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사람이랑 905

그대, 잘가라

부치지 않은 편지 김광석 | Collection: My Way 1964~1996 풀잎은 쓰러져도 하늘을 보고 꽃피기는 쉬워도 아름답긴 어려워라 시대의 새벽길 홀로 걷다가 사랑과 죽음이 자유를 만나 언강 바람속으로 무덤도 없이 세찬 눈보라속으로 노래도 없이 꽃잎처럼 흘러 흘러 그대 잘가라 그대 눈물 이제 곧 강물되리니 그대 사랑 이제 곧 노래되리니 산을 입에 물고 나는 눈물의 작은 새여 뒤돌아 보지 말고 그대 잘가라 시대의 새벽길 홀로 걷다가 사랑과 죽음이 자유를 만나 언강 바람속으로 무덤도 없이 세찬 눈보라 * 먼길님 불로그에서 노래를 듣다가 가사를 찾았다. 지금 절절하게 박힌다. 노래가 위로가 되네, 목이 메인다. 그대에게 바친다.

미안하다, 꽃들아

"세월호 추모시 한편 얼른 써 주세요." 급한 부탁에 가슴에 있던 말이라 줄줄이 쓰긴 했다. 밤에 야탑역 광장에 나가보니 제법 쌀랑한데도 많은 사람들이 촛불을 들고 앉아있다. 마련된 분향소에 헌화도 하고, 낭송하는 것을 보고 왔다. 중간 중간 노래도 하고, 갸륵한 추모의 마음들이다. 정치는 3류라도 시민정신은 1류다. 미안하다, 꽃들아 노정숙 환한 봄날, 생명이 피어나는 4월 꽃 중에 꽃, 귀하고 어린 꽃 바다에서 꺾였네 눈물샘 한없이 열리고 발을 구르며 가슴을 쳐봐도 꽃들, 한 송이 건지지 못하고 바다에 잠들었다 그러고도 우리는 숨을 쉰다 밥을 먹고 술을 마시며, 하늘도 본다 울분만으로 어쩌지 못하는 건 이 땅에 두발 디딘 산 자의 비애 미안하다 미안하다 꽃들아, 지순한 꽃들아, 죄 없어 크나큰 제물이..

작은 꽃

너무 마음이 아파서, 자꾸 가라앉아 일이 손에 잡히질 않네요. 사람을 만나서 반가워 웃는 것도, 꽃을 보며 감탄하는 것마저도 죄스러워지는 요즘입니다. 부러 딴청을 부려 봅니다. 이렇게 작은 꽃들에게 눈길이 갑니다. 작은 것들이 모여서 이쁜, 자꾸자꾸 보면 볼수록 마음이 편안해지는, 좋은 사람도 그렇지요. 좋은 것을 다시 볼 수 없는 사람들을 생각하니 참담해집니다. 이 슬픔과 분노가 헛되지 않고 힘이 되기를.

미안하다

죄없는 전국민을 죄인으로 만드는 시간이다. 기적을 바라는 마음으로 애타게 기도에 매달리다, 답답한 뉴스를 보면서 분통이 터지는... 요즘이다. 어제 행사를 '남산 걷기'로 한것이 다행이다. 예전처럼 우리가 시낭송하고 노래하는 행사를 잡아두었다면... 난감했을 것이다. 늘 가던 노래방도 안 가고, 우리는 서로의 안부를 묻고 속내를 털어놓으면서도 마음 속으로는 기적을 바라며 뉴스를 힐끔거렸다. 어제도 끝내 우리를 실망시켰다. . . 미안하다. 미안하다. 이 부질없는 눈물이 무슨 도움이 되겠니. 미안하다. 한없이 가라앉는 이 마음,

청춘 사진관

뒤늦게 를 봤다. 예고편 봤을 때 전혀 당기지 않았는데 입소문으로 찾았는데, 한참 웃었다. 그리고 살짝 울기도 하고. 50년 젊은 시절로 돌아가게 해주는 '청춘 사진관' 20대로 되돌려준다면 절대 사양이라고 했는데 10살로 돌아간다면 생각해 볼 문제다. 10살이라면 처음부터, 정말 차근하게 시작해볼만도 하다. 그러나 그게 함정이다. 모든 인성과 가능성은 6세 이전에 결정된다고 하지 않았는가. 외출하기 전의 황당한 사건으로 인해 오늘 종일 금식을 했다. 나름의 침묵 시위다. 알아주거나 말거나 나는 내 상식과 도리에 맞게 살아왔다. 그런데 치명타를 입었다. 어른들로 인해서.... 말하기도 싫다. 물론 보기는 더욱 싫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이제는 내가 갑이라는데... 그래서 더 슬프다. 젊어지는 게 좋은게 ..

큰일 하다

드디어 아버님 어머니를 모시고 가서 보청기를 맞췄다. 남편 친구들이 남편보고 말도 많아지고 목소리가 커졌다고 한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다. 아버님 어머니가 잘 안들리니 같은 말을 대여섯번 해야 소통이 된다. 목소리도 크게 해야 하고. 그런데도 보청기는 싫다신다. 잘 못들으면 소통이 안되고, 그러면 우울증이 올수 있고, 치매도 빨리 온다고 한다며 호들갑을 좀 떨었다. 보청기 집에서 놀라운 일, 두 분 다 겉으로 절대 보이는 건 싫으시단다. 완전 작게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아, 미적인 것이 문제였구나. 요즘 감쪽같이 안보이게 한다니까 수락을 하신다. 아~~~ 참, 그렇구나. 하긴 지팡이도 거부하시는데. 두세 시간 걸려서 큰일을 치뤘다. 몇 번을 더 행차를 해야 한단다. 돌아와서 모셔 놓고, 혈압약을 타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