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사람이랑 857

마침표 하나

이번 작업의 한 부분을 맡은 후배가 하다고 한다. 나는 그 징글징글 한 것의 총책이다. 2주 동안 일곱 번의 수정을 거쳐 오늘 넘겼다. 이제 내 손을 떠났다. 이 작업의 성공은 거기 얼굴이 수록된 224명에게 욕을 안 얻어먹는 것이다. 분명 누군가는 서운하고, 불만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난 최선을 다했고 다음에 있을 일은 가볍게 받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을 안다. 다시 징글징한 일이 시작될 것이지만 난 징글질글하다는 생각조차도 안 할 것이다. 이미 주어진 일은 즐거운 척, 하면서, 하는게 내 스타일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하지 않았는가. 그래서 징징대는 사람에게는 일을 맡기지 않으려고 한다. 이 못된 성깔이 나를 피곤에서 해방시키지 못하리라는것도 안다. 그러나, 사는 동안, 정신이 맑은 동안은 ..

울렁울렁

폭음을 했다. 몸이 약해진 건지 한 순간에 확, 가버렸다. 2차로 간 라이브 카페에서 그 옛날 노래를 들으며 그 시절로 돌아갔나 보다. Take me home country road , 님은 먼곳에... Cutty Sark 이라는 위스키가 너무 부드럽게 넘어갔다. 아니, 그 전에 소주를 한 병도 더 마신 듯 했지. 초저녁부터 작정하고 마신 술이 알딸딸 기분좋은 순간도 없이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머리가 어질어질한 건 참을 수 있다. 그 좋은 술을 마시고 왜 게워내냐고 했던 게 언제였던가. 마구마구 토해내고. 속이 계속 울렁울렁, 종일 물만 마시다가 저녁엔 누룽지를 해서 먹었다. 속이 좀 진정되는 듯 해서 탄천을 나가니 비가 살살 온다. 상쾌하다. 어서 정신을 차려야지. 오늘 친구 만나기로 한 약속을 연기..

오빠, 미안해요

요양원에 있던 큰오빠가 떠났다. 이 더위 끝나면 한번 찾아보리라 마음 먹고 있었는데... 죽음에 이른 시간은 급박했다. 심장마비다. 마침 방학이라서 멀리 있던 손자, 손녀. 아들 셋, 모두 임종을 보았다. 우리는 우리 마음 편한대로 오빠가 고통없이 갔다고 안도하며 자주 못보던 친척들을 만나 한편으론 축제 같은 첫 날을 지냈다. 옛이야기 하면서 잠깐씩 웃기도 하면서. 어제, 입관 예절에 막내 중딩 손자까지 모두 참석했다. 우리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는 내가 서른이 넘었는데도 오빠들이 나를 입관에 참석시키지 않았다. 오빠들한테 나는 여전히 막내였기때문에 충격받을까봐 그랬단다. 나 역시도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인 것을 보면 그때까지도 나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컸나보다. 할아버지의 임종을 접하고, 입관까지 바..

준비하라

큰 이별을 앞두고 있다.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듯 하다. 그의 생을 생각하니 가슴이 저린다. 한번도 흐트러저 본 적 없는 생, 한번도 말랑말랑해 본 적 없는, 반듯하고 꼿꼿한, 한때는 그런 모습을 존경하고 좋아했는데 지금은 아니다. 정말 훨훨 벗고 자유롭게 살았다면 이렇게 가슴 쓰리지 않을 것을. 야망 / 성민호 사랑도 부질없어 미움도 부질없어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네 탐욕도 벗어 버려 성냄도 벗어 버려 하늘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 하네 버려라 훨훨 벗어라 훨훨 사랑도 훨훨 미움도 훨훨 버려라 훨훨 벗어라 훨훨 탐욕도 훨훨 성냄도 훨훨 훨훨 훨훨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 하네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 하네 ...

옥수수 180개

우씨~ 옥수수를 90개 시켰는데 180개가 왔다. 택배 착오라나... 그냥 먹으라 해도 부담스러운데 돈까지 또 내란다. 겨우 택배비 깍아주면서. 우짜겠나. 운전 안하는 냄편 뫼시러 온 친구한테 한 박스 앵기고, 껍질을 까면서 보니 껍질째 주는 건 실례다. 냄편이 10개 정도 까고는 못하겠단다. 껍질까는데 온몸이 뒤틀린다. 껍질깐 것으로다 나누기도 하고, 쪄서 나누기도 해서 절반은 풀고, 옥수수를 유난히 좋아하는 어머니와 친구를 위해서 냉동실에 차곡차곡 쟁여 놓았다. 한 박스 분량을 담아 들고 친구 없는 작업실에 가서 그곳 냉동실에 넣어 놓았다. 마당에 한창 열린 블루베리를 따먹고, 상추, 쑥갓도 따고, 연한 당귀잎도 땄다. 아랫마당에 흐드러진 도라지꽃도 뚝뚝 한웅큼 꺾었다. 무릎수술하고 있는 다른 친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