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 20

나는 내가 어려워 넌 어때 / 진 민

기다리던 진민씨 책이 나왔다. 책 묶으라는 종용을 잊어버린지가 10년도 더 된 듯 하다.자신을 '어리바리 날라리'라고 했지만 절대 어리바리 날라리가 될 수 없는 지나친 모범생이다. 여전히 애인같은 남편과 격하게 예의 바른 외동딸 다린의 모습을 일찌기 봤다. 두 사람의 수줍음 가득한 얼굴에 '착함'이라고 써 있었다. 책에 자주 나오는 말, '사람 변하지 않는다.' 진민은 의리를 중히 여기는 인정많은 사람이다. 그럼에도 사람을 꿰뚫어보는 심안이 있어 기준에 어긋나는 꼴을 잘 알아낸다. 어쩌면 이것도 인간에 대한 애정이 아닐까. ​2006년 등단한 에 '조직적 측면에 애정을 가지고 활동했다'던 게 떠오른다. 멀리서 제일 일찍 와서 책상을 정리하고 차를 타서 선배님들께 나누던 모습이. 가끔 소소한 선물로 마음까..

놀자, 책이랑 2024.12.31

러시아 노벨 문학상 작가 탐구

​​12/28 토욜 아침, 김동숙 샘이 전화를 했다. 토욜 2시에 미루님이랑 만나기로 했기에 슬렁대고 있다가 30분만에 챙기고 나왔다.동숙샘 남편이 한전아트센터에 태워다줬다. 100명 선착순이라고 해서 일찍 가서 자리를 잡아야하는 줄 았았다. 그런데... 우리가 1등이다. 다시 나와 커피를 사들고 들어가 앉았다.​​ 11:00 라승도 - 스탈린의 총아, 미하일 숄로호프의 삶과 문학​소련의 반체제 문학만이 노벨문학상을 타던 시기에 스탈린의 비호 아래 미하일 숄로호프가 노벨문학상을 타게 된 배경과 그의 작품 이 표절 의혹이 있다는 이야기, 지금도 그걸 연구하는 사람이 있단다. 15세에 멈춘 교육과 20대에 그 같은 역사인식을 가질 수 없고, 그처럼 대작을 쓸 수 없다는 견해다. 이 영화로도 나와서 그 장면과..

파자마파티

중딩친구 5인의 1박 연말모임 시작으로 야탑 cgv에서 을 봤다. 친구 아들이 예매를 해줬다. 2001년 홍제동 화제사건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고, 우리가 보는 영화값에 119원이 소방관의 처우를 위해 쓰인다니 의미도 좋다. 불과 20여년 전 풍경이 그리 열악했단 말인가. 2020년에야 소방관이 국가공무원이 되었다니 너무 미안스럽다. 우리, 아니 내가 몰랐던 게 참으로 많다는 걸 또 느꼈다. 소방관들에게 경의를 전한다. 힘든 일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대우받는 나라가 좋은 나라다. ​좋아진 나라에서 후진하는 정치를 보며 깊은 한숨이 나온다. 태극기쪽이었던 순화도 고개를 젖는다.정치이야기는 길게 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은 화를 다스려야 하는 시간이다. ​​친구의 세컨하우스인 화원으로. 엄마 간병하느라 오래 살피..

영화 <이처럼 사소한 것들>

오리cgv 8관에서 을 봤다.8관은 독립영화, 예술영화 전용관이다. 이런 곳이 가까이 있어서 참 좋다. 책을 아직 안 읽은 친구도 단번에 그려진다고 한다. 소설 원작을 잘 살렸다. 영화 장면 이전에 긴 감정 묘사가 킬리언 머피의 표정 하나로 다 전해진다. 어둡고 음습한 날씨도 분위기를 끌고 간다. 그럼에도 구원의 손을 잡는, 아니 내밀며 앞으로 나아간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겉옷을 걸어두고, 검은 손을 솔로 문질러 씻는 가장의 모습이 안에서 들리는 아이들 웃음소리의 배경이다. 치열했음에도 공허했던 마음 한 구석이 내민 손으로 그득해지기를. 위험과 비난을 넘어설 수 있기를. 불과 50년 전까지 있었던 아일랜드의 '막달레나 세탁소'의 진실을 밝힌다. ​​"도움의 손길이 없었다면, 나는 어디에 있었을까?"​19..

『The 수필 2025 빛나는 수필가 60』

일년 동안의 결실이 나왔다. 7년 째다. 분기별로 모여 편집모임을 했다. 나름 고심하고 공정하려고 애썼다.수필잡지를 두루 꼼꼼히 읽고 좋은 작품을 골아서 추천을 해야하는 일이다. 눈이 번쩍 뜨이게 좋은 작품을 만날 기대가 있다. 내 기준에 좋은 작품이 선정권에서 밀려나면 아쉬울 때도 있지만, 어쨌거나 나름 보람있는 일이다.  ------------------------------------------------------------------------------- ​참신한 수필의 미래를 담은 60인 60색의 ‘빛나는 수필들’​2025년 수필문단에서 주목해야 할 빛나는 수필가 60인의 수필 60편을 만날 수 있는 『The 수필 2025 빛나는 수필가 60』이 출간되었다. 『The 수필 2025 빛나는 수..

