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 17

글쓰기의 딜레마

격주 강의지만 동일한 교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담감을 가볍게 하기 위해 격주을 선택한 건 잘 한 일이다. 그러나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정신이 없을 수도 있다. 지난 주 권샘이 참고한 책이 장석주 책이다. 밤새 읽어보니 좋은 책 인용이 많아서 책 릴레이가 이루어질 것 같다. 내게 있는 글쓰기 관련 책들도 죽 늘어놔봤다. '문장의 품격', '쇼펜하우워와 니체의 책 읽기와 글쓰기' 는 완전 내 취향이지만 대중적이지 않아서 패스, 이리저리 살피다가 일단 첫 교재로 로 정했다. 모두 좋은 사람들이니 함께 고민해보는 시간으로 마음 가볍게~ 즐겁게~~ 스스로 세뇌한다. 정작 요즘 고민은 내 글쓰기다. 청소년웹진에서 청탁을 받고 보니 .... 막막하다. 읽는 사람의 눈높이를 가늠하기가 어렵다. 중1 태경이..

놀자, 책이랑 2021.10.29

아름다운 사람

오랜만에 조용자 선배님이 분당으로 오셔서 4인이 점심을 먹었다. 선배님은 저 무거운 선물을 3개씩 배낭에 지고 오셨다. 이제 운전도 안 하고 기사도 없다. 지하철을 타고 배낭을 매고 오신거다. 가슴이 찡하다. 부군의 병구완으로 체중도 많이 빠지셨다. 부군은 기적적으로 (이건 간증감) 좋아지셔서 '천사'가 되셨다고 한다. 모두 기도의 덕이라고 하신다. 참으로 다행이다. 20분쯤 기다려 식사를 하는데 자꾸 두리번거리신다. 그러다 서빙하는 한 청년을 부른다. 다정한 말씨로 "내가 지금 이곳 사람들을 살펴보니 자네가 참 열심히 일을 하네. 자네는 앞으로 아주 훌륭한 사람이 될걸세" 대충 이런 말씀을 하시며 신권 5000원 짜리 한 장을 건네신다. 청년은 꾸벅 인사를 한다. 모르는 사람들에게 힘을 주기 위해 50..

문학의 길 역사의 광장 / 임헌영과의 대화 대담 유성호

내가 살아보지 못한 시간과 내가 살아 낸 시간이 생생하게 펼쳐있다. 역사의 광장에서 문학은 어떠했는지... '어둠을 뚫고 새로운 시대를 일깨워주는 새벽의 전령사인 갈리아의 수닭' 처럼 외치는 소리에 귀를 세운다. "천학비재지만 저는 국립대학을 세 군데(서대문, 광주, 대구교도소)나 다닌 데다 남들이 상아탑에서 연구비 나오는 논문 쓰느라고 바쁠 때 저는 민주화와 통일운동의 현장을 떠돌며 두 문제연구소(역사문제연구소와 민족문제연구소)에 몸담아 '문제전문가'로 스펙을 쌓았습니다." - 2021년 9월 임헌영 초대글 중에서 임헌영 선생님은 어떤 상황에서도 유머를 놓지 않는다. 썰렁할 때도 있지만 우리의 웃음을 자아내는 데 성공한다. 서슬퍼런 시절에 "오늘 우리는 '체'에서 벗어나기로 한다"는 '으악새 선언'의 ..

놀자, 책이랑 2021.10.25

주부본능

혜민씨네 티하우스에서 시인회의 7인이 1박을 했다. 냥이가 여전히 졸졸 따라다니고 뒷마당에 '귀부인'이 지쳐 스러졌다. 계곡도 여전하고~~ 앞 밭에서 사다놓은 알배기 배추, 이곳은 해발 650m. 저 못말리는 주부 본능, 도착하자 마자~~ 쥔장이 준비해 둔 닭백숙과 함께 푸짐한 점심을 먹고 '무릉도원' 쪽으로 산책~~ 저녁은 보쌈과 겉절이, 와인도 한잔. 새벽에 일어난 4인은 저수지에 다녀왔다. 물안개가 근사했다. 아침으로 닭죽과 빵, 커피를 마시고, 커피와 토스트, 귤을 싸들고 펜션 앞 밭에 자원봉사 출동~~ 한 박스 사고, 이삭줍기도 하고~~ '밭때기'를 하신 사장님, 반가운 표정, .... 둔내 분이라고 한다. 오면서 횡성한우로 점심, 기사를 대접한다고 한샘이 거하게 투척. 갈때보다 무거워져서 돌아..

