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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 / 이산하

수의 이산하 며칠째 눈이 내려 수의처럼 세상을 계속 덮는다. 나는 내가 몇 초 뒤에 뭘 생각할지도 모르고 내가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죽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죽을 때를 알아 4년 전부터 수의를 짜고 마침내 그날이 와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나눠준 ‘백 년 동안의 고독’ 속의 아마란타처럼 나는 아직 수의를 짜지도 못하고 설령 그날이 와도 내가 가진 것이 없으니 먼지 같은 내 여윈 살 외에는 나눠줄 수가 없구나. 다만 아마란타처럼 내 많은 지인들이 먼저 죽은 이들에게 보낼 고해성사 편지를 써오면 내가 차질 없이 전해주겠다는 약속만은 꼭 지키리라. 수의가 세상을 돌돌 말아 관 속에 넣고 못을 박는다. * 인문교양 월간지 '이산하 시인의 짧은 시' 연재(2020.11)

시 - 필사 2021.09.28

세여자 / 조선희

1920년, 청계천으로 여겨지는 개울물에 발을 담그고 있는 세 여자의 사진에서 이야기가 시작한다. 허정숙, 주세죽, 고명자 세 여자는 무산자계급 해방에 일생을 바칠 것을 맹세하며 혁명활동가 임원근, 박헌영, 김단야와 동지적인 부부가 된다. 그러나 혹독한 시대의 부침에 부부의 의리와 인연을 끝까지 이어가지는 못한다. 상해와 경성, 블라디보스톡, 모스크바, 뉴욕, 타이페이, 남경, 무한.... 등지를 오가며 사회주의 혁명의 길을 걸었다. 세 여자의 시대를 앞서가는 자유로운 영혼과 치열한 삶에 경의와 애도를 보낸다. * 마르크시즘의 시작은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우정이었다. 또한 볼세비키의 뿌리는 1825년 차르체제에서 귀족 중의 귀족인 근위대 청년장교 신분으로 차르에 도전했다 총살다하거나 시베리아 유형지에서 죽..

놀자, 책이랑 2021.09.28

티하우스 1박

딸네랑 키즈팬션 티하우스에서 1박을 했다. 나는 세 번째 방문, 가족들과는 처음이다. 태경 시경이는 키스팬션이 시시할 줄 알았는데, 잘 논다. 구석구석 쥔장의 부지런한 손길이 닿아 있다. 저녁은 바베큐, 다음날 아점은 닭백숙으로 포식, 남편은 하루 동안도 많은 경험을 한 탓인지 며칠 논 기분이 든단다. 1급수가 흐르는 뒷 계곡이 일품이다. 저 바닥 데크를 옮긴 대 노역을 하고.... 쥔장이 준비해준 토종 간식, 완전 자연 방치, 태평농법으로 자란 사과나무... 승진왈 "무섭게 생긴 사과네" 시커먼 사과를 깎으니 뽀얀 속살이 나온다. "맛은 좋네" ㅋㅋ 꼴보다 맛이다. 추워서 수영은 못하고 보트놀이~ 비올때도 놀 수 있는 하우스 안 놀이터 팬션 사무실에 냥이~` 어린이 놀이도 하고 숯불 바베큐 먹고 나서 ..

낯선 길에서 2021.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