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책이랑

여행의 사고 / 윤여일

칠부능선 2024. 7. 1. 21:23

이웃 블로그에서 보고 바로 주문했다.

맥시코와 과테말라는 내가 가 보지 못한 곳이라 궁금했는데 기대했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생각보다 무겁다. 내용도 무게도.

저자가 여행을 생각하도록 이끈 책이라며 레비스트로스의 <슬픈 열대>을 인용하며 시작한다.

"그러고 보면 여행이란 게 이런 건가 보다.

나를 둘러싼 이 황야를 거니는 일이 아니라

내 마음속 황야를 살피는 일이로구나."

오랜만에 <슬픈 열대>를 만나니 반갑다.

여행을 싫어한다는 투털거림으로 시작하던 인류학자의 열대 원주민에 대한 보고는 내 머리를 몇 번 쿵, 쳤다. 그 벽돌책을 두 번은 확실히 읽고, 짬짬이 들썩이며 내 글에서도 여러 번 인용했다.

여행하기 전, 현지의 사정에 대한 정보와 사전 지식이 많은 건 더 깊이 볼 수도 있지만,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이전 역사는 스펙타클했는데 여행중에는 아무 일도 없다. 여행자 혼자 속끓이며 걱정하는 모습이 더 많다. ㅎㅎ

* 정작 적어보고 싶은 것은 내가 원하는 여행이다. 나라 단위가 아니라 마을 단위에서 생활 감각을 체험하는 여행, 자신의 감각과 자기 사회의 논리를 되묻게 만드는 여행, 현지인의 목소리를 듣지만 그것을 함부로 소비하지 않는 여행, 카메라를 사용하되 그 폭력성을 의식하는 여행, 마음의 장소에 다다르는 여행, 물음을 안기는 여행, 길을 잃는 여행, 친구가 생기는 여행, 세계를 평면이 아닌 깊이로 사고하는 여행, 마지막으로 자기로의 여행. (45쪽)

* 사진 찍을 때 마음 자세를 바로 잡게 하는 글이다.

* 식민 도시 안티구아 - 구획화된 도시

* 프리다 칼로와 디에고 리베라가 살았던 파란 집

* 우리는 여행할 때 홀로 다녀도 맨몸으로 다니는 것은 아니다. '나'라는 개체는 이미 기억과 경험 그리고 정보 등으로 구성된 맥락의 덩어리다. 그래서 여행자가 여행지를 찾을 때 그것은 한 장소 위에 한 사람이 있는 것이지만, 동시에 그 장면은 이질적인 맥락들 사이에서 충돌과 교착, 교섭과 소통이 일어나는 하나의 사건이 된다. 하지만 이 갖가지 반응들을 충분한 사색으로 우려내지 못한다면, 여행의 감상은 나라론 아니면 인간론의 어느 한쪽으로 비약하기 일쑤다. 일반론으로 내놓을 자신을 없지만, 내 경우는 그러했다. 이번 여행길에서는 양측의 비약 사이에서사고의 감도를 시험하고 싶었다. 이것은 스승인 중국의 사상가 쑨거에게서 배운 발상이기도 하다. 그녀가 사상사의 영역에서 시도한 것을 여행에 적용해 보고 싶었던 것이다. (344쪽)

초판 3쇄인데 한 쪽이 거꾸로 인쇄되었다. 의도적인 건 아닌 듯하고 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