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9 27

날마다 새로운 시작, 오늘이다

리뷰 ┃ 서평 날마다 새로운 시작, 오늘이다 노정숙 에세이 《피어라, 오늘》을 중심으로 박효진 수필은 열려있어야 한다. 형식의 자유로움뿐 아니라 일상적 인식의 틀에서 벗어나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아야 한다. 수필이 작가의 직접체험을 바탕으로 한 진실의 문학이라고는 하나, 작가는 사고의 확장으로 보다 유연하게 작품 속을 유영할 수 있어야 한다. 윌리엄 블레이크(영국의 신비주의 시인, 1757~1827)는 “인식의 문이 깨끗해지면 모든 것이 인간들에게 있는 그대로, 무한한 것으로 보일 것”이라고 하였다. 윤리나 도덕에 얽매이기보다는 그 틀을 깨고 나와 새로운 나와 만날 때 고정된 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말로 해석된다. 작가라면 누구나 ‘붓 가는 대로’ 쓸 수 있는 경지에 오르기를 희망한다. 글감을 앞에 두..

산문 - 필사 + 2021.09.18

윤교수님 송별식

윤교수님과 25년 세월이다.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인사 오신 의리의 동인들, 강의실이 꽉 찼다. 나부터 완전 어르신이 되었으니 고령화된 건 확실하다. 다음 학기부터 수업이 넘어왔다. 어디 묶이는 건 정말 싫은데... 서로 미루다 권 동지와 격주로 합의. 분당수필문학회의 수업은 끝났지만, 을 발행하시니 계속 뵈올 것이다. 마지막 수업이 끝나고, 교수님이 문선배님께 살짝, 선물을 주셨다는 걸 전해 들으니 울컥, 한다. 이렇게 감동을 주시다니... 나름 아름다운 마무리다. 수내동 '라라테이블'에서 점심, 4명씩 뭉쳐서. 90세 윤교수님이 좋아하는 음식이다. 나는 세 번째 왔는데 계속 만족이다.

새들은 날기 위해 울음마저 버린다 / 김용만

'새들은 날기 위해 울음마저 버린다' 세상에나, 제목에 울컥 목이 멘다. 이런 비장함 없이 글을 쓰는 내게 이 시집은 죽비다. 김용만 시인이 등단 34년만에 낸 첫 시집이라는 것도 저릿이다. 품고만 있었는가, 아니 시 자체로 살고 있었던가. 깊은 눈 시인은 삶이 시다. 새들은 날기 위해 울음마저 버린다 새들은 날기 위해 쉴 참마다 머리를 산 쪽에 둔다 가벼워지기 위해 뇌의 크기를 줄이고 뼛속까지 비운다 쉽게 떠나기 위해 움켜쥘 손마저 없앴다 새들은 쉴 참마다 깃털을 고르고 날면서도 똥을 싼다 자유로이 떠니기 위해 깃털 하나만큼 더 가벼워지기 위해 오늘은 먼 길 떠나려나 (29쪽) 맨날 그럽니다 소양에 온 지 삼 년 오늘은 꼭 책상에 앉아야지 하다가도 또 호미 들고 나섭니다 맨날 그럽니다 누구는 시집이 다..

놀자, 책이랑 2021.09.14

누구나 카피라이터 / 정철

정곡을 찌른는 짧은 글, 촌철살인과 사촌이면서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글, 그런 글을 쓰는 사람이 카피라이터다. 그런데 누구나 카피라이터가 될 수 있다니... 정철, 유투브에서 그의 강의을 듣고 반짝임에 혹했다. 책은 처음이다. 을 먼저 읽었어야 하나. 어쨌거나 인간미 풀풀 나는 게 좋다. 이번에 솔직함에 혹한다. 각 장 끝에 '밑줄 긋기'로 친절하게 요점정리도 해준다. 밑줄 긋기 * 이젠 그 사람의 글이 곧 그 사람인 시대 * 쓰는 기술보다 쓰고 싶은 마음이 먼저 * 사람의 성분은 사랑, 긍정, 위로, 감사, 믿음, 겸손, 배려 * 단어 삼키기, 숙성 기다리기, 입에서 새로운 문장 꺼내기 * 칭찬보다 더 좋은 피드백은 없다 (108쪽) 밑줄 긋기 * 읽는 사람 머릿속에 들어갔다 나온 후에 글을..

