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1 21

글쓰기 인문학 10강 / 양선규

페북에서 "오늘 아침에 글을 쓴 자가 작가다"라는 소신이라며 매일 긴 글을 올리는 양선규 님의 책이다. 매일 쓴 페북 글을 모은 책 6권과 수많은 저서가 있다. 재독, 삼독을 해야 진정한 가치를 발견한다는 말에 걸렸다. 그래서 최대한 천천히 읽었다. 읽다보니 반복, 강조하는 부분이 많아 재독의 효과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어쨌거나 나처럼 청탁이 아니면 안쓰는, 최소한을 쓰는 사람에게 경종이다. 댕~~ * "아는 것만큼 보인다"라는 말은 거짓말이다. 적어도 이 책 안에서는 그렇다. 좀 더 정확한 표현을 사용하자면 "아는 것만큼 쓴다"라는 말은 거짓말이다. '아는 것'은 인식의 영역이다. 그러나 글을 쓰다 보면 항상 무의식의 요구(강요)에 직면한다. 다른 말로, "글이 글을 부른다"라는 것을 실감한다...

놀자, 책이랑 2022.01.17

겨울 화원

오랜만에 친구 화원에 갔다. 잠 자는 듯한 색깔이 쓸쓸해보인다. 친구와 함께 물을 주면서 보니까 아니다, 깊이 잠든 것들 사이에 소곤소곤 눈길들이 반짝인다. 저리 명줄을 잡고 있구나, 기특한 것들. 그러니 이뻐할 수밖에. 얘네들을 가지고 노는 친구가 대단하다. 개나리가 지고 있네. 자잘한 흰꽃이 이쁜 가고소, 우리집에는 푸른 잎으로 있다. 감나무 분재, 감이 풍년 요즘 사먹기 어려운 깅깡, 이리 단풍든 백화등이 우리집만 오면 초록초록해진다. 참 요상한 일. 우리집에서 비실거리던 동백, 예서 튼실해지면 데리고 올거다. 분갈이 한 동백들은 실내에서 숨고르기

아벨라의 성녀 데레사 자서전

지난 주에 친구 자임에게 받은 선물이다. 온열 양말과 함께. 500년 전에 살다간 성녀 데레사가 하느님을 만난, 그 환시와 신비 체험을 기록했다. 읽으며 1년 전에 하늘 나라로 이사한 친구 미카엘라를 떠올렸다. 수녀는 아니지만 수녀 같이 살 다 간 내 친구, 그에게도 이런 고뇌와 회의와 황홀이 오갔으리라. 지금은 자비와 사랑의 나라에서 평안하리라 믿는다. 내가 올리는 기도는 그냥 감사, 감사만 하는 싱거운 기도다. '19세에 가르멜 수도원에 입회하고 병고와 회의와 자기 질책으로 고통을 겪으면서 서서히 기도와 관상의 힘을 깨닫게 되었다. 교회로부터 기도 신학의 탁월한 권위자로 인정받아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교회학자로 선포되었다. 또한 하느님의 자비를 깊이 체험한 증거자이며 하느님을 만난 사랑의 신비가다. ..

놀자, 책이랑 2022.01.13

밤에 쓴 말 / 오성일

밤에 쓴 말 오성일 고개를 숙이고 생각하겠습니다 고요히 나에게만 묻겠습니다 하늘의 별빛에도 마음 흔들리 수 있으니 우러르지 않겠습니다 눈 감겠습니다 도처에서 나를 노리 는 파행과 봉착, 눈을 뜨면 꿈꾸지 않은 길 위에 서 있을 수 도 있으나 가장 위독했 던 순간의 기억으로 길을 되물어 가겠습니다 이 외로움이 나의 방향감각입니다

시 - 필사 2022.01.11

꽃 보고도 웃지 못하는 저녁이 있어 / 오성일

꽃 보고도 웃지 못하는 저녁이 있어 오성일 나는 견디는 사람 내 아들을 견디는 사람 내 어머니는 견뎌낸 사람 나를 견뎌낸 사람 나는 좀 배우고 먹고는 살아 이럭저럭 내 아들을 견뎌내는데 이렇다 할 배움도 없이 밥도 없이 내 어머니 나를 어찌 견디셨는가 꽃 보고도 웃지 못하는 저녁이 있어 멈추어 자식의 일 생각하느니

