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 16

축하, 현대수필문학상

지난주 금요일, 에세이문학의 시상식이 있었다. 금욜 수업과 식사를 부랴부랴 마치고 나왔다. 우리집에서 월하오작 4명이 만나 내 차로 이태원으로 출동, 밀리는 시간이라 뒷길로 마구마구 돌려서 시상식장에는 널널히 도착했다. ​ 몇 년만에 간 행사장에서는 아는 얼굴들을 많이 만났다. 오~ 랜만에 만나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 ​ ​ 우리의 주인공 권현옥 샘의 남편과 앉은 동지들이 월하오작이다. ​ ​ ​ 북인의 조현석 대표는 부지런도 하시다. 축하 화환도 보내고, 집에 당도하기도 전 페북에 이렇게 올려놓았다. 내가 상을 받은 듯, 반갑고 고맙다. ​ ​ https://m.facebook.com/story.php?story_fbid=pfbid042d5HzPvYAvtgxwm4hQepTYp2ETpdUipf..

3월, 금요일

3월 금요일 강의 네 번을 부탁받았다. 분주했던 금요일 아침을 한가롭게 지내니 이 한가로움이 더 고맙게 느껴진다. 지난 주에 끝난 구미행정복지센터의 '문학산책' 강의는 내게도 많은 배움의 시간이었다. 최연소가 75세인 그룹이어서 매우 조심스러웠다. 모두 삶의 스승님이 아닌가. ​ 그러나 첫 강의를 끝내고 기우라는 걸 알았다. 그동안 많은 문학강의를 섭렵했고, 지금도 여러 곳에서 공부를 하고 계시는 분이 많다. 여전히 책을 읽고, 읽은 책에 대해서 거침없이 이야기한다. 펜데믹 동안에 두 분은 토지 20권을 읽고 토론을 했다고 한다. 절로 신이 나서 나도 많은 말을 하게 되었다. 계획에 없던 이야기까지 그냥 나왔다. ​ 첫 주에는 편집회의가 있어서 부지런히 오고 ​ 두 번째 시간에는 엘리베이터에서 오래 전에..

헤르만 헤세 시집 / 헤르만 헤세 시. 그림

싱거웠던 헤세 시집을 다시 잡으며 그의 생애를 살펴보았다. 유복한 선교사 가정에서 태어나 온갖 악동짓을 하면서 유년을 보내고, 비상한 두뇌로 바젤의 명문신학대학에 다녔지만 규율을 견디지 못하고 중도 포기한다. 서점 점원일을 하며 스물한 살에 시를 써서 자비 출판을 한다. 칼프에서 태어났으나 스위스, 바젤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스위스 국적을 얻는다. 맹렬하게 반전 운동을 하다가 독일에서 배척당하고 스위스에서 을 출간하고 성공한다. 1962년 사망 후에 미국에서 헤세 붐이 일어난다. 평화가 시급한 일본에서는 50년대에 헤세 붐이 일었다. 이후 평화주의자의 뜻이 시대의 뜻이 된 것이다. 조국에서 배신자로 몰리고 외로운 처지에 알프스가 바라보이는 전원 생활이 시로 풀어나온다. 어린 시절 부터 '시인이 아니라면..

놀자, 책이랑 2023.03.30

리움에서

수욜, 수필 수업이 끝나고 함께 점심을 먹고, 17명이 차 4대로 리움으로, 정 선생님이 예약하고 주차장까지 안내, 해설기를 받아 걸고 고려청자와 이조백자~~ 를 관람하고, ​ 안중근을 기리고~ ​ ​ ​ 시대의 산물,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품 앞에서 숙연해진다. ​ ​ 노숙자 시대다. 입구에 있는 이 작품은 작품이 아닌 듯 너무도 자연스러운... ​ ​ ​ 로비 기둥을 기댄 노숙자, 이 작품도 너무 자연스럽다. ​ ​ 손자 바지도 소화하는 문 선배님~ ​ ​ 양철북 소년이 북을 치며 내려다 보고 있다 ​ 아름다운 이탈리아, 저 카펫을 밟으면 안 된다. '아버지'란 제목의 험한 발바닥, 중력을 버리고 매달려 있는 말 ​ ​ ​ ​ 15억에 팔렸다는 은색 테이프를 붙인 바나나, 이라는 제목의 이 작품은 상..

낯선 길에서 2023.03.30

유리알 유희 / 헤르만 헤세

헤세의 구도의 길은 멀고 아득하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오려고 몸부림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이다.” 『데미안』의 구절을 암송하던 시기를 지나왔다. 『수레바퀴 아래서』, 『인도에서』 몇몇 작품을 어정거리고, 『싯다르타』에 푹 빠지기도 했다. 헤세의 책을 몇 권 못 읽었지만, 그는 참으로 반듯하고 착하다. 반항의 키워드, 카뮈를 읽은 후라서 더욱 그런 생각이 드는 지도 모르지만 .. . 그의 작품에는 에밀 싱클레어와 데미안, 싯다르타와 고타마, 골드문트와 나르치스 같이 상반된듯하지만,결국 하나로 모아지는 구도자의 모습들이 등장한다. 스승과 제자, 아버지와 아들, 친구관계도 서로 어우러져 윤회의 고리를 떠올리게 한..

