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사람이랑 861

지나가다

노동절이 지나갔다. 친정을 다녀오는 것을 마지막으로. 설 전날 큰집에 가서 전을 부치는데 올해는 작은 어머니께서 몸살이 나서 못 오신다고 연락이 왔다. 동서를 불렀다. 큰어머니가 모두 준비해 놓은 것을 동서와 후다닥 해치웠다. 이제 스스로 생각해도 선수가 다 되었다. 저녁무렵 아들내외가 와서 그냥 놀았다. 작년에는 만두를 빗었는데 올해는 얻은 것으로 통과. 혼자서 대충 다 해놓았다. 설날 아침 아버님과 어머니는 몸이 불편하다며 못가시고 우리 넷만 큰댁에 가서 차례지내고, 어른들이 못오시니 큰집, 작은집, 동서네가 모두 우리집으로 출동. 새배를 하고 또 세째집으로 갔다. 아들은 저녁에 동생네 오면 함께 저녁먹고 내일 처가에 간다고 하더니만, 애정남이 그러면 안된단다. 아침 먹고 얼른 처가로 가야한다고 했다..

함마니한테 아빠냄새가 나네

토요일 결혼식도 딸한테 넘기고, 합평회를 갔다. 두 달 만에 있는 모임이라서 기를 쓰고 참석한 것이다. 이곳에도 아주 듬직한 샛별이 등장했다. 첫 시간인데도 보는 눈이 예리하다. 이 수수밭隨秀田이 기름져질것 같다. 점심을 먹고, 차를 마시고 보통때는 이쯤에서 헤어져 집에와서 저녁을 한다. 그런데 당진서 온 선옥샘을 생각해서 합류했다. 여자 넷이서 시작, 제사 땜시 한사람은 퇴장하고....... 처음부터 소맥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라는 사람의 뭔가 환상이 잔뜩 들어가 있는 내 모습을 들었다. 부끄럽다. 부끄럽고 또 부끄럽다. 내가 아는 나의 실체는 얼마나 뻔뻔한 인간인가. 너무 부끄러워서, 눈물을 흘린 것도 같다. 이제 그들을 우러러 볼 것이다. 미안하다. 택시를 타고 총알같이 날아서 자정 전에 겨..

새해 다짐

오늘 선생님께 신년인사를 다녀오고 보니, 새해 다짐을 하는 때다. 새해 다짐, 아무것도 없는 것이 내 다짐이다. 올해는 책을 묶으라는 종용을 받았지만, 아무 말도 안했다. 그거 꾸리려면 얼마나 머리가 무거운가. 그냥 막살기, 지난해에 한 다짐은 잘 지켰던것 같다. 올해도 그냥 살아내기. 눈치를 봐가면서... 새식구가 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지만, 그건 내 맘대로 되는 일이 아니니까 눈치만 볼일이다. 가벼워질 일도 있다. 얼마나 가벼워질지 그것도 눈치가 필요하다. 뻔뻔하게도, 새로이 다짐을 하면서 바꾸거나 이룩할 무엇은 없다. 하루하루 아무 일 없이 넘어가는 것에 안도하며 감사할 뿐이다. 버켓리스트, 그런 거 없다. 아니, 벌써 체념인가. 욕망이 없으면 죽은 목숨인데. ㅋㅋ 환희, 욕망, 혼돈, 승화, 상..

그를 추억하다

위암으로 우리 곁을 떠난 ㅅ선생님의 부인을 만나서 점심을 먹었다. 작년에도, 그 전에도 한번 만나자고 통화만 하고 만나지는 못했다. 아직 마음이 그렇다고... 단아한 모습 그대로 눈물을 보이지 않고 옅은 미소 속에서 몇 시간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실없는 농담도 하고. 여자 나이 50 이 넘어서 꼭 필요한 것 다섯가지 중에 남편이 없다는 말, 건강, 딸, 친구, 돈, 찜질방........ 이라고. (여기서 찜질방은 취미생활이나 좋아하는 일이겠지) 완벽주의 남편 아래서 구순하게 살아온 그늘 없는 모습이다. ㅅ선생님은 외동딸이 독일에서 학위를 받는데 독일어로 감사인사를 하는데 참 멋졌다고. 미국으로 유학가고 싶은 딸은 아빠 뜻에 따라 독일로 갔단다. 아쉬움으로 남는 부분이라고. 흐트러진 모습을 본 적 없는..

고물들

세탁기에 물이 받히지않고 흘러내린다. AS 전화를 하니 냉큼 달려왔다. 50원 짜리 하나, 1원 짜리 둘, 동전이 나왔다. 이 덜랭이의 소행이리라. 20년이 다 되어가는 세탁기가 기특도 하다. 딸은 독일제 지멘스세탁기를 써보니 너~ 무 좋다고 바꾸란다. 아니, 멀쩡한 걸 왜? 그러고 보니 디자인이 뒤쳐진다고 바꿔본 것이 없다. 내가 입는 옷들도 15년이 넘는 옷들이 많다. 오히려 최근에 산 옷들이 한해살이다. 딸네집에 가보면 산뜻한 살림살이가 기분을 좋게 만드는 것도 알기는 하겠다. 살림하는 기분도 나고. 부엌을 돌아보니 모두 고물이다. 게스렌지도 밥통도, 믹서도... 모두 20년을 바라본다. 15년 넘게 쓴 정수기를 작년에 바꾸면서... 참 미련하긴. 스스로 이렇게 생각헀는데. 10년 넘게 쓴 청소기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