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호미 김용만 여쨌든 돌은 무겁다 오랜 세월 하고 싶은 말들 가슴에 묻고 살았기 때문이다 돌멩이는 흙의 사리다 어머니는 이 세상 사리다 나는 오늘 밭에서 돌을 줍다 자루 빠진 호미 하나 주웠다 막막한 세상 얼마나 후벼 팠을까 내 정신 좀 봐 띈전띈전 저 호미 찾았을까 닳고 닳아 가벼워진 요양병원 어머니인 듯 애리다 울다 지친 눈부신 봄날 어머니가 밭 가상에 돌 던지던 소리 얼마나 깊고 아득했던가 자꾸만 호미 끝에 치이는 돌멩이들 서럽게 울어쌓는 산비둘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