놀자, 책이랑 2024.12.24

이루다 블렉토 10주년 공연

​성수동을 처음 갔다.요즘 뜨고 있는 곳으로 젊은이들이 많다. 성수역 3번 출구 쪽은 새로운 동네, 2번 출구 쪽은 옛동네다. 공연장은 2번 출구 쪽인데 큰 창고를 멋지게 꾸몄다. 1층에서 공연하고 2, 3층엔 전시를 하고 있다.어제 8시, 오늘 4시 두 번 공연인데 가득 찼다. 수필반 식구 12명이 함께했다. 새롭고 환상적인 시간 속에 푹 빠졌다 김 선생의 카니발로 편하게 다녀왔다. 수내에 와서 저녁 먹고 헤어지고. ​​​​​​​​​​​​너무 이쁜 남자, 노민우와 콜레보 무대가 좋았다. 드럼에 맞춰 한 몸이 된 듯한 춤, 저 폭발하는 열정들... 가슴이 쿵쾅거렸다. 나는 앞으로도 몸을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반납할 것 같다. ​

코긱스들의 연말파티

별난 여행가들의 모임이다. 올해 다녀온 모나코와 조지아, 몽골 여행 기록과 특별한 여행을 한 사람들이 나와서 여행 소개를 했다. 작년보다 인원이 많다. 덕분에 오랜만에 후배와 아들, 친구, 반가운 분들도 만나고 갈때는 지하철, 올때는 버스로 잘 다녀왔다. ​​낮에 광화문은 미친 확성기 소리가 천지를 뒤덮었다. 아마도 이 모임의 최연장자이신 오 선생님이 "나도 늙었지만 저 늙은이들 빨리 죽어야 해"​​아들도 초대받았는데 며늘이 감기 들어서 친구와 왔는데, 이 친구는 엄청 동안이다.뱅기 백 선생도 반가웠고~ 변함없는 임택 대장. ​나랑 갑장 정 선생과 정림, 애영과 갑장 헌준 샘~~ ​​​​​

제 43회 중앙시조대상 / 강정숙 시인 수상

강정숙 시인 제43회 중앙시조대상 수상​​국내 시조 문학상 가운데 최고 권위로 꼽히는 중앙시조대상 제43회 수상작에 강정숙 시인의 ‘저녁의 나무 도마’가 선정됐다. 중앙시조신인상 수상작으로는 정지윤시인의 ‘중력엔 그물이 없다’가 뽑혔다. 등단 무대인 제35회 중앙신춘시조상은 ‘평원을 달린다’를 쓴 김보선 시인에게 돌아갔다.​중앙시조대상은 등단한 지 15년 이상 된 시조 시인 중 시조집을 한 권 이상 펴내고 한 해 5편 이상을 발표한 이가 후보 자격을 갖는다. 중앙시조신인상은 등단 5년 이상 10년 미만이며, 한 해 5편 이상을 발표한 시조 시인이 후보다. 중앙신춘시조상은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매달 열린 중앙시조백일장 입상자들로부터 새 작품을 받아 그 중 최고작을 가리는 연말 장원 성격이다.​올해 시조..

백년의 고독 /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난 주말에 네플릭스에서 8부작을 봤다. 연속~~ 새벽 3시까지.책으로 읽을 때 엉키던 이름이며, 환상을 따라가지 못하던 내 상상력이 너무 쉽게 풍경으로 펼쳐졌다. 차례를 순차적으로 바꿔서 이해도를 높였다. 그런데 뭔가 아쉽다. 마지막 장면에서 이게 아닌데.... 바로 책장에서 오래 전에 읽은 군데군데 접혀진 책을 꺼냈다.영화는 1권의 마지막까지 안 가고 끝을 냈다. 정치적인 메시지만 전한 듯, 뭐. 영화만 두고 본다면 그것도 괜찮다. 모두 읽고 나니, 영화의 다음편이 기대된다. 어려울까? 영화는 19금이지만 2권에는 더 지독한 사랑, 아니 사랑이란 말은 너무 순하게 느껴지는 열정이 난무한다. 파멸로 치달을 수 밖에 없는 과열.  생소했던 라틴아메리카 문학, 콜롬비아 産 마르케스는 1967 을 발표..

놀자, 책이랑 2024.12.17

푸른 들판을 걷다 / 클레어 키건

북스테이를 한, 동네책방 에서 내가 을 고르니까 대표가 추천한 책이다. 요즘 하는 독서모임의 자료라고 한다. ​클레어 키건의 단편소설 일곱 편이 실렸다.현대적인 배경인데도 아일랜드의 정서가 보인다. 지독한 가부장사회의 이기적이고 폭력적인 아버지와 설화를 바탕한 현실 너머를 바라보는 몽환적 풍경이 그려진다. 여기서도 여자들이 현실에 굴복하지 않고 부단히 일어서고, 머물지 않고 떠난다. 이 짧은 소설들도 거슬러 다시 첫장을 어슬렁거리게 된다. 많이 궁글려서 걸러낸 글이다. 비열한 산림관리인이 데려온 개, 리트리버에게서 지혜를 배워야 할 판이다.​에 '강아지는 키운 방식 그대로 개가 된다'는 문장이 나온다. 그 관습을 극복하려는 의지, 아니 그걸 힘으로 작동시키는 의지가 펼쳐진다. ​​* 당신도 맨 처음에는 ..

놀자, 책이랑 2024.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