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9/19 4

어머니와 호미 / 김용만

어머니와 호미 김용만 여쨌든 돌은 무겁다 오랜 세월 하고 싶은 말들 가슴에 묻고 살았기 때문이다 돌멩이는 흙의 사리다 어머니는 이 세상 사리다 나는 오늘 밭에서 돌을 줍다 자루 빠진 호미 하나 주웠다 막막한 세상 얼마나 후벼 팠을까 내 정신 좀 봐 띈전띈전 저 호미 찾았을까 닳고 닳아 가벼워진 요양병원 어머니인 듯 애리다 울다 지친 눈부신 봄날 어머니가 밭 가상에 돌 던지던 소리 얼마나 깊고 아득했던가 자꾸만 호미 끝에 치이는 돌멩이들 서럽게 울어쌓는 산비둘기들

시 - 필사 2021.09.19

날라리 추석

명절이 이렇게 할랑한 시간으로 오다니... 지난 화욜 도곡동 숙부님댁에 들러 두 분을 모시고 인천 큰고모님댁에 다녀오는 것으로 시댁 인사를 치뤘다. 97세 큰고모님은 점심을 준비해두셨다. 출근한 며늘이 회를 시키고 매운탕을 끓여놓았다. 두어 시간 옛이야기를 듣고... 어제 토욜 아들, 며늘과 딸네 식구가 왔다. 아들이 주문한 물회와 회로 점심을 먹었다. 센 값이 용서될 정도로 충분히 맛있다. 아무 것도 하지 말라는 당부를 받았지만, 아이들을 위해 갈비찜을 해 놓았는데 예상대로 태경, 시경만 먹었다. 조카딸들이 와서 모두 오랜만에 얼굴을 보고, 싱글인 시누이 딸들을 보고 남편은 맘 아파한다. 큰조카는 살이 너무 빠졌다면서... 엄마 체질을 닮았다. 부모와 떨어져 있으니 나도 늘 마음은 쓰이는데 해 준 게 ..

허 시인과 서행구간

금욜, 오래 전에 약속해둔 만남이다. 늘 말인사만 건네다가 실천. 곤지암 허정분 선생님과 퇴촌 윤 시인을 만나 쌀국수로 점심을 먹고, 서행구간에 갔다. 서행구간은 세 번째다. 윤 시인이 이 서점 자리가 예전에 슈퍼였다는 것을 기억하며 반가워한다. 서점 오픈 1년이 넘었단다. 열렬한 시간의 흔적들... 70세인 허정분 시인, 생각했던 그대로의 품성인데 농사를 지으면서도 참 고우시다. 글로 오래 만난 사리라서 인지 금새 솔직한 이야기가 줄줄 나온다. 내게 가졌던 인상이 '다른 세상'에 사는 것 같은 평안함이라고 한다. 그거 좋은 게 아니라고 하니, 그것이 위로가 되었다고 한다. 험한 시간을 험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내 '눈치없음'을 돌아봤다. 윤일균 시인이 페북에 올린 사진을 데려왔다. https://ww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