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 11

매운 생에서 웃음만 골라 먹었다 / 김양미

페북에서 읽고 작가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주문했다. 그야말로 '세상을 좋게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을 가장으로 둔 가정에서 일상을 꾸려나가는 아내의 분투기다. 우여곡절, 좌충우돌을 겪으면서도 밝다. 이는 천성적으로 우울이 없기때문이 아닐까. 부모에게 사랑받고, 시대상이 반영된 형제들의 쿨한 정이 힘이 되었다. 쓰는 일에 가치를 두고, 온갖 알바를 하며 일상을 밀고 나아간다. ​​ *요즘 나는 일주일에 6일을 편의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밤 11시부터 다음 날 아침 7시까지, 8시간 일한다. 화요일은 12시간. 월요일은 쉰다. 주급으로 받는 돈은 대략 52만 원이다.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일을 하고 돈을 버는 일은 나에게 밥을 먹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어버렸다. ... 하지만..

카테고리 없음 2024.08.29

방향을 버리면 바다가 열린다 / 차미란

차미란 작가는 2년 전 등단작 부터 남달랐다. 사회문제를 돌아보며 글쓰기에 대한 치열한 열망을 토로했다. 준비된 신인이라 반가웠다.​ 기대대로 첫 에세이가 단숨에 읽힌다. 여행기로 발표하려고 작심을 한 글이다. 그야말로 기획출판이다. 남들의 여행를 바라보며 아쉬웠던 일을 홀로 여행하며 세세히 풀어놓았다. 중간중간 소개하는 책들도 적절하고 친절하다. 여행한 이야기를 곁에서 조근조근 들려주는 듯하다. 푹 빠져서 들었다. 아타까운 장면, 가슴 쓸어내는 순간도 연신 끄덕이며 페이지를 넘겼다. 오래 다지고 연마한 솜씨로 거침이 없고 편안하다. 잘 읽지않는 '해설'까지 과하지 않아서 계속 끄덕거리며 읽었다.  1장 라오스, 라오스는 내가 못 가 본 나라다. 마르셀 에메의 『생존시간 카드』에 나는 영화 '인타임'을 ..

놀자, 책이랑 2024.08.26

와장창~~

30여 년 전, 이 집에 입주할 때 친구가 선물한 액자다.클로드 모네 그림 복사판이다. 파리 미술관에서 산 거다. 처음에는 거실에 있던 것이 친구의 그림이 늘어나면서 베란다로 내쳐졌다.  새벽녘에 와장창 공사판 소리가 나서 나가보니 이 그림이 엎어져 유리가 깨졌다. 바람이 센데 창문을 열어놓은 탓이다. 다행인 건 건너편 화분이 깨지지 않고 수국 줄기 하나가 꺾였을 뿐이다. 아이고~~ 감사, 감사~​무거운 옷을 벗은 듯 가뿐해졌다. 이제 유리를 벗은 그림이 눈에 들어온다. 액자에서도 풀어놓을수 있음 좋겠다.오래전, 매달린 십자고상이 떨어져 십자가를 벗은 예수의 모습에서 해방감을 느꼈던 게 떠오른다. ​​깨진 유리를 수습하느라 다리에 살짝 피를 보았다. 고무장갑을 끼고 손만 조심했는데...​    내친김에 ..

용평 3박

한여름 더위는 피하는 게 아니라 맞서서 땀을 흠뻑 흘려야한다고 생각했다. 지구가 뜨거워져서 자꾸 한계를 높인다. 김 선생님이 앞장서서 수필반 6인이 저녁 기온 20도라는 용평으로 향했다. ​​8/15남경식당에서 보쌈과 막국수로 이른 점심을 먹고 을 걸었다.  ​​반달 눈웃음을 짓던 윤후명 선생님을 잠시 생각하다. ​​물봉선이 피면 가을이 온다는 염 샘의 말씀, 숲 해설가 공부를 6개월 했단다.​맨발로도 잠깐 걷고~​​예약해둔 아이원리조트 61평은 6인이 지내기 적당했다. ​​잠깐, 휴식하고 황태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모나용평 공연장으로..​​​이 선생님이 우리를 이끌고 무대 아래로... 수수백년만에 펄펄 뛰기도 하고..8월 3일부터 했다는 이 공연을 3일 보는 걸로. 저녁 기온이 18도까지 내려갔다. 서울..

낯선 길에서 2024.08.19

내게 문학이 있어 행복하였네라 / 한상렬

수필집으로는 20집, 평론집, 창작서 등을 합해 84권째 책이다. ​내 스승인 운정 선생님의 50년 수필 사랑이 지극한 마음과 새로운 수필을 추구하는 외침이라면눈재 선생님의 40년 수필 사랑은 열혈 실천형이다. 끊임없이 읽고, 연구하고, 비평하며, 창작한다.隨生隨死의 삶, 마지막까지 수필의 현역이고 싶은 바람이 같은데 운정 선생님은 지금 누워계신다. 운정 선생님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고, 눈재 선생님을 바라보니 송구스럽다. 수필을 허투루 쓴 적도, 가볍게 생각한 적도 없는데 ... .​눈재 선생님의 몰랐던 면모를 본다. 노나라 때에 훌륭한 목수 '재경'을 떠올리게 하는 목수 아버지, 평교사로 퇴직한 천생 교육자로서 꼿꼿한 성정, 80년도 가톨릭 한국성인 《103위 성인전》 전 5권과 여러 성인전을 집필했..

