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8 32

단풍객잔 / 김명리

37년 시력詩歷의 김명리 시인이 그동안 써놓은 산문을 모았다. '적막이 대들보이고 풀과 꽃과 나무가 서까래인 산골집에서 겨울 고라니에게는 풋것을, 청설모와 다람쥐와 새들에게는 알곡을, 길고양이들에게는 잠자리와 사료와 비린 것을 내어주며 산다.' 이 산골에서 생명은 같은 무게를 가지고 있다. 산골뿐 아니라 9장의 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디서건 작고 여린 생명들의 이름을 부르며 인간과 같은 위치에 둔다. 카트만두, 포카라, 페와호수, 마차푸차레, 파슈파티나트 사원 ... 2006년, 내가 걸었던 곳을 그리며 가슴이 울렁거렸다. 2부 죽음을 맞는 과정이 극진하여 삶의 누추를 벗는다. 모든 생명에 대한 연민이 연민으로 끝나지 않고, 행동으로 이어지는 모습에 경애심이 든다. 단정한 매무새가 그려지는 맑은 영혼의 시..

놀자, 책이랑 2021.08.31

작은 완성을 향한 고백 / 이면우

작은 완성을 향한 고백 이면우 술, 담배를 끊고 세상이 확 넓어졌다 그만큼 내가 작아진 게다 다른 세상과 통하는 쪽문을 닫고 눈에 띄게 하루가 길어졌다 이게 바로 고독의 힘일게다 함께 껄껄대던 날들도 좋았다 그 때는 섞이지 못하던 뒤꼭지가 가려웠다 그러니 애초에 나는 훌륭한 사람으로는 글러먹은 거다 생활이 단순해지니 슬픔이 찾아왔다 내 어깨를 툭 치고 빙긋이 웃는다 그렇다 슬픔의 힘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한다 이제는 내가 꼭 해야 할 일만을 하기로 했다 노동과 목욕, 가끔 설겆이, 우는 애 얼르기, 좋은 책 읽기, 쓰레기 적게 만들기, 사는 속도 줄이기, 작은 적선, 지금 나는 유산상속을 받은 듯 장래가 넉넉하다 그래서 나는 점점 작아져도 괜찮다 여름 황혼 하루살이보다 더 작아져도 괜찮다 그리..

시 - 필사 2021.08.30

나는 배웠다 / 유영만

쉽게 잡은 책인네 너무 쉽게 읽힌다. 사진과 함께 블로그에 올렸던 글일 듯하다. 말맛을 살린 말놀이가 재미있다. '나는 '사막沙漠'에서 '인생 사막四幕'을 배웠다 나는 '니체'에게서 '나체'를 배웠다 비움에서 배움을, 앞산에서 먼 산을, 사고事故에서 사고思考를 ... ' * 내가 어디로 걸어가야 될지를 알려주는 방향은 밖에서 누군가가 가르쳐주어서 알게 되는 것이 아니다. 방향은 내면에서 잠자고 있는 욕망의 물줄기를 찾아 밖에서 안으로 마중물을 부어줄 때 펌프에서 물이 솟아나오는 것처럼 내가 찾아서 간절하게 원할 때 비로소 다가온다. (26쪽) * 가장 듬직한 보험은 책상머리에서 머리로 때달은 관념적 지식이 아니라 일상에서 넘어지고 자빠지고 엎어지면서 몸에 각인된 지울 수 없는 체험이며 이것이 가장 효력을..

놀자, 책이랑 2021.08.29

독서 / 윤오영

독서 윤오영 독서는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다. 우선 인생체험이란 한 면만 예로 생각해보자. 20년의 체험은 40세를 못 따르고 40, 50년의 체험은 70, 80세를 못 당할 것이다. 그러므로 장자(莊子)도 소년(少年)은 대년(大年)을 못 따른다고 했다. 그러나 인간이 장수를 한들 몇백 년을 살 것인가. 수백 년 수천 년의 체험은 오직 독서를 통해서만 얻을 것이니, 연령이 문제가 아니라 독서가 문제인 것이다. 책이 너무 많아 일생을 읽어도 부족하다고 걱정할지 모른다. 그러나 내 눈을 꼭 한 번 거쳐야 할 필요가 있는 서적이란 50, 60권이면 족하다. 그중에도 다시 추리면 열 손가락을 넘지 아니할 것이다. 박학다식이니 박람강기(博覽强記)니 하여 널리 알고 많이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산문 - 필사 + 2021.08.28

협력하는 괴짜 - 이민화

마을버스 임택 대장의 코긱스 모임에 참여하기 전에 필독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 맞추기다. 글자는 읽으면서도 입력이 안 되는 부분도 많았다. 그럼에도 책장을 넘기다 보니 무릎을 칠 부분도 있다. 든든한 마음까지. 6장, 핵심 정리다. 아들에게 줘야겠다. * 일자리에서 일거리로 공유경제는 일자리를 일거리로 대체시키고 있다. 기업에 소속된 직업이 전문적 기능을 갖춘 업의 프리랜서들로 대체된다는 '긱 경제Gig Economy'가 등장하고 있다. 바로 이 책 『협력하는 괴짜』의 단초가 된 개념이다. 원래 '긱Gig'은 무대 공연을 뜻하는 의미로, 역량을 갖춘 연주자가 단기로 계약하는 것을 말한다. ... 전문가를 쉽게 찾을 수 있는 초연결의 작은 세상에서 신뢰와 명성이라는 사회적 공유 자산은 물적 소유 자..

놀자, 책이랑 2021.08.28

1일 2카페

후배가 맛집이라며 위례 '헬로 미켈란'에 초대했다. 선배님과 후배님, 3인 회동. 오래 전 이 카페 오픈해서 바로 온 적이 있다. 친구들과... 그때는 특별히 맛있다는 생각은 못했는데. 어느 덧, 맛집이 되어 번창하고 있다. 공간이 쾌적하고 맛도 좋다. 세 가지를 먹었는데... 첫 번 것만 찍었네. 또 30분쯤 달려서 판교대왕로에 있는 '도넛 드로잉'이라는 카페. 어쩜 이리도 사람이 많은지... 넓은 공간을 다 채우고 있다. 집콕에 한계가 온 것 같다.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 박완서

박완서 선생님이 돌아가시기 6개월 전에 나온 산문집이다. 책머리말에 "또 책을 낼 수 있게 되어 기쁘다. 내 자식들과 손자들에게도 뽐내고 싶다. 그 애들도 나를 자랑스러워 했으면 좋겠다. 아직도 글을 쓸 수 있는 기력이 있어서 행복하다. ... " 향년 78세, 마음이 절절히 다가온다. * 내가 다시 마음으로부터 우러나는 웃음을 웃게 될 줄이야, 아마 외아들을 잃은 지 삼 년쯤 될 무렵이었을 것이다. 참척의 고통을 겪으면서 내가 앞으로 마음으로부터 우러나는 웃음을 웃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내가 잃은 기둥에 비해 그 아이는 겨우 콩꼬투리만 하였으나 생명의 무게에 있어서는 동등했다. 생전 위로받을 수 없을 것 같은 슬픔이 새로운 생명에 의해 위로받고 있다는 사실에 나는 속수무책이었다. (57쪽) * 장..

놀자, 책이랑 2021.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