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사람이랑 861

열흘만에 떠난 안경

점심 먹은 식당에서 안경을 벗은 기억이 있는데 그 후 안경이 사라졌다. 화면이 크다고 새로 장만한 겔럭시폰 조차도 안보여서 부랴부랴 다초점 안경을 맞춘 것이 열흘 전이다. 아직 울렁울렁 적응이 안된 상태다. 정들기 전에 잃어버린 것을 다행이라고 해야하는지. 할머니가 되었으니 잔글씨가 안보이는 건 순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돋보기를 아랫부분에 넣은 이 안경은 눈동자를 잘 조절해야 한다. 글씨를 볼 때는 눈동자를 내리깔아야 한다. 고개까지 숙이면 아랫부분에 깔린 돋보기가 기능을 못한다. 대신 계단을 오르거나 내려갈때는 고개를 완전히 숙여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계단이 갑자기 올라온 듯해서 발을 헛디딜 수도 있다. 일주일 정도 쓰고 생활하면 적응한다고 했지만 어림없는 소리다. 낮은 코를 누르는 무게감과 귓뒤에 ..

이게 아닌데

행사로 한국산문 문학상과 신인상 시상식이 있었다. 그 자리에 초대손님으로 온 장사익 노래를 세 곡 듣고, 같은 테이블에서 장사익과 김주영 소설가의 만남을 바라보고 메뉴에 없는 소주를 맥주잔으로 마시는 김주영, 같은 색으로 건배는 했다. (에고 에고~ 요즘 한약을 먹느라고 금주 중) 김주영 선생이 문학이란 한석봉어머니가 썰어놓은 가지런한 떡이 아니고, 산밭의 고구마 같이 울퉁불퉁 한 것이란다. 또 박범신 소설가는 문학하면서 늘은 것이 술과 연애라나. ㅋㅋ 아, 장사익의 첫번째 노래 "이게 아닌데"가 뒷통수에 매달려 왔다. 정말 이게 아닌것도 같고. 이게 아닌데 - 김 용 택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사는 게 이게 아닌데 이러는 동안 어느새 봄이 와서 꽃은 피어나고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그러는 동안 봄이..

영화 두 편

모처럼 한가로운 휴일이다. 아기들이 제 친할아버지한테 갔다. 일본영화 과 한국영화 를 봤다. 13세의 살인과 성인의 살인이야기. 성인의 살인보다 미성년의 살인이 더 끔찍하다. 역시나 조용한 일본인의 성정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 조용함은 군국주의 천황제의 산물로 절대복종의 국민성에서 나온 것이다. 일본인들의 과도한 친절과 예의, 극한상황에서까지 의연한 질서의식, 그것은 체제순응의 산물일수 있다. 평화로운 휴일에 괜스레 속만 시끄러워졌다. 차라리 맑은 연애영화나 볼 걸... 하이델베르그 가는 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