놀자, 책이랑 2024.08.13

눈물꽃 소년 / 박노해

여러번 울면서 읽었다며 다음씨가 가져다 준 책이다. 오이지와 고춧가루와 함께. 잠깐 차 한 잔 마시고 갔다. 그제, 오우가 모임날이었다. 다시 성당 봉사일로 바쁜 몸이 되었다. 앞으로 임기 3년 '죽었다' 생각하기로 했다고. 천직인듯 봉사하는 그를 만나고 나면 난 자꾸 부끄러워진다. ​다음씨 감성에 착 붙는 내용이다. 박노해가 본명 박기평으로 산 국민학교 시절 이야기다. 그의 빛나는 감성이 싹트고 자라던 텃밭이 훤히 그려진다. 좋은 어른들과 나쁜 선생, 좋은 선생이 곁에 있었고, 어려서부터 심지깊은 올곧은 정신은 아버지와 어머니, 할머니의 유산이다.가슴 뻐근한 순간은 많았지만 눈물이 나지는 않았다. 연신 끄덕이며 마음으로 그의 등을 토닥였다.잘 커줘서 참 고마운 소년이다. 박 기 평. ​​* " 아들, ..

놀자, 책이랑 2024.08.10

나의 돈키호테 / 김호연

어제 권 동지에게 선물받은 책이다. 김호연 작가 북토크에 가서 사왔다고 한다. 을 후르륵 읽은 기억이 있다. 재미있게 잘 쓰는 작가다. 이 책도 한 달만에 6쇄를 찍었다. 가독력이 좋다.박진감 있는 드라마를 보는 듯 계속 읽을 수 밖에 없어서...... 다 읽었다잊고 사는 을 불러일으켰다. ​​* 구독자가 500명을 넘어섰다. 천 명이 되면 광고 신청도 할 수 있다는데... 이게 대체 뭔 일이지? 구독자가 며칠 사이 가파르게 늘자 앉아 있어도 날아다니는 기분이었다. 다음 콘텐츠를 기다린다는 댓글도 많아졌고 뜬금없는 외모와 목소리 칭찬까지 듣자니 민망하면서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64쪽)​* "초등학생 때 내가 '아빠, 부자 되세요!'라고 새해 인사를 했더니 버럭 화를 내는 거야. 그때 그 광고가 인기..

놀자, 책이랑 2024.08.09

비건 밥상

아들 며늘이 다녀갔다. 번개 밥상 치고는 맛있게 차려주었다. 내맘대로 비건 밥상이다. 거창한 드라이기를 선물받았다. 저 많은 걸 다 쓸까? 오랫만에 아들이 내 컴에 영화를 넣어줬다. 남편은 모임에 간다고 아들 차로 함께 나갔다. 홀로 널널하게 영화 4편을 봤다. ​* 디 아트 피스 걸아동범죄를 막기 위해 만든 AI 소녀 체리. 인간의 감정을 학습한다. 아니 창조하는 건가?미래 AI가 스스로 진화한다는 설정이 황당함을 넘어 두 렵 다.​* 당신이 잠든 사이 추자연, 이무생 주인공 한국영화인데 반전이 막강하다. 이런 남자 순애보라니... 아유 맘 아프다.​* 더 웨일참담한 주인공 브렌든 프레이저의 실제 삶도 크게 다르지 않다니 더욱 착잡해졌다. 얼굴없이 줌으로 문학 강의를 하는 모습, '모비딕'에 대해 딸..

점선뎐 / 김점선

오랜만에 점선뎐을 다시 펼쳤다. 2009년 3월 초판 2쇄다. 모서리를 접고 줄친 부분도 있다. 스토리 위주이기때문에 읽으며 생각이 난다. 이 책에 없는 스토리까지 떠오른다. 별난 여자, 아니 여자이기를 거부한 자유인 김점선. 자신있게 자신의 삶을 결정하며, 그야말로 짧고 굵게 살다 갔다. 이때 '자뻑'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던 기억이 난다. 세상에 유일무이한 존재다. 이렇게 용감하고 솔직하고 맹렬한 사람은 없다.예전처럼 밑줄을 긋는 대신 포스트잇을 붙이며 읽었다. 이 치열한 자유혼이 내게 전염되기를.​언니가 가꾼 풍성한 꽃밭의 꽃색깔보다 자신이 가꾼 엉성한 꽃밭의 꽃이 짙은 붉은 색으로 이뻤다. 처음 자부심을 느끼며 기뻐한다. 다섯 살때 기억을 이렇게 풀어낸다. 싹부터 달랐던 김점선이다. ​* 그 후부터..

놀자, 책이랑 2024.08.03

심각한 책장

지난 주 수업에 권선생이 재미있는 작품으로 김점선의 을 소개했다. 집에 와서 그의 책을 찾느라 책장을 뒤집었다. 다 헤치지는 못하고 두 권을 찾았다. 다시 책들을 내쳐야 하는 시간이 되었다. 리모델링 하기전에 김점선 책이 주르륵 꽂혀있던 위치가 생각나는데... 다 어디로 갔나. ​우선 10개 넘게 오는 지난 잡지들을 버려야 하고, 다시 읽지 않아도 되는 책들도 내 놓고 책장을 헐렁하게 해야한다. 버리지 않으면 정리가 안 된다. 다시 읽을 책을 극소수로 남겨두고 다 내쳐야 한다. 당분간은 주문을 자제하고, 읽은 책 다시 읽기로. 책장을 넓히지 말기로. ​아, 지지난 수업에 신입생 ㄱ 씨가 절판된 내 첫 책 을 구해왔다. 내가 누군가에게 서명한 것까지 있다. 책 상태는 깨끗했다. 내가 서명한 내용을 보니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