놀자, 책이랑 2023.03.23

전편의 마지막 장면 / 안병태

전편의 마지막 장면 안병태 내가 뭐 별말이야 했다고? 한창 잔소리에 몰입해 있다가도 손님이 방문하거나 전화벨이 울리면 목소리를 번개같이 두 옥타브나 떨어뜨리고 소프트 톤으로 나긋나긋, 사뭇 딴 사람으로 돌변하기에, “사람 목소리가 어쩌면 저토록 순식간에 변할 수 있을까!?” 새삼스럽게 경이로운 발견이라도 한 듯 비아냥거린 죄밖에 없어. 나는 탤런트와 동거하는 게 아닌지 가끔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니까? 뿐이야? 방문객과 나직나직 기품 있게 담화를 나눈 뒤 고샅까지 배웅하고 들어왔거든, 낭창낭창 통화를 끝내고 미소 머금은 표정을 아직 지우지 않았거든 그것으로 상황을 종료해야 가정의 평화가 유지되지 않겠어? 그런데 아까 중단한 잔소리 ‘다음 편에 계속’ 즉 ‘전편의 마지막 장면’을 잊어버리지도 않고 다시 두 ..

산문 - 필사 + 2023.03.23

눈동자와 입술 / 임헌영

범우문고판이다. 내 큰 손에 딱 잡히는 앙증스러운 판형이다. 선생님 뵌듯 반갑게 읽었다. 이미 읽은 작품도, 오래 전에 들은 이야기도 모두 새롭다. 임헌영 선생님 강의 때 자주 터지는 웃음을 만났다. 분명 활짝 웃었는데 뭔가 뒷끝이 있다. 골계수필을 떠올렸다. ​ ​ * 이 책을 읽는 분에게 모파상은 문학에 매달려 "나를 위로해 주오. 나를 즐겁게 해 주오. 나를 슬프게 해 주오. 나를 감동시켜 주오. 나를 꿈꾸게 해 주오. 나를 웃게 해 주오. 나를 두렵게 해 주오. 나로 하여금 눈물을 흘리게 해주오. 나를 사색하게 해주오"라고 애원하다. 그러려면 누구나 푸근하게 쉬어가고 싶을 정도로 인간미가 넉넉하거나, 입심에 재기 넘치는 감수성까지 갖춰야 하건만 나라는 인간은 그저 무덤덤한 게 영 밥맛이니 글쟁이로..

놀자, 책이랑 2023.03.21

<춤> 창간 47주년

(237) 현대무용가 이정희 제40회 서울무용제 개막 초청작 인터뷰 - YouTube ​ 현대무용가 이정희 선생님이 수필반에 오셨다. 자료를 보니 내 20대에 무대 공연도 보고, 거리 공연도 봤다. 멋진 분이다. 지금도 그때도. 수필반에서 내가 배울 선생님이 또 늘었다. ​ ​ 80년도 뉴욕에서 이런 포스터라니... 광목과 청바지를 뒤집어서 직접 만든 옷이라고 한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뉴욕 소호거리의 단독 공연이다. 놀랍고 멋지다. ​ ​ 편집이 크게 바뀌지 않았고, 읽을 거리도 많다. ​ ​ ​ ​ ​ 2월호, 이정희 선생님 대담에 밑줄을 친다. 글쓰기는 물론 모든 예술에 해당되는 말이다. ​ ​ * 나는 현대무용의 핵심을 '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정신이란 ..

놀자, 책이랑 2023.03.20

축하, ~

비시간성에 의한 그림자 시학 - 권영옥 평론집 ​ 제목만 봐도 어렵다. 공부로 찬찬히 읽어야 한다. 노고에 박수를 보내며. 영옥씨는 내 유일한 대녀다. 신심 깊고 묵묵히 할 일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 내가 부끄럽다. 난 여전히 날라리 대모다. 그래도 견진 대모인 다음씨가 있어서 다행이다. 날개 없는 천사인 다음씨 덕분에 무고하게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으니 얼마나 염치없는지... 그저 고맙다. 시모임 초기 동지 4인이 모였다. ​창밖의 풍경이 근사한, 산수화에서 점심을 먹고 ~ 정신없이 먹느라 사진도 못 찍었다. 사람이 많으면 괜히 서두르게 된다. 애영씨가 밥을 사고, 다음씨는 2만5천냥이나 하는 열무김치를 사줬다. 막무가네로. 이그~~~ ​ ​ ​ ​ 한가로운 우리집에서 타타임. 다음씨가 가져온 ..

서울둘레길 4 ( 3-2)

서울둘레길 네번째 날이다. 토욜 딸네 식구가 남편의 늦은 생일축하를 하러 왔다. 지난 주에는 남편이 친구들과 고창1박 여행을 다녀오는 바람에 생일 모임이 늦어졌다. ​ 아침 9시, 태경 시경은 자고 사위는 잠깐 얼굴보고, 딸에게 잘 차려먹고 가라하고~ 나는 나왔다. 씩씩하게. ​ 이매역에서 합류, 고덕역에서 올림픽역까지 걸었다. 4시 좀 넘어 귀가. 오늘도 성공이다. ​ ​ ​ ​ 스탬프를 찍고 ​ 출발 전 전원 인증샷 ​ ​ ​ ​ ​ ​ ​ ​ 소풍나온 듯, 간식을 든든히 먹고.. ​ ​ ​ ​ ​ ​ ​ ​ ​ ​ ​ ​ 화원을 지나며 걷고~ ​ ​ ​ ​ ​ ​ 올림픽공원에서 줄서서 점심을 먹고 완료 ​ ​

낯선 길에서 2023.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