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5 15

꽃, 꽃들

​ 스승의 날에 받은 카네이션 화분에 봉오리들이 다 폈다. 이렇게 다 피기는 처음이다. ​ ​ 회장님한테 얻은 하와이 감자라나? 이렇게 이쁜 꽃이 피었다. ​ 좁은 화분에서 기특도 하다. ​ ​20년 쯤 전에 화원을 하던 한샘 집 방문 기념으로 데려온 손바닥만한 '유월설'에 처음 꽃이 왔다. 유월에 눈이라니... 이름에 반했다. 순성이 화원에서 분갈이를 하고 일 년 정도 맡겨뒀다가 데려왔다. 유월에 눈 같은 꽃 꽃이 이쁘고 이뻐도 태경, 시경이가 젤 이쁜 꽃이다. 태경이는 폭풍 반항 시기가 지나간듯 요즘은 지 엄마한테도 유순해졌다. 대화가 가능해진 정도가 아니라 깜짝 깜짝 놀라게 한다. 눈만 마주치면 와서 안기는, 아니 안아주는 녀석들때문에 내 맘도 환해졌다. ​

빼박 당뇨

2년마다 하는 정기검진에서 재검 통보가 왔다. 당뇨 의심이라며 공복에 오라고. 채혈을 하고 의사 앞에 앉으니 젊고 이쁜 여자 의사의 첫마디가 "빼박 당뇨" 라고 한다. 당화혈색소는 5가 정상이고 6이 의심, 경계며, 7이면 당뇨란다. 그런데 난 7.6이란다. 가족력이 떠올랐다. 10년 위인 세째 오빠가 당뇨다. 아직 잘 살고 있다. 난 늦게 알았으니 다행이다. 더 늦게 알아도 좋은 건데... 맛난 것을 너무 많이 먹고 있다는 각성, 운동도 슬렁슬렁이 아닌, 빡세게 해야한다는 경고다. 난 이제 당뇨와 함께 가는 거다. 너무 친하지 않도록. 약간 경계하면서 ​ ​ 점심에 자임네랑 한옥에서 갈비와 냉면을 먹고, 바로 옆에 찻집에서 담소. 남자들의 공통점을 발견?하며 많이 웃었다. 아직도 '집사람' 말만 잘 듣..

대견한 일, 소소한 일

오늘은 일하는 날이다. 열무김치와 깎두기를 담았다. 토욜 승진네가 온다니 들려보내고 싶어서... 엄마노릇 이 정도는 해야하는데, 너무 날라리로 지낸다. ​ 어젯밤, 요한성당 독서모임에서 젊은이 넷과 같은 조가 되어 토론한 효과인지도 모르겠다. , 같은 책을 읽고 이야기하는데 젊은 그녀들은 이 성스러운 부부가 아이키우며 쓰는 말과 행동에 눈길이 많이 갔다. 나는 병고와 죽음에 대한 생각이 많았는데... 인간은 모두 자기 중심, 자기 기준에서 보고 생각한다. 어쨌건 어여쁘다. 그 밤시간에 50명이 넘게 모여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눈다는 게 얼마나 이쁜 일인가. 신부님이 예상한 인원은 10명 정도라고 했다. 난 순전히 친구가 새 신부님을 보여주고 싶다고 해서 갔지만. 한 달에 한 권 읽고 이야기 하는 건, 읽..

책이 입은 옷 / 줌파 라히리

줌파 라히리가 이탈리아어로 쓴 두 번째 산문집이다. 표지 이야기를 다양한 각도에서 썼다. 옷이 그 사람을 나타내는 메타포로 쓰이는 시대다. 책의 표지는 책의 옷이다. 옷을 벗어야 속살을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메세지를 가지고 있다. 줌파 라히리는 표지가 없는 발가벗은 책을 그리워한다. 학생시절 도서관에서 읽었던 표지를 떼어 하드커버로 묶은 책들을. ​ ​ * 어렸을 때부터 입은 옷을 통해 자신을 표현한다는 사실이 내겐 고통이었다. 내 이름, 내 가족, 내 외모가 이미 특별하다는 걸 의식했기에 나머지 면에서는 남들과 비슷하고 싶었다. 남들과 똑같기를, 아니 눈에 띄지 않기를 꿈꾸었다. 하지만 나는 어떤 스타일을 선택해야 했고 규칙에서 벗어난 특별한 스타일 때문에 내가 옷을 못 입는다고 느꼈다. (15쪽)..

놀자, 책이랑 2023.05.23

서울둘레길 8 (5-2)

판교역에서 9시 32분 합류, 관악산공원입구 - 호압사 - 석수역까지 걸었다. 처음으로 식당을 가지 않고 산에서 점심, 난 연잎밥을 준비했고, 찰밥, 오징어 전복 볶음, 와인과 과일로 든든하게 먹었다. ​ ​ ​ ​ ​ ​ ​ ​ ​ ​ ​ ​ 스탬프도 두 번 찍고~ ​ 우여곡절 후, 새롭게 화이팅! ​ ​ ​ ​ ​ 하산 후 석수역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기형도문학관을 갔다. ​ ​ 기형도를 업어서 키웠다는 7살 위인 큰 누님 기향도 님이 우리를 맞아 많은 이야기를 해 주었다. 울컥울컥 했지만 난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 ​ 시인을 증명해주는 '상패'가 있다. ​ 난 이 공간이 맘에 든다. 혼자 한참 있으면 영감님이 오실 것도 같은... ​ 테마를 가지고 촘촘히 잘 꾸며놓았다. ​ ​ 2층에는 북카페와..

