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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 / 박경리

천성 박경리 남이 싫어하는 짓을 나는 안했다 결벽증, 자존심이라고나 할까 내가 싫은 일도 나는 하지 않았다 못된 오만과 이기심이었을 것이다 나를 반기지 않는 친척이나 친구 집에는 발검음을 끊었다 자식들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실은 일에 대한 병적인 거부는 의지보다 감정이 강하여 어쩔 수 없었다 이 경우 자식들은 예외였다 그와 같은 연고로 사람 관계가 어려웠고 살기가 힘들었다 만약에 내가 천성을 바꾸어 남이 싫어하는 짓도 하고 내가 싫은 말도 하고 그랬으면 살기가 좀 편안했을까 아니다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내 삶은 훨씬 더 고달팠을 것이며 지레 지쳐서 명줄이 줄었을 것이다 이제 내 인생은 거의 다 가고 감정의 탄력도 느슨해져서 미운 정 고운 정 다 무덤덤하며 가진 것이 많다 하기는 어려우나 빚진 것도 빚 ..

시 - 필사 2021.08.10

밤 산책

일주일만에 문밖을 나갔다. 아, 그러고보니 내가 집순이 기질도 다분했던거다. 책읽고, 눈 아프면 영화보고, 청탁받은 글을 계속 생각하고 ... 지난 주에 친구가 잠깐 다녀가고, 그것도 떡이랑 화분을 문앞에서 주고 갔지만. 전혀 심심하거나 답답하지가 않았다. 어제 이종동생과 통화 중에 집콕 중이라니까, 언니, 그러면 안 된다고 했다. 바람도 쏘이고 땅을 밟아야 한다고. 저녁 먹고 그 생각을 떠올리며 벌떡 일어나 탄천에 나갔다. 아, 그런데.... 사람 물결이다. 얼른 자주 안 다니던 판교쪽으로 방향을 꺾었다. 그곳도 마찬가지다. 모두들 바람이 그리운 게다. 해바라기야, 해가 없어서 그러니. 왜 이리 추레해보이니. 까짓 해 따위 따라다니지 말지 그래. 소나무 숲길이 우리집 가까이에 있다. 내 정원이라 생각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