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독 철학자 한병철이 땅에 꽃나무를 심고 가꾸며 쓴 3년동안의 정원일기다. 휠더린의 시와 슈만의 음악이 함께 흐른다. 땅의 예찬이 무에 새롭겠는가, 그럼에도 순수한 청년스러움에 푹 빠져든다. * 한국에서 미선나무 군락지는 일종의 천연기념물로 보호를 받는다. '나무 Namu'란 한국어로 '나무Baum' '미선'은 한국의 전통부채를 가리킨다. 꽃이 부채 모양이어서 미선나무라는 이름이 되었다. 아름다운 이름. 내게 아들이 있다면 이름을 '나무'라고 지을 것이다. 딸이 있다면 '미선' 또는 '나비'라고 지을 것이다. (56쪽) * 나는 그늘을 좋아하는 꽃들을 몹시 사랑한다. 내 이름 '병철'은 밝은 빛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그림자가 없다면 빛은 빛이 아니다. 빛이 없이는 그림자도 없다. 그림자와 빛은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