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사람이랑

40년 만에 만난 선생님

칠부능선 2009. 8. 18. 14:19

 

 

중학교 2학년때 담임선생님을 찾아 뵈었다.

그때 같은 반 친구 둘과 함께.

정년퇴임하시고 김포에 절을 지으시고 스님이 되셨다.

77세 되신 선생님은 예전보다 더 맑은, 아기같은 얼굴이다.

국어 선생님답게 세상 일에 어눌해 보이는데......

 

선생님 총각 때는 23년 동안 가톨릭 신자로 세례명은 바오로셨단다.

그런데 사모님과 결혼을 하면서 불교에 입문하셨단다.

두 분이 동국대 불교학과를 나오시고, 계속 준비를 하고 있다가

정년퇴임하고 머리를 깎으셨단다. 두 분 모두.

선생님은 이름만 주지스님이고, 실제 일은 사모님이 다 하신단다.

선생님 마음 속에는 부처님도 있고 예수님도 있고~

모두 하나라고 하신다.

얼마 전에는 가톨릭 행사장에도 다녀오시고.

 

 

 

 

 

 

선생님과 사모님의 호 한자씩을 따서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참회기도도량이라는 것이 맘에 든다.

참회할 일이 많아서 인지,..

 

 

법당 바로 옆에 있는 사택이다.

법당 건물은 겉으로만 장대하고 속은 소촐하다.

사택도 안은 검소하다. 이층 서재, 침실까지 보여주신다.

사물놀이, 민요도 배우시고, 서예는 오래 전부터 쓰고 계신다.

 

 

 

 

아기자기 정갈하게 가꿔 놓은 정원,

대문 옆에 붉은 인동꽃과 현관 앞에 보랏빛 으아리가 멋지다. 

 

 

 

 

  법당 앞에 텃밭이 실하다.

  고추와 고구마, 오이가 풍성하다.

  올때는 노각을 잔뜩 따 주셨다. 난 노각이 오이가 늙어서 되는 건줄 알았는데 씨가 따로 있단다.

  손수 가꾸신 오이로 사모님이 담은 오이지도 주셨다.

 

 

 

 

 

  김포에 오셔서 4년 전부터 경기민요를 배우신단다.

  민요 선생님이다. 오늘 우리때문에 수업을 못하셔서 잠깐 오셔서 인사를 했다.

 

 

 

 

40년 전 우리 중학교 교가를 가사 하나 빠뜨리지 않고 불려주셨다.

노래에 이어 하모니카로도 교가를 불러주셨다.

우와~~ 감동.

우리도 잊어버린 교가를.  에고.....

우리학교에만 계신 것도 아닌데. 대단하시다.

 

 

 

선생님~~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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