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 23

천지간 소통

새로운 경험치고는 너무도 난감하다. 어제까지 음성이었던 친구가 밤새 열나고 아파서 서울대병원 응급실에서 거부당하고 코로나 검사 다시 받아 음성이 나왔단다. 나 만난 다음 날 만난 언니도 양성, 다행히 언니는 무증상이라고 한다. 친구와 친구언니는 병원으로 간단다. 정말 민망하다. 해마다 서로 생일을 챙겨주는 중딩 친구다. 깔끔쟁이 친구라서 5인실이 괴로울 듯, 걱정된다. 첫 밤을 보내고 아침에 엑스레이 찍는데 나 혼자다. 조~용한 복도를 지나 방송을 듣고, 전화로 지시를 따른다. 혈압과 체온, 산소포화도를 하루에 두 번씩 체크한다. 앱으로. 엑스레이 검사 결과는 좋지 않으나 증상이 없다니 조금이라도 이상있으면 바로 연락하라고 한다. 카톡과 페북.. 블로그가 열려있고, 안 쓰던 노트북을 가져와서 쓰려니 버벅..

세상에나 --- 코로나 양성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421/0005406869?sid=001 서울시의원 가족 코로나 확진…서울시-시의회 비상(종합) (서울=뉴스1) 전준우 기자 = 서울시의원 가족 중 1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10일 오후 예정된 본회의가 취소됐다. 10일 서울시와 시의회에 따르면 A의원의 가족 n.news.naver.com 오중석 시의원입니다. 먼저 좋지 않은 소식으로 인사드리게 되어 송구합니다. 안타깝게도 저는 6월 10일 3시에 코로나 양성판정되었습니다. 언론에서 접하신 것처럼 저로 인한 전파자로 국회가 셧다운 되고 서울시의회 본회의도 연기되었습니다. 저로 인해 많은 분들이 불편과 불안과 업무 차질을 겪게 되어 이루 말할 수 없..

노자가 옳았다 / 도올 김용옥

주옥같은 말씀이라 주르륵 못 읽고 한참 걸렸다. 다 읽고 나니 우리 엄마의 어록이 에서 기인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 옛날 엄마가 노자를 읽었을리만무인데... 모든 도는 통하는 것이라 그런가. 그러고 보니 내가 쓴 글 중에서 노자 바탕이 꽤 된다는 것을 알았다. 생각이 비슷해서 그럴 수도 있고, 암암리에 세뇌되어서 그럴수도 있다. 구체적 실체 없는 노자나, 노자 연구자가 표절이라며 시비걸일 없으니 맘 편해지는 걸로. 세상에 빚지지 않은 게 없다. 어제 오후에 코로나 백신을 맞았다. 일주일 전에 맞은 남편이 암시랑도 않았으니 나도 걱정하진 않는다. 마음 내려놓고, 아니 비워두고 편안해지는 데는 노자가 최고다. 위로가 된다. 내가 나를 칭찬할 근거까지 된다. 동서양 철학을 섭렵했다는 도올의 50년 고투의 결정..

놀자, 책이랑 2021.06.08

인간이 그리는 무늬 / 최진석

인간이 그리는 무늬 - 멋대로 해야 잘할 수 있다 어떤 특정한 이념을 정해 놓고, 그것을 보편적이라거나 객관적이라는 평가를 하면서 기준으로 사용하는 일은 사회를 구분하고 배제하고 억압할 수 있기 때문에 결국 폭력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가치론적 기준을 근거로 해서 세계와 관계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지요. 중국의 철학자 노자가 보기에 모든 가치는 중립적입니다. 그런데 공자에 따른 문명은 어떤가요. 禮라고 하는 특정 교화체계를 저기 높은 곳에 걸어 놓고, 백성들을 모두 거기에 통합시키려고 하지요. 통합적 욕구가 발산하는 이런 가치를 진정한 가치로 아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 노자가 하고자 하는 말입니다. 노자는 기준이 비록 선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기준으로 행사되는 한 폭력을 잉태하는 장치일..

산문 - 필사 + 2021.06.07

통 큰 아내 / 권영옥

통 큰 아내 권영옥 빼내다와 관계되는 연상 언어에는 진절머리가 들어 있다 참나무 뿌리와 뿌리 사이에 작은 바위가 끼어있어 죽어가는 노인의 억지 과신처럼 아내의 발부리가 시커멓게 주저앉는다 뽑아내고 빼내야 한다는 한 생각이 한계에 다다를 즈음 고통은 죽음과 연결된다는 걸 안다 함백산 아랫동네에 사는 노인이 겨울을 나는 동안 눈바람이 되셨다. 영정 앞에는 가족과 가족의 합의 없이 만난 한 여인이 다리를 뻗친 채 울고 계신다. 여기에 오기 전 그녀는 참나무에 제 식의 조등을 걸어놓고, 붉은 가넷반지 위에 검은 눈물을 떨어뜨리셨다. 느슨해진 부부 속에 끼어들어 그녀가 화염방사기로 한 가슴을 새까많게 태우셨다 빈소의 촛불이 광기로 출렁이던 그때처럼 이글이글 한 지점을 향한다 불나방의 굴광성을 본 아내는 바닫을 꽉..

