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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리생활 / 노정숙

격리생활 노정숙 느닷없이 코로나19 확진자가 되어 경기 제7생활소에 들어갔다. 목이 간질거려서 감기약 3일 처방을 받고, 첫 밤을 보냈다. 다음날 아침에 엑스레이를 찍는데 혼자다. 조용한 긴 복도를 걸어 엘리베이터를 탔다. 적막 속에서 휴대폰으로 전하는 지시에 따른다. 이틀 지나니 이곳의 패턴이 다 외워졌다. 아침 7시경이면 방송이 시작된다. 아침식사를 배달할 것이니 복도에서 인기척이 나도 절대 현관문을 열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 후 준비가 끝났으니 배달된 식사를 속히 방으로 가져가라고 알린다. 한 시간 쯤 지나면 소독을 할 것이니 시끄러워도 문을 절대 열면 안 된다는 방송이 이어진다. 내내 왕왕대는 방송, 인기척에 문을 열면 방역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게 골자다. 아침 8시와 오후 5시,..

태어났음의 불편함 / 에밀 시오랑

에밀 시오랑은 극단적 비관주의자다. 삶이란 오직 견뎌내야하는 것, 태어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데... 태어나 버렸으니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태어났음을 불편하게 여기는 생각에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짧은 글이 묵직하게 머리를 친다. 선의를 뺀 삶의 적나라함, 나는 아직도 생을 직면할 용기가 없는가보다. 아이러니와 페러독스로 받아들이는 순간부터 순하게 읽힌다. 그럼에도 단번에 읽을 수가 없다. 루마니아에서 태어나 프랑스를 오가며 산 에밀 시오랑은 여러차례 문학상을 거절하고, 단 한번 1950년 리바롤상을 받았다. 생계가 어려워 그 상이 아니면 노숙자가 되었을 것이라고 한다. "인간은 무엇을 시도하든, 조만간 후회하게 될 것이다" 작가의 어머니가 한 말이다. 환상을 가지기에 부적절한 성정이 대..

놀자, 책이랑 2021.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