 나는 이번에는 굴통 모퉁이로 달아가는데 굴통에는 군대장군 얼혼이 나서 뒤울 안으로 가면 뒤을 안에는 곱새녕 아래 털능구신 나는 이제는 할 수 없이 대문을 열고 나가려는데 대문간에는 근력 세인 수문장 나는 겨우 대문을 삐쳐나 바깥으로 나와서 밭마당귀 연자간 잎을 지나가는데 연자간에는 또 연자당구신 나는 고만 디겁을 하여 큰 행길로 나서서 마음 놓고 화리서리 걸어가다 보니 아아 말 마라 내 발뒤..

시 - 필사 2022.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