시 - 필사 2021.06.07

육감 / 이정록

육감 이정록 출발점이 중요하다며 아빠는 우리 관계를 무시한다 첫 만남이 수준 떨어지게 오락실이 뭐냐며 피시방이라고 게임하다가 만난 게 아니라 수행평가 때문이라고 몇 번을 말해도 이상한 눈으로 혀를 찬다. 아빠는 한 핏줄이라서 육감적으로 안다며 용돈이 넘쳐나서 오락실까지 다니다고 엄포를 놓는다. 살이 맞닿는 우산 하나로 엄마를 꼬신 아빠는 육감부터 사랑일 시작된 까닭에, 그때 그 짜릿한 감촉이 이성 교제의 잣대가 됐다. 다 너를 위해서 충고한다는, 라떼는 비닐우산처럼 뒤집히지도 않는다. 하여튼 출발점이 중요하다. -웹진 《문장》 2021년 6월호

시 - 필사 2021.06.07

미리 생일

담주 내 생일을 당겨서 토욜 식구들이 모였다. 아들네는 숙성회, 딸네는 회, 아구찜을 준비해 왔다. 며늘은 물김치를 담아오고, 화장품과 건강식품을 잔뜩 가져오고, 딸은 샌들을 선물했다. 맘에 쏙든다. 아들은 피곤해서 입술이 부르트고, 며늘은 내일 부산 놀러간다고 해서 일찍 보냈다. 비건인 아들내외가 가고, 지난 번 선물받은 오겹살을 구워 다시 술판이 벌어져 우리는 와인 1병, 사위는 소주3병을 마시고 잠자리에 들었다. 며늘이 주문해 온 케잌, 거듭 축하받고, 블루베리 케잌이라 맛도 좋다. 태경인 밤에 엄마한테 잔소리 듣고 운다. 덩치는 산만한데 마음은 여리다. 이제 억울한 일 있으면 울지말고 소리를 지르라고 했더니, 시경이가 형이 저한테 소리 많이 지른다며 안된다고 한다. ㅋㅋ 딸 친구가 보낸 꽃다발까지..

국경을 넘는 일 / 하태성

국경을 넘는 일 하태성 불가리아에서 세르비아로 가는 국경 길게 늘어선 입출국 검문소에서 총을 든 국경수비대의 눈빛은 삼엄하다 승용차 밖으로 여권을 내밀었다 죄를 지은 것도 없고 잘못 살아온 것도 아닌데 심장이 벌떡이고 손이 떨렸다 여기서 잘못되면 돌아가지도 못하리라 스산한 바람이 창문으로 들어오는데 좁은 통로에 난데없는 누렁이 한 마리 어슬렁거리며 국경을 넘는다 불가리아에 있는 강아지에게 젖 물리고 세르비아 국경수비대에 몸을 비벼댄다 여권 없이도 국경을 넘나든다 사람들이 가로질러 놓은 경계는 개들에게는 무용지물이다 개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선이다 개들에게만 있는 권리이다 오로지 사람들에게만 있는 여권 오로지 사람들에게만 있는 국경 오로지 사람들에게만 있는 분단 나는 단 한 번도 걸어서 국경을 넘던 기억이 ..

시 - 필사 2021.06.04

진부한 시 / 하태성

진부한 시 하태성 아내는 내 시가 진부하다고 한다 밥 먹다가도 티브이를 보다가도 젊은 사람드의 정서와 맞지 않다고 영화를 보다가도 타박을 늘어놓는다 60년대 농촌 이야기라고 70년대 공장 이야기라고 삶의 질이 바뀌고 생활이 윤택해졌는데 아직도 잘린 손가락과 공장에서 쫓겨난 이야기뿐이라고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인데 정보의 바다를 건기도 헤엄치기도 버거운데 아직도 진부한 노동자의 이야기와 농부들의 이야기뿐이라고 돈만 있으면 두 시간이면 서울에서 부산을 가고 유럽도 별나라도 어디든지 갈 수 있는데 아직도 잘린 손가락과 해도당한 노동자 얼굴 그려가며 귀동냥 풍월로 남의 이야기만 시대의 양심처럼 오래한다고 돈도 되지 못하고 시대의 양심은 더더욱 되지 못하는 잘려나간 손가락이 없어지고 해고 위협에..

시 - 필사 2021.06.04

사람들에게 묻는다 / 하태성

사람들에게 묻는다 하태성 작가회의 신인작가상을 수상한 내 친구 '이설야' 시인은 작가가 되기 위해 잉크젯 프린터 두 대를 작살내며 열심히 시를 썼다 신인상 시상식에서 시인이 되려면 그렇게 하라고 치열하게 글 쓰라며 고마운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가 잉크젯 프린터 두 대를 작살내고 신인상에 당선 되는 세월 동안 나는 두 번 이혼하고 세 번 결혼했다 그녀가 자판 앞에서 수려한 탈고를 하는 돌안 내 인생은 어수룩한 문장처럼 두 번 탈바꿈되었고 세 번째 인생 또한 흐릿하다 사람들에 묻는다 누가 더 치열하게 살았나? 누가 더 詩的으로 인생을 노래했는가? (시집 에서)

시 - 필사 2021.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