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책이랑

문학의 길 역사의 광장 / 임헌영과의 대화 대담 유성호

칠부능선 2021. 10. 25. 10:11

 

내가 살아보지 못한 시간과 내가 살아 낸 시간이 생생하게 펼쳐있다. 

역사의 광장에서 문학은 어떠했는지... 

'어둠을 뚫고 새로운 시대를 일깨워주는 새벽의 전령사인 갈리아의 수닭' 처럼 외치는 소리에 귀를 세운다. 

 

"천학비재지만 저는 국립대학을 세 군데(서대문, 광주, 대구교도소)나 다닌 데다 남들이 상아탑에서 연구비 나오는 논문 쓰느라고 바쁠 때 저는 민주화와 통일운동의 현장을 떠돌며 두 문제연구소(역사문제연구소와 민족문제연구소)에 몸담아 '문제전문가'로 스펙을 쌓았습니다."  - 2021년 9월 임헌영 초대글 중에서

 

임헌영 선생님은 어떤 상황에서도 유머를 놓지 않는다. 썰렁할 때도 있지만 우리의 웃음을 자아내는 데 성공한다.

서슬퍼런 시절에 "오늘 우리는 '체'에서 벗어나기로 한다"는 '으악새 선언'의 위트을 보면 주변인들도 모두 대단하다. 

오래 전, 리영희 선생님과의 대담집 『대화』가 떠오른다. 그때보다 잘 읽힌다.

역사의 증인으로 책임을 다한 기록이다. 

 

유성호  나뉘면 전쟁은 피할 길이 없는데, 그 함정이 미, 소, 일의 간계와 흥정게임이었음을 알고 나면 역사교육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절감하게 됩니다. 그런 세계사를 감안하면 그 뒤의 한국전쟁은 피알 수 없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96쪽)

 

임헌영  그렇지요. 분단 자체가 생살을 찢어 생긴 상처이기에 무슨 탈이든 나게 되어 있어요. 한국전쟁으로 스탈린은 미국의 시선을 잠시 동북아시아로 집중시켜 불안정한 동유럽의 공산정권을 확립할 기회를 얻었고, 미국은 한반도 남부에 영구기지를 얻었을 뿐만 아니라 막대한 이권을 챙겼습니다. 중국은 1949년 갓 성공한 인민공화국의 위력을 세계에 과시했고, 타이완은 장제스의 독재체제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가장 큰 이득을 얻은 것은 일본이지요. 패전 후의 페허에서 벼락부자로 둔갑할 수 있었던 데다 제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가로서의 역사적인 죄의식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일본은 독일처럼 전쟁범죄 국가로서의 역사청산을 하지 않고도 여태까지 큰소리 치고 있습니다. (98쪽)

 

유성호   선생님이 들려주시는 인물들은 어째 하나같이 다 진기명기입니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분들 같지가 않고 어디 따로 계시는 신비한 존재들 같기만 해요.  선생님과 가까이 지내셨던 다른 운동가들 이야기도 원 없이 들어봤으면 좋겠어요.  (298쪽)

 

임헌영  조정래 소설 『허수아비춤』서문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진정한 작가이길 원하거든 민중보다 반발만 앞서 가라. 한 발은 민중 속에 딛고, 톨스토이의 말이다. 진실과 정의 그리고 아름다움을 지키는 것이 문학의 길이다. 타골이 말했다. 작가는 모든 비인간적인 것에 저항해야 한다. 빅토르 위고의 말이고, 노신은 이렇게 말했다. 불의를 비판하지 않으면 지식인일 수 없고, 불의에 저항하지 않으면 작가일 수 없다. 나랏일을 걱정하지 않으면 글이 아니요. 어지러운 시국을 가슴 아파하지 않으면 글이 아니요, 욣은 것을 찬양하고 악한 것을 미워하지 않으면 글이 아니다. 다산 정약용의 말이다" (557쪽)

 

유성호   지금 인류는 코로나19로 대재앙을 맞고 있습니다. 누가 보더라도 이건 단순한 역병의 차원을 넘어 인류의 역사를 바꿀 것 같은데, 이에 대한 짤막한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임헌영  철학자 중에서 가장 선량했던 스피노자가 기독교와 유대교에서 모두 파문당했을 때 받은 형벌이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거나 식사 금지에, 모든 사람들과 2미터 이상 떨어져야만 한다는 것이었어요. 이 대재앙은 전인류에게 이와 똑같은 '고슴도치의 법칙'이란 굴레를 씌워버렸다는 의미에서 마치 천지신명이 전 인류에게 내린 파문선고로, 이제 인류는 지구의 지배자로서의 자격 박탈이라는 위기를 느낍니다. 만물의 영장으로 누려왔던 지난 수만 년에 걸쳐 쌓아온 인류의 업적이 무기력해지는 순간이지요. 이 해괴한 바이러스는 '욕망하는 기계'인 돈벌레로 인간을 변신시킨 신자유주의 경제체제가 지닌 온갖 병폐를 그대로 드러내주어 선진국일수록 더 허둥대는 꼴볼견을 노정시켰습니다.  (692쪽)

 

임헌영   한국과 세계가 직면한 위기는 크게 보면 네 가지로 다가옵니다. 첫째는 자연재앙이 가져올 인류 존망의 위기, 둘째는 핵무기와 과학이 빚은 인간 절명의 위기, 셋째는 인간성의 파괴로 말미암은 인간 소멸의 위기, 넷째는 정치인들이 자초할 인류 생존권의 위기입니다. 이중 보통사람들이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건 마지막 네 번째인 정치 바로잡기입니다. 이것만 잘 되면 앞의 것은 자동적으로 해결됩니다.  (694쪽)

 

                                           

700쪽 분량의 대담을 소개하는 <출판기념대담>

귀한 사진과 동영상 자료도 너무 편하게 듣는 게 미안스러울 지경이다.  

 

https://www.minjok.or.kr/archives/123128

 

 

[출판기념대담] 『문학의 길 역사의 광장』 – 문학가 임헌영과의 대화 (10.20)

온라인 생중계 바로가기

www.minjok.or.kr

임헌영 선생님, 유성호 평론가님, 한길사 김언호 대표님 고맙습니다. 

2부도 기대됩니다. 

 

 

 

 

                                           황송하게 받아서 다소곳이 읽었다.

                                                     출중한 기억력과 총기에 감탄하면서...

 

 

 

11월 3일 

<한국산문>김미원 선생이 톡을 보내왔다.

책 읽다가 내 이름이 있어 반갑다며 .... 오래 전 '인도 인문학기행'을 함께한 인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