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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가 나에게 / 유안진

시詩가 나에게 유안진 아직도 모르겠어? 한번 발들이면 절대로 못 빠져나오는 사이비종교가 '나'라는 것을 받침 하나가 모자라서 이신 신神이 못되는 어눌한 말인 걸 쓸수록 배고파지는 끝없는 허기 쓰고 보면 제정신 아닌 남루뿐인 일가를 이룰 수 있다는 소설가 화가 음악가... 와는 달라서 만 번을 고쳐죽어도 일가는 못되느니 시 쓰며 인간이나 되라고 아닌가 꿈 깨게, 문여기인文如其人 잊지 말고.

시 - 필사 2021.09.08

간발 / 황인숙

간발 황인숙 앞자리에 흘린 지갑을 싣고 막 떠나간 택시 오늘따라 지갑이 두둑도 했지 애가 타네, 애가 타 당첨 번호에서 하나씩 많거나 적은 내 로또의 숫자들 간발의 차이 중요하여라 시가 되는지 안 되는지도 간발의 차이 간발의 차이로 말이 많아지고, 할 말이 없어지고 떠올렸던 시상이 간발 차이로 날아가고 간발의 차이로 버스를 놓치고 길을 놓치고 날짜를 놓치고 사람을 놓치고 간발의 차이로 슬픔을 놓치고 슬픔을 표할 타이밍에 웃음이 터지기도 했네 바늘에 찔린 풍선처럼 뺨을 푸들거리며 놓친 건 죄다 간발의 차이인 것 같지 누군가 써버린 지 오랜 탐스런 비유도 간발로 놓친 것 같지 간발의 차이에 놓치기만 했을까 잡기도 했겠지, 생기기도 했겠지 간발의 차이로 내 목숨 태어나고 숱한 간발 차이로 지금 내가 이러고 있..

시 - 필사 2021.09.08

번개, 블친

오랜만에 미루님이 판교 능라도에서 번개를 쳤다. 분당맨과 셋이 만나 늦은 점심을 먹고, 백현동 카피방아에서 차를 마시고.... 오랜만에 회포를 풀다. 블친들과는 1박을 해야 이야기가 풀리는데, 오늘은 맛만 보는 걸로. 비오는 날 3인의 짧은 데이트, 블친도 10년 인연이 되었다. 모두 페북으로 이사가고 나만 굳세게 블로그를 지키고 있다. 예전 그대로.... 이곳이 인연의 시작이었다. 셋이 세 권의 인연 닿은 책을 주고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