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은 날기 위해 울음마저 버린다' 세상에나, 제목에 울컥 목이 멘다. 이런 비장함 없이 글을 쓰는 내게 이 시집은 죽비다. 김용만 시인이 등단 34년만에 낸 첫 시집이라는 것도 저릿이다. 품고만 있었는가, 아니 시 자체로 살고 있었던가. 깊은 눈 시인은 삶이 시다. 새들은 날기 위해 울음마저 버린다 새들은 날기 위해 쉴 참마다 머리를 산 쪽에 둔다 가벼워지기 위해 뇌의 크기를 줄이고 뼛속까지 비운다 쉽게 떠나기 위해 움켜쥘 손마저 없앴다 새들은 쉴 참마다 깃털을 고르고 날면서도 똥을 싼다 자유로이 떠니기 위해 깃털 하나만큼 더 가벼워지기 위해 오늘은 먼 길 떠나려나 (29쪽) 맨날 그럽니다 소양에 온 지 삼 년 오늘은 꼭 책상에 앉아야지 하다가도 또 호미 들고 나섭니다 맨날 그럽니다 누구는 시집이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