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 12

유리알 유희 / 헤르만 헤세

헤세의 구도의 길은 멀고 아득하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오려고 몸부림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이다.” 『데미안』의 구절을 암송하던 시기를 지나왔다. 『수레바퀴 아래서』, 『인도에서』 몇몇 작품을 어정거리고, 『싯다르타』에 푹 빠지기도 했다. 헤세의 책을 몇 권 못 읽었지만, 그는 참으로 반듯하고 착하다. 반항의 키워드, 카뮈를 읽은 후라서 더욱 그런 생각이 드는 지도 모르지만 .. . 그의 작품에는 에밀 싱클레어와 데미안, 싯다르타와 고타마, 골드문트와 나르치스 같이 상반된듯하지만,결국 하나로 모아지는 구도자의 모습들이 등장한다. 스승과 제자, 아버지와 아들, 친구관계도 서로 어우러져 윤회의 고리를 떠올리게 한..

놀자, 책이랑 2023.03.23

전편의 마지막 장면 / 안병태

전편의 마지막 장면 안병태 내가 뭐 별말이야 했다고? 한창 잔소리에 몰입해 있다가도 손님이 방문하거나 전화벨이 울리면 목소리를 번개같이 두 옥타브나 떨어뜨리고 소프트 톤으로 나긋나긋, 사뭇 딴 사람으로 돌변하기에, “사람 목소리가 어쩌면 저토록 순식간에 변할 수 있을까!?” 새삼스럽게 경이로운 발견이라도 한 듯 비아냥거린 죄밖에 없어. 나는 탤런트와 동거하는 게 아닌지 가끔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니까? 뿐이야? 방문객과 나직나직 기품 있게 담화를 나눈 뒤 고샅까지 배웅하고 들어왔거든, 낭창낭창 통화를 끝내고 미소 머금은 표정을 아직 지우지 않았거든 그것으로 상황을 종료해야 가정의 평화가 유지되지 않겠어? 그런데 아까 중단한 잔소리 ‘다음 편에 계속’ 즉 ‘전편의 마지막 장면’을 잊어버리지도 않고 다시 두 ..

산문 - 필사 + 2023.03.23

눈동자와 입술 / 임헌영

범우문고판이다. 내 큰 손에 딱 잡히는 앙증스러운 판형이다. 선생님 뵌듯 반갑게 읽었다. 이미 읽은 작품도, 오래 전에 들은 이야기도 모두 새롭다. 임헌영 선생님 강의 때 자주 터지는 웃음을 만났다. 분명 활짝 웃었는데 뭔가 뒷끝이 있다. 골계수필을 떠올렸다. ​ ​ * 이 책을 읽는 분에게 모파상은 문학에 매달려 "나를 위로해 주오. 나를 즐겁게 해 주오. 나를 슬프게 해 주오. 나를 감동시켜 주오. 나를 꿈꾸게 해 주오. 나를 웃게 해 주오. 나를 두렵게 해 주오. 나로 하여금 눈물을 흘리게 해주오. 나를 사색하게 해주오"라고 애원하다. 그러려면 누구나 푸근하게 쉬어가고 싶을 정도로 인간미가 넉넉하거나, 입심에 재기 넘치는 감수성까지 갖춰야 하건만 나라는 인간은 그저 무덤덤한 게 영 밥맛이니 글쟁이로..

놀자, 책이랑 2023.03.21

<춤> 창간 47주년

(237) 현대무용가 이정희 제40회 서울무용제 개막 초청작 인터뷰 - YouTube ​ 현대무용가 이정희 선생님이 수필반에 오셨다. 자료를 보니 내 20대에 무대 공연도 보고, 거리 공연도 봤다. 멋진 분이다. 지금도 그때도. 수필반에서 내가 배울 선생님이 또 늘었다. ​ ​ 80년도 뉴욕에서 이런 포스터라니... 광목과 청바지를 뒤집어서 직접 만든 옷이라고 한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뉴욕 소호거리의 단독 공연이다. 놀랍고 멋지다. ​ ​ 편집이 크게 바뀌지 않았고, 읽을 거리도 많다. ​ ​ ​ ​ ​ 2월호, 이정희 선생님 대담에 밑줄을 친다. 글쓰기는 물론 모든 예술에 해당되는 말이다. ​ ​ * 나는 현대무용의 핵심을 '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정신이란 ..

