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책이랑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책 읽기와 글쓰기 / 홍성광 옮김

칠부능선 2021. 10. 11. 11:22

  번역가를 보고 산 책이다. 일면식은 없지만 페북 글을 보고 주목하게 되었다.

  (2013년 4월에 초 판 1쇄 발행했고, 2020년 12월에 2판 1쇄를 발행했다.)

  14쪽에 걸친 해설이 책 내용을 잘 안내한다.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작품 중에서 책 읽기와 글쓰기를 발췌한 것이다.

독설이 서서히 부드럽게 스며든다. 

  "앞으로 나의 글을 출판할 때 단어 하나와 음절, 글자와 구둣점이라도 훼손하는 자는 나의 저주를 받으리라." 

쇼펜하우어의 이 말은 자기 글에 대한 자존감의 끝판이다. 이렇게 말 할 수 있는 글을 써야 하는데...

  니체는 쓰기에 앞서 사고를 많이 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아포리즘 형식으로 글을 쓰며

  "피와 잠언으로 글을 쓰는 자는 그 글이 읽히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암송되기를 바란다. 산에서 산으로 갈 때 가장 가까운 길은 봉우리에서 봉우리로 가는 것이다. "

  훌륭한 산문을 쓰기 위해서는 시구, 이미지, 리듬, 운을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독창성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이른다. 언제든 아무 쪽이나 열어 숙독할 만하다.

물론, 그때는 맞고 지금은 아닌 것도 있지만 매력이 많은 책이다. 

 

 

* 제목의 중요성

 장황한 제목, 아무 내용 없는 제목, 불명확하고 모호한 제목, 또는 독자를 오도하는 잘못된 제목은 좋지 않다. ... 

그러나 이중에서도 가장 나쁜 것은 도용한 제목, 즉 이미 다른 책에서 그 이름으로 나온 제목이다. 왜냐하면 첫째로 그것은 표절이기 때문이고, 둘째로 저자에게 독창성이 완전히 결여되어 있음을 가장 설득력 있게 증명해 주기 때문이다.

(48쪽) - 쇼펜하우어

 

* 어리석음은 인간의 권리다

 괴테도 색채론 분야에서 딜레탕트였다. 그에 관해 여기서 한 마디 하겠다!

 인간은 어리석고 열등해도 괜찮다. "어리석음은 인간의 권리다. " 반면에 어리석고 열등하다고 말하는 것은 범죄이고, 좋은 풍습과 온갖 예절을 깨뜨리는 불쾌한 행위다. ...  괴테의 색채론의 운명이란 독일 학계의 부정직 또는 완전한 판단력 결여의 엄연한 증거임을 말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두 가지의 고상한 특성이 이 경우 서로에게 도움을 주었을지도 모른다. (145쪽) - 쇼펜하우어

 

* 산문과 시

  산문의 위대한 대가들은 공공연히 그랬든 또는 다만 비밀리에 그랬든, '침실'을 위해서든 항상 시인이기도 했다는 사실을 주목하라! 정말이지 우리는 시와 대면할 때만 좋은 산문을 쓸 수 있다! 산문은 시와 끊임없이 점잖은 전쟁을 벌이기 때문이다. 산문의 온갖 매력은 부단히 시에서 벗어나고 시와 모순된다는 데 있다. (246쪽) -니체

 

* 읽기와 쓰기에 대하여

 나는 모든 글 중에서 자신의 피로 쓴 것만 사랑한다. 피로 써라. 그러면 그대는 피가 정신임을 알게 될 것이다.

 남의 피를 이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글을 읽은 게으름뱅이들을 미워한다. 

 독자를 아는 자는 독자를 위해 더 이상 아무 일도 하지 않느다. 100년이나 된 독자라면, 그 정신 자체는 악취를 풍길 것이다. 

 누구나 읽는 것을 배우게 되면 결국에는 쓰는 것뿐만 아니라 생각마저 썩고 말 것이다.  (255쪽) -니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