끝까지 쓰는 용기 / 정여울

* 가장 사랑하는 것은 글쓰기, 자장 어려워하는 것도 글쓰기, 그러나 여전히 포기할 수 없는 것도 글쓰기인 행복한 글쟁이. 자칭 '치유불능성 유리멘탈' '상처 입은 치유자' 또는 '문송해도 괜찮아.', '굴문과 대학원을 거쳐 작가가 되는 길을 모두가 반대하는 상황에서, 남들이 뭐라든 오직 그 길로만 걸어가며 여전히 희열을 느끼는 옆가리개를 한 경주마. 특기는 쓰라린 상처에 엉뚱하면서도 아름다운 의미 부여하기. 글을 쓸 수만 있다면 웬만한 고통은 꾹 참아내지만, 글을 도저히 쓸 수 없는 상황에서는 심하게 절망한다. 나를 키운 팔할은 '책과 걸핏하면 사랑에 빠지는 심장'과 '성취보다는 좌절에서 오히려 의미를 찾는 습관'이다. 매일 상처받지만, 상처야말로 최고의 스승임을 믿는다. - 앞날개 중에서 오래전 홍대..

놀자, 책이랑 2021.10.19

또 제라늄

토욜 점심에 언니네를 갔다. 제라늄 빛깔이 어쩜 저리 천연스러운지... 다육이를 나눠준다고 해서 손사레를 쳤다. 언니네서 보는 것으로 족하다. 난 아직 제라늄을 들여놓은 마음이 없다. 다육이도. 애들은 가까이 들여다 봐야 이쁘다. 전날 폭음을 한 남편을 위해 전복북어국을 끓이고, 며칠 전 갖다드린 도토리로 묵을 만들고, 풋고추는 죽순을 만나 요리가 되었고, 배는 야콘과 게맛살과 겨자소스에 버무리고, 순수한 가지무침, 갈치조림... 행복한 밥상이다. 내가 모르는 아버지의 모습을 언니를 통해서 본다. 언니는 아버지 사랑을 듬뿍 받아서 이렇게 맘이 넓은가. 김농부의 무와 파, 갓을 모두 넣어 만든 김치 한통에 반찬까지 싸주신다. 언니가 가까이 사니 이렇게 좋다. ~~

제라늄을 다시보다

못난이꽃으로 기억하는 제라늄이 이쁘게 피었다. 아니 이쁘게 가꿔놓았다. 꽃답지 않은 얄궂은 향, 벌레를 쫒는다는 향도 그렇지만 한쪽에서 지고 한편에서는 피는, 지지부진한 꽃 활짝 피었다 이내 져야 귀하게 여길 텐데 ... 다시 피고, 또 피는 꽃 늙어가는 여자의 모습 같아 시큰한 마음으로 바라본다. 오우가 친구들과 점심을 먹고 수수백년만에 고기리에 있는 카페 멜린다에 갔다. 이곳에 꽃은 오로지 제라늄이다. 완전체 모임이 몇 달만인지 아득하다. 앞으로는 매달 첫 화요일을 모임날로 잡았다. 자임은 다음 달에 뉴욕 개인전에 다녀올 것이고, 부부샘 유투브를 하는 또 다른 친구, 법원의 조정위원 체험을 바탕으로 세상살이 조언을 한다. 기술적인 것은 남편이 배워서 하고, 일주일에 나흘 걸리는 과정이 재미있단다. 부..

김농부네

오랜만에 김농부네 갔다. 우리가 올해 마지막 손님이라고 한다. 모두 와서 다 털어갔다고 한다. 그럼에도 우리도 마지막 대추나무를 털었다. 김농부도 농사가 힘에 부치다고 나무를 많이 베어내고, 가지치기를 하고 있다. 나무도 거리두기가 필요하다. 그래야 햇살과 바람을 충분히 취할 수 있다. 두 가지 고추도 따고, 고구마줄기는 아깝지만 패스~~ 자연 건조장도 만들고, 맥문동과 더덕을 새로 심어놓았다. 이곳이 도토리밭이다. 이 위에 도토리 나무가 있다. 아깝다고 셋이 잠깐 주웠는데.... 두 대접은 되겠다. 남은 배나무에서 배를 잔뜩 땄다 저 봉지를 열면 이리 이쁜 애들이 나온다 가지가 완전 나무가 되었다. 가지도 잔뜩 따고, 부사 사과는 새 방지 그물을 만들어 보호하고 있다. 새콤한 홍옥과 아기 사과도 앉아서..

저 폭포 / 김신용

저 폭포 김신용 저 폭포, 외줄기다 가느다란 물의 길이다 폭포라면 장엄해야 하는데 높은 낭떠러지에서 떨어져 내려 무엇을 무너뜨릴 듯 쏟아지는 질타 같아야 하는데 혼자서 오로지 외줄기다 산산이 부서지는 물거품도 없이, 혼자 먼 길 가는 것 같다 마치 산의 눈꺼풀 속에 숨겨져 있는 눈물샘 같은, 저 물줄기 - , 아무도 폭포라고 여기지 않는데도 홀로, 폭포이다 까마득한 벼랑에서 떨어져 내리는 가느다란 길이다

시 - 필사 2021.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