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사람이랑

동백 잔치

칠부능선 2011. 3. 26. 23:43

 

동백꽃 피거든 홍도로 오라

 

이생진



나뭇잎은 시달려야 윤이 난다
비 바람 눈 안개 파도 우박 서리 햇볕
그 중에 제일 성가시게 구는 것은 바람
그러나 동백꽃나무는
그렇게 시달려야 고독이 풀린다
이파리에 윤기 도는 살찐 빛은
바람이 만져 준 자국이다
동백꽃은 그래서 아름답다
오늘같이 바람 부는 날 동백꽃은
혼자서 희희낙락하다
시달리며 살아남은 것들은
눈부시게 아름답다

 

 

 

*시는 확실히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

  친구네서 찍어온 눈부신 동백을 다시 펼쳐본다.


 

 

 

 

 

 

 

 

 

 

 

 

 

 

 

 

 

 

 

 

 

 

 

 

 

 

 

 

 

 

 

 

  온통 머리가 하얗다. 아무래도 8월까지는 글이 되지 않을 듯 하다.

  엉덩이 붙이고 진득하게 앉아있을 시간이 도무지 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잠을 더 줄이면 병이 날것 같고.

즐기는 게 최고라고, 욕심부릴 것 없다고 다잡지만 자꾸 펑크를 내고 보니 실없는 사람이 되는 것 같아서 영 찜찜하다.

  넘의 행사에 가 보니 문단 경력 20년은 넘어야 제대로 된 글을 쓰는 것 같기도 하고...  뭔 뭔 문학상 받는 것을 보니 그렇게 돌아가는 것 같다. 이 판에서 길게 놀지는 않으리라 생각했는데 그것도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다. 아예 안면몰수하고 잠수를 타면 모를까.

 

  태경이 시경이가  찡찡대지도 않고 신나게 놀았다. 기어이 시경이 눈 위에 피가 맺혔다. 침대 모서리에 찌었다.  꼬마스쿨에 못 가는 토, 일요일은 온전히 놀아줘야 한다.

  모두들 '손자가 오면 반갑고 가면 더 반갑다'며 껄껄거리지만 뒷맛은 씁쓸하다. 이기적인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가는 것이다.  

   엄마 생각을 하면 나는 자유롭지 못하다. 받은 것의 반의 반이라도, 흉내라도 내야 하지않겠는가. 몸이 무거운 날이면 더욱 엄마 생각이 난다.

 

  내게도 성가신 바람이 필요한 것인가.

  나를 빛나게 다듬어 줄,

  아니 나를 묵삭여 쓰다듬어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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