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 17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책 읽기와 글쓰기 / 홍성광 옮김

번역가를 보고 산 책이다. 일면식은 없지만 페북 글을 보고 주목하게 되었다. (2013년 4월에 초 판 1쇄 발행했고, 2020년 12월에 2판 1쇄를 발행했다.) 14쪽에 걸친 해설이 책 내용을 잘 안내한다.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작품 중에서 책 읽기와 글쓰기를 발췌한 것이다. 독설이 서서히 부드럽게 스며든다. "앞으로 나의 글을 출판할 때 단어 하나와 음절, 글자와 구둣점이라도 훼손하는 자는 나의 저주를 받으리라." 쇼펜하우어의 이 말은 자기 글에 대한 자존감의 끝판이다. 이렇게 말 할 수 있는 글을 써야 하는데... 니체는 쓰기에 앞서 사고를 많이 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아포리즘 형식으로 글을 쓰며 "피와 잠언으로 글을 쓰는 자는 그 글이 읽히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암송되기를 바란다. 산에서 산으로 ..

놀자, 책이랑 2021.10.11

언니, 언니~

10월 4일, 입원 사흘만에 84세 올케언니가 돌아가셨다. 그렇잖아도 장조카가 집에서 하는 엄마의 마지막 생일일 것 같다고 5일날 모이기로 했는데... 솔직함이 장점이자 약점인 언니, 내가 보석에 관심없다고 여자도 아니라던 언니, 정이 많고 손이 커서 무엇이건 바리바리 들려보내던 언니, 돌아가시기 전날, 반짝 기운이 날때 전날 밤 내가 간호를 해줬다고 했단다. 환상을 보는 건가 생각했단다. 내가 보고 싶었던 거다. ...... 이게 맘에 걸린다. 급한 성질처럼 속전속결로 간 언니, 심각한 와병에 이제 남은 시간은 요양병원이나 요양원 행이라고 생각하면 복이 많은 것이다. 모두가 아쉬워할 때 떠나는 거. 두 조카며느리가 저리 다정하게 서로를 위로한다. 눈물을 닦아주고 토닥이며 걷는 모습이 어여쁘다. 지금처럼..

구름에 깃들어 / 천양희

구름에 깃들어 천양희 누가 내 발에 구름을 달아 놓았다 그 위를 두 발이 떠다닌다 발 어딘가, 구름에 걸려 넘어진다 生이 뜬구름같이 피어오른다 붕붕거린다 이건 터무니없는 낭설이다 나는 놀라서 머뭇거린다 하늘에서 하는 일을 나는 많이 놓쳤다 놓치다니! 이젠 구름 잡는 일이 시들해졌다 이 구름, 지나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리라 구름기둥에 기대 다짐하는 나여 이게 오늘 나의 맹세이니 구름은 얼마나 많은 비를 버려서 가벼운가 나는 또 얼마나 많은 나를 감추고 있어서 무거운가 구름에 깃들어 허공 한 채 업고 다닌 것이 한 세기가 되었다

시 - 필사 2021.10.02

격리생활 / 노정숙

격리생활 노정숙 느닷없이 코로나19 확진자가 되어 경기 제7생활소에 들어갔다. 목이 간질거려서 감기약 3일 처방을 받고, 첫 밤을 보냈다. 다음날 아침에 엑스레이를 찍는데 혼자다. 조용한 긴 복도를 걸어 엘리베이터를 탔다. 적막 속에서 휴대폰으로 전하는 지시에 따른다. 이틀 지나니 이곳의 패턴이 다 외워졌다. 아침 7시경이면 방송이 시작된다. 아침식사를 배달할 것이니 복도에서 인기척이 나도 절대 현관문을 열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 후 준비가 끝났으니 배달된 식사를 속히 방으로 가져가라고 알린다. 한 시간 쯤 지나면 소독을 할 것이니 시끄러워도 문을 절대 열면 안 된다는 방송이 이어진다. 내내 왕왕대는 방송, 인기척에 문을 열면 방역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게 골자다. 아침 8시와 오후 5시,..

태어났음의 불편함 / 에밀 시오랑

에밀 시오랑은 극단적 비관주의자다. 삶이란 오직 견뎌내야하는 것, 태어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데... 태어나 버렸으니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태어났음을 불편하게 여기는 생각에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짧은 글이 묵직하게 머리를 친다. 선의를 뺀 삶의 적나라함, 나는 아직도 생을 직면할 용기가 없는가보다. 아이러니와 페러독스로 받아들이는 순간부터 순하게 읽힌다. 그럼에도 단번에 읽을 수가 없다. 루마니아에서 태어나 프랑스를 오가며 산 에밀 시오랑은 여러차례 문학상을 거절하고, 단 한번 1950년 리바롤상을 받았다. 생계가 어려워 그 상이 아니면 노숙자가 되었을 것이라고 한다. "인간은 무엇을 시도하든, 조만간 후회하게 될 것이다" 작가의 어머니가 한 말이다. 환상을 가지기에 부적절한 성정이 대..

놀자, 책이랑 2021.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