시 - 필사 2022.01.11

희망등록 - 기증

미숙이가 떠난지 일년이 다가온다. 미숙이 동생 진호에게서 톡이 와서 이런 사이트를 알게되었다. 늘 있던 마음이라 번개로 추모글을 올리고 온라인으로 장기 몽땅, 기증 등록을 했다. 옆에 있던 남편이 자기도 등록해 달란다. 어쩌면 나 보다 더 쓸게 있을 수도 있다나. 이건 가족동의도 필요치 않으니 간단하다. 시신기증에는 가족 2명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김미숙 미카엘라 너는 일찌기 하늘에 가까운 영혼이었지 쌓는 것보다 나누는 삶의 기쁨을 알았지 아픈 몸으로 더 아픈 사람들 손을 잡아주었지 멋쩍은 몸짓 수줍은 미소로 어둔 곳을 밝혔지 너의 맑고 선한 눈이 세상에 남아 못 다 나눈 구석까지 밝힐거야 그곳, 천상의 앞 자리는 부디 양보하지 말길 미카엘라 천사님 (친구 노정숙) 미숙아~~ 진호 꿈에 나타나서 "그렇..

한 게으른 시인의 이야기 / 최승자

책을 읽기도 전에 표지 사진에서 '헉' 숨이 막힌다. 오래 묵혀두었던 산문집을 출간하게 되었다. 오랜 세월이 지난 것 같다. 지나간 시간을 생각하자니 웃음이 쿡 난다. 웃을 일인가. 그만 쓰자 끝. 전문 * 다시 젊음이라는 열차를 20대 중간쯤의 나이에 벌써 쓸쓸함을 안다. 깨고 나면 달콤했던 예전의 쓸쓸함이 아니고 쓸쓸함은 이제 내 머릿골속에서 중력을 갖는다. 쓸쓸함이 뿌리를 내리고 인생의 뒤켠 죽음의 근처를 응시하는 눈을 갖는다. 어떤 거대한 힘에 의해 보이지도 않게 조금씩 망가져가고 있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1976) (13쪽) *유년기의 고독 연습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처음으로 이성 간의 정신적인 순수한 사랑이라는 것에 눈떴다. 그리고 한 가지 결심을 했다. 나도 어서 커서 아름답고 그리고 (..

놀자, 책이랑 2022.01.07

걷는 독서 / 박노해

외국 서점에서 부러워하던 책이 있다. 작으며 고급집 장정의 책들, 악세서리 같은 이쁜 책들... 박노해의 , 크기는 작지만 아주 통통하다. 천으로 된 하드 장정과 색이 멋스럽다. 명상을 부르는 사진과 아포리즘 문구와 영문까지. 마음에 콕콕 박힌다. 중딩이 되는 시경이 한테 줬다. 한글과 영어를 소리내서 읽으라고. 그렇구나, 누군가에게 혼난 일이 생각나지 않는다. 불쌍타. 신독, 신독, 신독......... 그럼, 그럼~~ 숨겨둔 송곳은 드러나기 마련이다. 숨은 보석도 빛이 더 난다. 욕심까지 가지 않으려면 슬렁슬렁~~ 요즘 내 버전이다. 이크, 뜨끔하다. 자꾸 많은 책을 탐하고 있다. 저런 경지~~ 침만 꼴깍, 삼킨다. 그럼, 그럼~~ 무엇이건 본질에 충실하기. 좀 두려운 말이다. 불행을 불행이라 인정하..

놀자, 책이랑 2022.01.03

도란도란 강릉 이야기 / 최현숙

첫 번째 간 여행에서 알게 된 강릉의 최현숙 작가는 왠지 '진국'같은 느낌이다. 오래 보진 않았지만 그의 책 세 권을 읽고 그런 믿음이 간다. 강릉문화재단에서 후원을 받아 만든 책이다. 강릉의 먹을거리와 문화재, 방언, 민속을 소개한다. 색연필 그림은 각이 서지 않아서 푸근하다. 사실적으로 그렸는데도 상상을 자극한다. 다정한 눈길과 따뜻한 그림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냥 순한 초딩 (이건 옛날 초딩)의 마음이 된다. 마냥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다. 몰랐던 것이 참 많다. 1부 그리움의 맛 - '지누아리'가 뭔지 모르지만 먹어보고 싶다. 2부 여인의 손길 - 가지고 싶은 건 없다. 바라보는 것으로 다 좋다. 여인들은 섬세한 손길로 셀프 마음을 다독였으리라. 3부 이야기 꽃피는 문화재 - 다음 강릉행은 더 풍..

놀자, 책이랑 2022.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