낯선 길에서 2023.05.22

계족산 황톳길

목욜 8시 정자역에서 6인 출발. 카니발로 전용차선을 타고 달리니 후딱 대전에 도착했다. 주차장과 주변 공사중이다. 황토 길이 잠깐 있는 줄 알았는데 계족산 둘레를 빙 돌아 황톳길로만도 걸을 수 있게 해놨다. 우리는 정상을 향해 걸었다. 완만한 길이다. ​ ​ ​ 선양소주 조웅례 회장의 봉사심으로 만들어진 길이다. 내가 좋은 것을 대가없이 남과 나누는 이 선한 마음에 축복을 빈다. ​ ​ ​ ​ ​ ​ ​ ​ ​ ​ ​ ​ ​ 계족산성에 올랐다. ​ ​ ​ ​ ​ ​ ​ ​ ​ ​ ​ 이 뷰때문에 오르고 오르는 것 아닐까. ​ 아카시아꽃잎이 눈처럼 내렸다. ​ ​ ​ 정상을 찍고 내려오면서 육각정에서 점심을 먹었다. 홍어회에 주먹밥, 떡, 과일... 오늘은 술이 없는, 진수성찬~~ 쌀랑했던 날씨때문에 사..

낯선 길에서 2023.05.20

루이와 젤리

시작부터 주눅 들게 신성하다. 루이와 젤리 부부는 생활의 모든 지향을 하느님 뜻에 두고 산다. 그런 삶의 응답인지 다섯 딸이 모두 성소를 받는다. 이 기꺼운 삶 안에도 고통이 있다. 어린 자녀를 넷이나 먼저 하늘나라로 보내고, 젤리는 병이 든다. 젤리의 투병 자세는 인간의 오감을 넘어서 거룩함에 이른다. 루이는 노년에 정신병원까지 가는 고통을 겪는다. 그 안에서 또 다른 뜻을 찾는 딸의 믿음, 이미 천상의 마음이다. '보시기 좋다' 하셨을 ... 내 맘대로, 그저 '믿는다'는 나를 너무도 부끄럽게 한다. ​ ​ ​ * 그전의 젤리의 기도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조금은 자기중심적인 청을 드리는 기도였다. 하지만 이 사실을 깨달은 후로는 성모님처럼 '피앗(그애로 제게 이루어지소서)'이라고 말하게 되었다. (80..

놀자, 책이랑 2023.05.19

'놀자 ' 산방

비평지 창 편집회의를 경기도 광주 놀자님댁으로 갔다. ​ 작업실과 집이 안으로 통해 있다. 마당도 집도 모두 간소하고 정갈하다. 놀자님의 성정이 그러리라 짐작은 했지만 생각보다 더 단정하다. 대단한 내공을 다시 느꼈다. 버리고 비우며 꽉 찬. 초록으로 건너가고 있는 나무들을 가까이 보고 오니 마음에 푸른 물이 든 듯. 보~~람된~~ 이런 노래가 흥얼거려진다. ​ ​ ​ ​ ​ ​ ​ ​ ​ 이렇게 깔끔한 작업실은 처음 본다. ​ ​ ​ ​ ​ ​ 류정애 국장이 찍은 사진 ​ 대문에서 류 국장이 ​ ​ ​ ​ ​ ​ ​ ​ ​ ​ ​ ​ ​ ​ ​ ​ 오이집이다. 마당도 텃밭도 정갈하다. ​ ​ 이야기하면서도 연신 풀을 뽑는 놀자 님 ​ ​ ​ ​ ​ ​ 놀자님 짝지인 연주씨 맑은 모습이 여전해서 좋았다...

낯선 길에서 2023.05.16

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 / 줌파 라히리

줌파 라히리, 참 생소한 이름이다. 유발 하라리는 이제 입에 붙었는데... 처음은 다 그렇겠지. 익숙한 언어를 버리고 새로운 이탈리아어를 배워서 소설을 쓴다. 줌파 라히리의 첫 산문집이다. 첫 소설집으로 퓰리처상, 팬, 오헨리 문학상, 헤밍웨이 상을 탄 작가가 그 익숙함을 버리고 새로운 언어에 도전한 게 대단하다. 그의 도전의 변을 들어본다. 이 작은 책은 이탈리아어 사전이다. ​ ​ 이 간결한 목차가 맘에 든다. 영어에서 이탈리어어로 건너가는 과정에 사전을 끼고 살았다. 번개에 맞은 것처럼 전율을 느낀 이탈리아어 사랑이 시작되고 영어 세상에서 스스로 추방되고... 어느 날 부터 일기가 이탈리아어로 써지더니 소설이 써지는 것이다. ​ ​ * 사람들은 사랑에 빠졌을 때 영원히 함께 있고 싶어한다. 지금 경..

놀자, 책이랑 2023.05.16

강화도 기행

토요일, 수필반 15인이 8시 수내에서 대절 버스에 올랐다. ​ 강화도 처음 도착한 곳은 평화 전망대 ​ 학생모드로 단정히 앉아 설명을 듣는다. 북녁이 이렇게 가깝게 있다. ​ ​ ​ 교동도 대륭시장을 돌아보고 연산군 유배지를 가는데 입구에 화개정원이 오늘 오픈이다. 허허벌판이었다는 풍경이 더 어울릴 듯, ​ ​ ​ ​ ​ ​ ​ ​ ​ 강화, 일억조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근처에 있는 용흥궁, 철종의 어린시절, 강화도령의 생가터를 돌아보다 ​ ​ ​ 집마다 우물이 있다. 이곳에 들어가 목욕하면 좋겠다는 회장님 ​ 외포리에서 젓갈을 사고... 차로 석모도를 한바퀴 돌았다. 논이 많은 것과 낮은 산이 멋지다. 교동, 강화, 석모도가 이리 넓은지... 다리로 이어진 섬들을 차를 타고 점만 찍었다. ​ 오늘의..

낯선 길에서 2023.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