놀자, 책이랑 2021.09.14

빚은, 레트로

'빚다'에서는 정성스러운 손길이 느껴진다. 부러 레트로를 그리워하지 않았는데 자연스럽게 그 쪽으로 몸이 기우는 건 세월의 힘인가. 아무 일 없는 하루가 열리고, 오늘은 뭔가에 정성을 쏟아야할 것 같은 마음이 들썩인다. 고요한 휴일, 정오가 지났다. 그제 아침, 친구 자임이 선물을 줬다. 책 한권 내고 계속 선물을 받는다. 양린의 작품 린 작가의 선물까지 붓글씨를 오래 쓴 중딩친구한테 받은 이런 봉투도 참 좋다. 걸어두고 보는 것도 좋지만... 만지고 쓰고 나눌수 있는 것이 좋다. 며늘의 생일선물 주며 바로 썼다. 넣은 돈의 10배 효과, 며늘이 내용물보다 봉투에 감동한다.

<거리두기 시대> <25시는 없다> 석현수

대구의 석현수 선생님이 수필집과 시집을 동시에 출간하셨다. 거의 일년에 한 권을 묶는 열정적인 작가다. 단숨에 다 읽었다. 오래 전 분당에서 함께 하던 시간을 떠올리니 변함이 없다. 여전히 꼿꼿한 선비정신이 곳곳에 서려있다. 공군사관학교를 나오셨는데도 전직이 선생님폼이시다. 선생님의 많은 수필집 중에 도 있다. 어느덧 75세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가붓한 체구에 해맑은 웃음을 웃으시던 모습이 선하다. 퇴직 후, 새로이 들어선 작가의 길에 문장과 벗하며 치열하게 궁구하는 모습이 귀감이 된다. 대구 국제마라톤 비대면 대회에 도전한 이야기며,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쓴 사연에서 크게 끄덕였다. 피터 비에리의 을 읽고 쓴 '난장이 던기기'의 충격에 공감한다. 나도 그것에 대해 쓴 글이 있다. 책을 덮기 전 서..

놀자, 책이랑 2021.09.12

유리멘탈을 위한 심리책 / 미즈시마 히로코

난 스스로 멘탈이 강하다고 생각했다. 이 책을 읽으니 그건 내 '생각'일 뿐이었다. 유리멘탈이 아닌 사람은 남의 시선이나 말에 전혀 게의치 않는 사람인 것인데 그게 가능할까. 순하게 유리멘탈을 인정하면서 읽어나간다. 다행히 내 생각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다. 난 스스로 셀프 심리치료를 하고 있었던 거? * 자신을 다정하게 대해주고 있나요? 현실은 바꿀 수 없습니다. 그럴 때 손쓸 수 있는 것은 현실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입니다. 자신이 어려운 처지에 빠졌다는 걸 인정해주세요. 이미 몹시 힘들어하고 있으니 더 이상은 힘들지 않게 해주자는 마음으로요. (45쪽) * 인간은 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타이밍이 맞아야합니다. 변할 주비가 되어있을 때만 비로소 변하죠. 물론 남을 변화시티는 데 성공했다고 생각..

놀자, 책이랑 2021.09.11

공인 할머니

전날 예약하고 꼬박 3시간이 걸려 펌을 했다. 두 번째 맞는 디자이너는 28살 미청년이다. 내게 야탑에 사신다는 할머니 할아버지 이야기를 한다. 한 달에 한번은 할머니댁에 가서 커트를 해드린다며. 착하다고 했다. 그의 눈에 내가 엄마보다 할머니에 가까운 거다. 여자친구 있냐고 물으니 사람 만날 시간이 없단다. 앞으로는 연애를 우선순위로 잡으라고 했다. 끝나고 뒷머리 사진을 찍어주면서 리뷰를 부탁한다. 안 그래도 5점 만점에 5점 주며 칭찬할 참이었다. 미용실에서 바로 나온 머리 같지 않아서 맘에 든다.

시詩가 나에게 / 유안진

시詩가 나에게 유안진 아직도 모르겠어? 한번 발들이면 절대로 못 빠져나오는 사이비종교가 '나'라는 것을 받침 하나가 모자라서 이신 신神이 못되는 어눌한 말인 걸 쓸수록 배고파지는 끝없는 허기 쓰고 보면 제정신 아닌 남루뿐인 일가를 이룰 수 있다는 소설가 화가 음악가... 와는 달라서 만 번을 고쳐죽어도 일가는 못되느니 시 쓰며 인간이나 되라고 아닌가 꿈 깨게, 문여기인文如其人 잊지 말고.

시 - 필사 2021.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