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필사

개한테 물린 적이 있다 / 유용선

칠부능선 2010. 2. 4. 01:03


개한테 물린 적이 있다

 유용선



내 나이 여섯 살 적에

아버지와 함께 간 그 허름한 식당.

그 옆에 냄새나는 변소,

그 앞에 묶여 있던 양치기,

는 그렇게 묶인 채로 내 엉덩이를 물었다.

괜찮아, 괜찮아, 안 물어.

그 새끼 그 개만도 못한 주인 새끼의

그 말만은 믿지 말아야 했다.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

는 말이 있다. 새빨간 거짓말이다.

나는 번번이 짖는 개에게 물렸다.



사랑을 부르짖는 개.

는 교회에서 나를 물어뜯었다.

정의를 부르짖는 개.

는 내 등 뒤에서 나를 덮쳤다.

예술을 부르짖는 개.

는 백주 대로에서 내 빵을 훔쳐 달아났다.



괜찮다, 괜찮다,

는 개소리는 지금도 내 엉덩이를 노린다.

괜찮아, 괜찮아, 물지 않을 거야.

저 새끼 저 개만도 못한 새끼의

싸늘한 속삭임을 나는 도시 믿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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