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사람이랑 857

40년 만에 만난 선생님

중학교 2학년때 담임선생님을 찾아 뵈었다. 그때 같은 반 친구 둘과 함께. 정년퇴임하시고 김포에 절을 지으시고 스님이 되셨다. 77세 되신 선생님은 예전보다 더 맑은, 아기같은 얼굴이다. 국어 선생님답게 세상 일에 어눌해 보이는데...... 선생님 총각 때는 23년 동안 가톨릭 신자로 세례명은 바오로셨단다. 그런데 사모님과 결혼을 하면서 불교에 입문하셨단다. 두 분이 동국대 불교학과를 나오시고, 계속 준비를 하고 있다가 정년퇴임하고 머리를 깎으셨단다. 두 분 모두. 선생님은 이름만 주지스님이고, 실제 일은 사모님이 다 하신단다. 선생님 마음 속에는 부처님도 있고 예수님도 있고~ 모두 하나라고 하신다. 얼마 전에는 가톨릭 행사장에도 다녀오시고. 선생님과 사모님의 호 한자씩을 따서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참..

문상을 다녀와서

온양 큰댁에 당숙님깨서 올해 90세로 먼길을 가셨다. 위독하다는 말씀 듣고 서울 병원에 오셔서 문병 다녀온지가 10 여년은 족히 되었는데, 이제사 돌아가신 거다. 온전히 자리 보존한 것이 4년 되었다고 한다. 내가 시집 가서 처음 아버님 사촌계에 간 것이 이, 온양 큰댁이다. 마당 넓은 한옥에 정갈한 음식하며, 두 분 인품이 참 좋아보였다. 그 후 집집마다 돌면서 치르던 아버님의 사촌계는 몇 해 지나 음식점으로 돌더니... 이젠 모두 연로하셔서 그만이 되었다. 91세인 당숙모님은 병수발로 기진하신 모습이었는데, 오늘 뵈니 맑은 얼굴이다, 어제부터 장례식장 바로 옆 방에서 잡숫지도 눕지도 않으신다. 앉아 계시는 모습이 아직도 기품이 있으시다. 내가 손을 잡고 곁에 앉으니 가서 뭐 좀 먹으라며 등을 떠민다...

배운다

어제 거실에 앉아 마늘을 까다가 남편에게 부엌에서 대접을 하나 갖다 달라고 했다. 이 아자씨가 접시를 가져온다. 그거 말고 국 담아 먹는 그릇, 그러니까 이번엔 밥공기를 가져온다. 내참... 그릇이 다 그게그거 같다나... 며느리 한테 어제 일을 얘기하며 시아버지 흉을 보니 "아유 귀여우셔라" 이러는 거다. "오빠는요. 제가 밖에서 빨래 좀 널어달라고 하니까 세탁기에서 꺼내서 털지도 않고 척척 걸쳐놓은 거 있죠. 어찌나 귀여운지. " 내참... 우리 며느리는 '귀엽다'는 말 뜻을 제대로 알고 쓰는 건지 의심스럽다. "오빠는요~ " 이러면서 시작하는 제 남편 자랑은 듣기만 해도 흐믓하다. 이처럼 짜증내야할 일 조차도 귀엽다며 자랑(?)을 하니... 아직도 며느리 눈엔 콩깍지가 안 벗겨진 게다. 난 어머니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