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23 2

유리알 유희 / 헤르만 헤세

헤세의 구도의 길은 멀고 아득하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오려고 몸부림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이다.” 『데미안』의 구절을 암송하던 시기를 지나왔다. 『수레바퀴 아래서』, 『인도에서』 몇몇 작품을 어정거리고, 『싯다르타』에 푹 빠지기도 했다. 헤세의 책을 몇 권 못 읽었지만, 그는 참으로 반듯하고 착하다. 반항의 키워드, 카뮈를 읽은 후라서 더욱 그런 생각이 드는 지도 모르지만 .. . 그의 작품에는 에밀 싱클레어와 데미안, 싯다르타와 고타마, 골드문트와 나르치스 같이 상반된듯하지만,결국 하나로 모아지는 구도자의 모습들이 등장한다. 스승과 제자, 아버지와 아들, 친구관계도 서로 어우러져 윤회의 고리를 떠올리게 한..

놀자, 책이랑 2023.03.23

전편의 마지막 장면 / 안병태

전편의 마지막 장면 안병태 내가 뭐 별말이야 했다고? 한창 잔소리에 몰입해 있다가도 손님이 방문하거나 전화벨이 울리면 목소리를 번개같이 두 옥타브나 떨어뜨리고 소프트 톤으로 나긋나긋, 사뭇 딴 사람으로 돌변하기에, “사람 목소리가 어쩌면 저토록 순식간에 변할 수 있을까!?” 새삼스럽게 경이로운 발견이라도 한 듯 비아냥거린 죄밖에 없어. 나는 탤런트와 동거하는 게 아닌지 가끔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니까? 뿐이야? 방문객과 나직나직 기품 있게 담화를 나눈 뒤 고샅까지 배웅하고 들어왔거든, 낭창낭창 통화를 끝내고 미소 머금은 표정을 아직 지우지 않았거든 그것으로 상황을 종료해야 가정의 평화가 유지되지 않겠어? 그런데 아까 중단한 잔소리 ‘다음 편에 계속’ 즉 ‘전편의 마지막 장면’을 잊어버리지도 않고 다시 두 ..

산문 - 필사 + 2023.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