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책이랑 600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1954

모든 일에서 극단에까지 가고 싶다. 일에서나, 길에서나, 마음의 혼란에서나. 재빠른 나날의 핵심에까지 그것들의 원인과 근원과 뿌리, 본질에까지. 운명과 우연의 끈을 항상 잡고서 살고, 생각하고, 느끼고, 사랑하고, 발견하고 싶다. 아, 만약에 부분적일지라도 내게 그것이 가능하다면 나는 여덟 줄의 시를 쓰겠네. 정열의 본질에 대해서. 오만과 원죄에 대해서. 도주나 박해 사업상의 우연과 척추뼈와 손에 대해서도. 그것들의 법칙을 나는 찾아내겠네. 그 본질과 이니셜을 나는 다시금 반복하겠네. -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1954 Red Wine - Tras El Portal * 이글은 그의 나이 64세때 쓴 것이다. 세상을 버리기 6년 전이다. 이 절절한 바람이 .......... 지금 내것 같다.

놀자, 책이랑 2006.06.20

행복한 사랑은 어디에도 없다 / 루이 아라공

* 괜스레 울고싶은 날이 있다. 가슴을 관통하는 바람을 느낄때, 뜻모르는 노래도 괜스레 찡하다. 행복한 사랑은 어디에도 없다 - 루이 아라공 자기의 힘도 나약함도 마음도 인간의 의지가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사람들이 팔을 벌려 친구를 맞이하며 기뻐할 때 그 그림자는 십자가의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이다 행복을 껴안았다고 생각했을 때 사람들은 행복을 깨부순다 인생이란 고통에 찬 무상한 이별이다 행복한 사랑은 어디에도 없다 인생은 다른 운명으로 무장을 해제당한 저 무기를 휴대하지 않은 병사들과 같다 아침에 그들이 일어나도 이미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저녁에는 또 할 일이 없고 마음은 방황할 것이다 "이것이 나의 인생이다"라고 속삭이며 눈물을 참는 것이다 행복한 사랑은 어디에도 없다 사랑하는 사람이여 내 가슴..

놀자, 책이랑 2006.06.15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

연민 COMPASSION. 사랑의 대상이 사랑의 관계와는 무관한 이런 저런 이유 때문에 불행하거나 위험에 처해 있다고 느끼거나 보거나 알 때, 사랑하는 사람은 그에 대해 격렬한 연민의 감정을 느낀다. 1. “그 사람이 느끼는 것처럼 우리가 그를 느낀다고 가정한다면 -쇼펜하우어가 ‘연민(compassion)’이라 부르는 것, 혹은 더 정확히 말한다면 고통 속에서의 결합, 고통의 일치라 할 수 있는 것- 그가 자신을 미워하면(파스칼처럼) 우리 또한 그를 미워해야 할 것이다.” 그 사람이 환각에 시달리거나 미칠까 봐 두려워한다면, 나 또한 환각해야 하고 미치광이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사랑의 힘이 어떠하든 간에 이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는 일은 끔찍한 일이기에 나..

놀자, 책이랑 2006.06.12

다리

다리 - 이성선 다리를 건너는 한 사람이 보이네 가다가 서서 잠시 먼 산을 보고 가다가 쉬며 또 그러네 얼마 후 또 한 사람이 다리를 건너네 빠른 걸음으로 지나서 어느새 자취도 없고 그가 지나고 난 다리만 혼자서 허전하게 남아 있네 다리를 빨리 지나가는 사람은 다리를 외롭게 하는 사람이네 Gerhard Richter Inti Illimani - My Sorrow * 내 生에 너무 빨리 지나버려 외로웠던 시간이 언제였나. 너무 빨리 스쳐 누군가를 외롭게 했던 시간은 언제였나 내 生에 다시 다리앞에 다다른다면 천천히, 다리 아래 물소리 들으며 아주 천천히, 다리 위 하늘에 그림도 그리리다 숨차게 내달린 내 시간들을 애도하며.

놀자, 책이랑 2006.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