놀자, 책이랑 2023.03.20

축하, ~

비시간성에 의한 그림자 시학 - 권영옥 평론집 ​ 제목만 봐도 어렵다. 공부로 찬찬히 읽어야 한다. 노고에 박수를 보내며. 영옥씨는 내 유일한 대녀다. 신심 깊고 묵묵히 할 일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 내가 부끄럽다. 난 여전히 날라리 대모다. 그래도 견진 대모인 다음씨가 있어서 다행이다. 날개 없는 천사인 다음씨 덕분에 무고하게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으니 얼마나 염치없는지... 그저 고맙다. 시모임 초기 동지 4인이 모였다. ​창밖의 풍경이 근사한, 산수화에서 점심을 먹고 ~ 정신없이 먹느라 사진도 못 찍었다. 사람이 많으면 괜히 서두르게 된다. 애영씨가 밥을 사고, 다음씨는 2만5천냥이나 하는 열무김치를 사줬다. 막무가네로. 이그~~~ ​ ​ ​ ​ 한가로운 우리집에서 타타임. 다음씨가 가져온 ..

서울둘레길 4 ( 3-2)

서울둘레길 네번째 날이다. 토욜 딸네 식구가 남편의 늦은 생일축하를 하러 왔다. 지난 주에는 남편이 친구들과 고창1박 여행을 다녀오는 바람에 생일 모임이 늦어졌다. ​ 아침 9시, 태경 시경은 자고 사위는 잠깐 얼굴보고, 딸에게 잘 차려먹고 가라하고~ 나는 나왔다. 씩씩하게. ​ 이매역에서 합류, 고덕역에서 올림픽역까지 걸었다. 4시 좀 넘어 귀가. 오늘도 성공이다. ​ ​ ​ ​ 스탬프를 찍고 ​ 출발 전 전원 인증샷 ​ ​ ​ ​ ​ ​ ​ ​ 소풍나온 듯, 간식을 든든히 먹고.. ​ ​ ​ ​ ​ ​ ​ ​ ​ ​ ​ ​ 화원을 지나며 걷고~ ​ ​ ​ ​ ​ ​ 올림픽공원에서 줄서서 점심을 먹고 완료 ​ ​

낯선 길에서 2023.03.20

서울둘레길 3 (3-1)

세번째 둘레길 나들이다. 이매역에서 합류해서 세 번을 환승해서 광나루 역에서 출발~ ​ ​ ​ ​ ​ ​ ​ ​ ​ ​ ​ ​ ​ ​ ​ ​ 오늘도 거한 간식을 마련해 온 김 선생님께 감사, 감사~ ​ ​ 야트막한 산을 세 번 오르고 내리고~ ​ ​ ​ ​ ​ ​ ​ ​ ​ ​ 고덕역 근처에서 샤브샤브로 늦은 점심 식사 후 해산~ ​ ​ 몸에게 충성한, 아니 다리를 혹사시켰나? 어쨌건 뿌듯한 하루~~ 모두 고맙다. ​

낯선 길에서 2023.03.07 (4)

핑크핑크 봄기운

2월 마지막날, 윤희가 월차를 내고 왔다. '올가정원'까지 슬렁슬렁 걸었다. 봉골레와 피자 한 판을 둘이 다 먹었다. 오랜만에 과식이다. 난 집에까지 못 담고 중간에 화장실을 들렀다. 다시 옛날 상태로 돌아간 것인지... 몸무게가 대책없이 느니 반가운 일이긴 하다. 윤희는 연신 쑥과 냉이를 발견하고 환호한다. 내 눈에 띄지도 않았는데 앉아서... 자세히 보니 쏭쏭 올라오고 있다. 집에 와서 네플릭스에서 를 다시 봤다. 윤정희를 바라보니 가슴이 시리다. 시를 쓰는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니 왜 내가 부끄러운지... 맞아, 맞아 저런 분위기, 웃기지. 이런 말이 무방비로 나왔다. ​ 덕분에 눈 호사, 입 호사를 하고 11311보를 거뜬히 걷고, 하루 잘 놀았다. ​ ​ ​ ​ ​ ​ ​ ​ 윤희가 가져온 히아..

놀자, 사람이랑 2023.03.05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