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사람이랑 861

시청앞 6시

한미FTA 저지 범국민 촛불 대회에 갔다. 준비된 사람들은 중무장을 하고 왔는데, 나는 졸지에 완전 비무장으로 바람 앞에 앉았다. 한미FTA 의 내용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많기 때문인지 내가 본 촛불집회 중 가장 조촐하다. 유시민은 내년 총선 때 국민투표에 붙이자고하지만, 을사늑약에 비유하는 이 불공정 협약의 내용을 알리는 일이 먼저라는 생각이 든다. 나부터도 구체적으로 모르는 게 많다. 1%만을 위한 불평등 협약으로 미국 주도 세계 질서에 편입되며, 의료비 폭등으로 건강보험제를 망칠 것이며, 농업이 없는 한국이 될 수 있고, 공공 기관의 민영화로 공공요금 폭동 우려 등... 불안하다. 미국에서 밀어붙였지만 남미에서도 민중들이 반대해서 FTA가 폐기되었고,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 모든 지역에서 폐기된 ..

극기의 시간

동네 장 서는 날이라 동치미무를 여섯단이나 샀다. 황토밭에서 난거라 무진장 단단하고 좋다나. 예정보다 두 단을 더 샀다. 잔뜩 배달시키고 나니 줄줄이 일이 기다리고 있다. 이쁜 무는 널브러뜨리고 서울의료원으로 나섰다. 88세 고모님이 무릎 수술을 하셨다고 연락이 왔다. 아버님과 냄편 대동하고 문병, 고모님은 여전히 밝은 얼굴이다. 무릎에 골이 빠져서 다시 넣는다는 말씀. ㅋㅋ 뭔 말씀인지. 6남매 자녀는 하나도 안 보이고 간병인이 지키고 있다. 어느집이나 바쁜 자식들이다. 아버님께서 우리식구 입원해도 아무데도 알리지 말라고 하신다. 이심전심 ^^* 무거운 눈꺼풀을 겨우 버팅기고 왔는데,.. 아, 일거리. 그 많은 무를 씻어 항아리에 넣고, 시레기를 삶아서 대충 널고, 무청이 좋아서 무청 김치를 절어두었다..

시월의 마지막 주말

자의 보다 타의로 가을을 흠뻑 느끼고 있다. 모처럼 한가로운 주말을 보냈다. 아이들이 오지 않고, 경조사가 없는 주말, 참으로 오랜만이다. 시누이가 남편친구 부인들과 여행을 갔다. 나이 차이 많은 남편 친구 부인들도 오랜 시간 함께 지내다보면 친구처럼 친근하다. 배려와 염치가 많은 시누이의 성격이 사람을 끄는데 한몫 한다. 오래된 문우들도 정이 쌓였다. 살아온 세월이나 환경의 차이 같은 건 별 문제가 안 된다. 같은 것을 지향하는 사람들의 눈높이가 같다고 해야 하나. 우리끼리는 자신의 색깔이 뚜렷하나 밖에서 보면 확실한 공통분모가 있다. 끈끈함 보다 쌈박한 정(?)이랄까. 아, 후배의 딸이 고시 2차에 합격했다. 우리 아들이 도중 하차한 사법고시. 내가 왜 눈물나게 기뻤는지. 참 기특하다. 이쁜 딸. 아..

카미노 데 산티아고

친구 작업실에 갔다. 그림들이 형태를 감추고 거의 추상으로 가 있다. 색상도 환해졌다. 그림이 확 바뀌었다. 끈임없는 새로운 시도가 신선하다. 컴 앞으로 이끌어 CD를 보여준다. 지인이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온 사진이다. 산티아고 성당을 시작으로 아름다운 길들이 펼쳐진다. 중간에 순례자의 무덤도 여럿 보인다. 꿈결같은 사진들이다. 깊숙이 숨었던 무언가 스멀스멀 기어나온다. 친구는 9월부터 스페인어를 배운단다. 체력단련으로 벌써부터 새벽에 1시간 반씩 걷는단다. 허리보강을 위해 주 2회 필라텍스는 오래전부터 하고 있다. 내년 1월에 외할머니가 될 준비, 이건 기다리면 되는 일이다. 하지만 그 후 일이 생각보다 무진장 많다. 3월에 개인전 준비, 큰 작품은 거의 완성된 듯 하다. 그리고 5월에 산티아고로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