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사람이랑 857

미친~~

다 저녁에 문득, 시어골 친구에게 갔다. 마당에 심어놓은 갖가지 채소로 만든 셀러드, 그 위에 당귀꽃을 뿌렸다. 독특한 향에 먼저 취했다. 나를 위해 매콤하게 만들었단다. 약콩이 절반인 밥, 앙증맞은 모양새에 톡톡 터지는 것이 구수하기까지 하다. 러시아식 토마토 스튜는 처음엔 밍밍했는데 먹을수록 깊은 맛이 난다. 빗방울이 깃드는 한밤에 꽃들이 지천인 마당에서 먹은 저녁은 환상, 그 자체다. 마당 가운데는 키 큰 노란 백합이 그 진한 향으로 압도하고, 식탁 앞에는 꽃을 떨군 매발톱꽃이 씨앗주머니를 여물게 매달고 있다. 상추, 쑥갓, 샐러리, 고추, 호박, 토마토, 먹거리가 한켠에 있고, 납작 엎드린 아주가는 준비 자세다. 장미, 으아리, 산수국이 한창 이쁘다. 음전하게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제맘대로 밝아..

찔레꽃 울타리

아침 일찍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전시회 기간중에 못 봐준 꽃들이 난리가 났다고, 어서 봐줘야 한다고. 부랴부랴 점심 준비를 해놓고 나갔다. 찔레꽃과 줄장미가 팬스를 넘어 난리부르스다. 은은한 찔레향에 취한다. 마당에서 점심을 먹고, 과제물이 밀려있는 것도 잊어버리고 물을 뿌리며 놀았다. 앞마당엔 압화를 많이 했던 수레국화와 개양귀비 흐드러지고, 꽃, 꽃들 함박웃음 요란하다. 작년에 뒷마당에 지천이던 개양귀비 씨앗이 날아가서 보도불럭 사이에 꽃을 피웠다. 낭창낭창 흔들리며 피는꽃이 너니? 아랫마당에 당귀꽃 피었다. 당귀꽃을 보면 '장한 꽃' 이 생각난다. 당귀향에 온몸이 나른해진다. 취나물도 뜯고, 머윗잎도 따고, 진한 햇살에 늘어져 있는 상추, 쑥갓, 케일, 셀러리, 그늘 지고나서 물을 주니 다시 고개..

하늘을 보다

친구 작업실 뒷마당에 누워 하늘을 보다. 부신 눈을 우산으로 가리고, 진한 햇살에 아랫도리가 따끈하다. . 새소리 들려오고, 찔래꽃 향기 그윽하다. 눈을 낮춰서 바라보니 튤립도 저리 커보이네. 찻잔도 커보이고.. 내가 앞으로 지향해야 할 , 어제 읽은 구절이 생각난다. '아름다운 얼굴이 추천장이라면 아름다운 마음은 신용장이라고... ' 그누무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모든 예술의 추구하는 바라고 하지만, 자연의 아름다움을 능가할 것이 있겠는가. 잠깐씩 누리는 이런 시간으로 인해, 나는 내 삶을 견뎌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차이코프스키 이태리 기상곡 Op.45 누워서 듣는 기상곡, 예의가 아닌가 ㅋㅋ 아무려나 즐겨주는 게 어딘가. 남국의 밝은 피가 용솟음치는 듯 하다가 ...... 숙연해진다.

절반 해방

7개월 동안 4대가 한 지붕에서 북적이다가 어제 2대가 저희집으로 갔다. 이제 외할아버지와 할머니, 외증조 할아버지와 증조 할머니만 남았다. 갑자기 고령화가 된 집안은 적막모드가 되었다. 오늘 낮엔 결혼식에 다녀오고. 바로 메신저로 외손자들을 봤다. 녀석은 우리를 알아보는지 모르는지 리모콘만 가지고 띡띡대고 있다. 내리사랑은 영원한 짝사랑이다. 손자들이 오면 반갑고, 가면 더욱 반갑다더니... 아직은 눈에 어린다. 이제부터 절반이긴 하지만 해방을 누려야지. 눈을 감고, 닿아보지 않은 해변을 미리 맨발로 걷는다. Bob Martin - Salisbury Beach

완전 봄

작년에 얻어둔 꽃씨를 아직도 전해주지 못해 순성원(친구 순성이의 화원)에 갔다. 태경이 요즘은 외할머니 껌이라서 붙이고 갔다. 할머니답게.ㅋㅋ 화분들이 많은 사잇길를 잘도 걷는다. 어서 가자는 건지. 할머니 가방들고 먼저 나간다. 하우스 안이라 이곳은 완전 봄이다. 이 멋쟁이 수양벚꽃은 꽃잔치 한창이다. 철쭉은 벌써 꽃이 왔다 갔단다. 녀석이 으찌나 앵앵거리며 비싸게 구는지. 친구랑 수다는 다음을 기약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