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사람이랑 905

[스크랩] 정양 시인의 시노래 - 토막말(이지상 곡노래)-"보고자퍼 죽것다 씨벌"

토막말 정 양 詩 이지상 곡 노래 가을 바닷가에 누가 써놓고 간 말 썰물 진 모래밭에 한줄로 쓴말 대문짝만한 큼직한 글짜엔 시리디 시린 통증이 몸에 감긴다. "정순아 보구자퍼 죽것다 씨벌" "정순아 보구자퍼 죽것다." 하늘더러 읽어달라고 그렇게 크게 썼는가 무슨 막말이 이렇게 대책..

오랜만에

갑자기 들이닥치는 손님, 참 오랜만이다. 몇 년 전까지만해도 그런 일이 자주 있었는데... 미국에서 온 외삼촌를 비롯 어머니 친정 형제들이 왔다. 부랴부랴 점심을 차려드리고.. 언제 또 볼 수 있을까. 삼촌과는 작년인가도 그런 인사를 하고 헤어졌는데, 자주 얼굴 보고 사는 게 사는듯이 사는 것 같다. 특별한 감정이 없어도 그저 무고하다는 것을 내 눈으로 확인하는것, 그리고 안도하는, 이내 떠오르는 내 피붙이들을 생각해본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놀기 바빠 잊고 살았다. 속히 만나러 가야겠다. 내 발로 움직일 수 있을 때. 오랜만에 차분히 앉아 숙제를 하려고 했는데, 오랜만에 밀린 영화를 보려고 했는데, 오랜만에 책 허기도 달래려 했는데, 오랜만에 온전히 한가로운 날이었는데... 이렇게 하루가 갔다...

부끄러운 일

라다크에서는 처녀가 아기를 낳은 일 보다 화를 내는 일을 부끄럽게 여기라고 했다. 오늘 기어이 화를 버럭 냈다. 화를 참고 싶지가 않다. 내가 화가 났다는 사실을 알려야 마땅하다. 그는 내가 화를 낸 원인을 인정하지 않고, 댑사 화를 낸다. 돌이켜 보면 화를 내는 일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화를 내야 알아주는 것도 문제지만, 화를 내는데도 알아주지 않는건 더 큰 문제다. 내 마음 같은 것을 접어두고 외교용 얼굴로 살아내는 건 안하련다. 하기 싫은 건 하지말라는 말은 참으로 이기적인 말이다. 내 입장에서는. 인간이 그렇게 자기 중심이다. 이기적이라고 힐난 했지만 나부터 이기적인지도 모른다. 수위 조절을 못해서 부끄럽기는 하지만 반성은 하지 않으련다. 한 순간, 깨져버리는 것도 좋겠다.

새로운 집

엄마의 거처가 바뀌었다. 운치없기는 해도 깔끔해서 좋다고 마음 먹는다. 지금도 공사중인 저곳 어디쯤 내가 들어갈 곳도 있으니.. 세째 오빠와 큰오빠네 큰조카 내외와 우리 부부가 만나서 엄마의 새집에서 놀았다. 준비해간 막걸리와 포와 떡, 과일을 먹으며... 조카의 사업에 많은 변화가 있었단다. 오래전 사업 시작하면서 몰랐던 세무신고가 파헤쳐저서 곤혹을 치뤘단다. 20일간의 농촌봉사 노역을 하면서 느낀 점들. 예전보다 배포가 커진 느낌이 들었다. 오랫동안 마음에 걸리던 둘째 오빠의 조카들을 만나러 양주에 갔다. 큰조카가 당뇨합평증으로 신장투석을 하고 있다고 해서. 작은 조카 가족도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걱정했던 모습보다는 좋아보여서 다행이다. 함께 늦은 점심을 먹고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왔다. 엄마를 일찍..

기어이, 아니 드디어

병이 났다. 어제부터 숨이 탁 막히면서 허리가 뜨끔거린다. 오늘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고 뜸을 뜨고 왔다. 돌아오니 90세 시고모님이 오시고 계신단다. 버스기사가 전화를 해서 버스 정류장으로 마중을 갔다. 마석에서 버스 두 번 타고 아침에 쑨 도토리묵과 전을 들고서. 침 맞고 눕고 싶었는데. 부랴부랴 점심 해드리고 좀 이야기하고는 바로 가신단다. 아, 씩씩한 고모님, 내리신 버스정류장에 배웅해 드리고 ... 이제 추석이 끝난건가. 아버님의 누님인데 아버님은 살갑지가 않다. 성격이 차갑고 표현에 서툴러서 일까. 할머니가 92세에 아침 드시고 목욕하고 그대로 돌아가신 모습을 떠올린다. 장수집안이다.

추석, 전후

이번 추석은 토요일부터 오늘까지 나흘 동안 치른 셈이다. 토욜에 작은집 조카 며느리된 처자가 인사하러 왔다. '큰어머니' 상냥하게 부르는 소리에 움찔, 했다. 28살 판사다. 170이 넘는 키에 웃는 얼굴에 순진모드다. 조카랑 6살 차이. 둘다 인물까지 출중하다. 구김없는 모습이 이쁘고 환하다. 일욜에는 숙부, 숙모님이 다녀가셨다. 땀 삘삘 흘리며 점심 차려드렸다. 아들, 며느리는 오후에 와서 아들은 저녁 약속 나가고 며느리와 송편과 전을 조금 만들고. 추석날, 모두 다녀갔다. 동서네, 큰댁, 딸네 식구, 조카들... 오늘 남편과 아들과 함께 친정에 다녀오는 것으로 추석이 끝났다. 올 추석엔 남편이 더 밉상이었다. 부엌에서 계속 불질을 하니 덥다며 혼자 방에서 에어컨 틀고 있다. 확실히 남의 편이다. 밖..

완성, 집으로

여행의 완성은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집이 있기에 끊임없이 일탈을 꿈꾸는 것인지도 모른다. 들어오니 점심을 들고 계신다. 그 자리에 함께 앉아 밥을 먹고, 설겆이를 하고... 6시간 시차 적응, 같은 사치는 못 부리고 바로 일상 복귀다. 빨래하고 저녁 준비하고... 밀린 원고 보내고. 딸이 주말에 다녀가고, 동서가 와서 어머니 목욕시켜드리고, 며느리, 조카들이 차례로 다녀가고... 어머닌 더 좋았단다. 내가 혼자 하던 일을 여럿이 하니까. 건강할 때 부지런히 다니라고... 이런 후한 말씀을 다 하시다니..... 참, 그래, 내가 없어서 안될 일은 하나도 없다. 내 여행에 맞춰 친구들과 강릉, 울릉도 독도를 떠난 남편, 이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고 큰소리 치는 그나. 내게 모든 걸 의지하는 듯한 어머니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