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사람이랑 904

기어이 병이 들다

가끔 뜨끔뜨끔 했다. 어제는 기어이 한의원에 가서 누워 한시간을 보냈다. 깊은 숨을 쉴 수 없이 허리가 쑤셔왔다. 침을 맞고, 뜸을 뜨고, 찜질을 하고 나오니 한결 가볍다. 몇 번을 더 오라는 말씀. 혈액순환이 안좋고, 근육이 뭉쳐있단다. 내일은 시누이 생일이다. 캐나다에서 왔으니 내 몫이다. 좀 있으면 숙부님이 오신단다. 에고... 얼른 일어나야 한다. 남편은 자기 동생한테 일 년 쉬고 가란다. 그 말을 받아서 나는... 언젠가 한 달이라도 쉬겠다고 포고를 했다. 양심적으로다가.

긴 연휴

이번 추석은 제대로 놀 만하게 길었다. 전전날 며느리가 장을 봐오겠다고 해서 집에 있는 것들만 장만하고 있었다. 추석 전날, 아침 일찍 아들 며느리가 와서 몇 년 만에 송편을 빗었다. 콩과 깨를 넣고. 점심식사 전에 송편을 마치고. 점심 식사후에 전을 부치고.. 내가 장을 봤으면 왕창 했을텐데, 쪼금 장을 봐 오는 바람에 일이 쉽게 끝났다. 이른 저녁을 먹고 넷이서 맥주와 매실주를 마시고... 남편은 자러 들어가고 '꼭 봐야한다'는 영화 한 편을 보고 나니 12시가 넘었다. 세가지 이야기가 뒤섞여 산만하더니 중반부 넘어가며 가닥이 잡히고 끝에는 모두 하나로 집약되는데.. 에고 제목이 생각 안 나니.. 이걸 우짜나. 추석날 아침엔 작은집, 점심엔 시누이네 조카딸이 다녀가고, 저녁에 친정에 갔다. 큰오빠가 ..

옥잠화와 지젤

류시원에서 밤에 바라보는 옥잠화가 '지젤'의 군무 같다며 구경오라고 하신다. 이른 저녁 준비를 해놓고 냉큼 달려갔다. 쥔장께선 벌써 차려놓고 있다. 오늘은 지난번 시모상을 치른 ㄱ님 위로도 겸해 셋이 모였다. 무리지어 핀 옥잠화가 한풀 꺾였다. 모기의 극성때문에 부를수가 없었다고 한다. 이제 일주일 정도면 모두 스러진다고 한다. 밤에 핀 옥비녀꽃들이 환상적이라며 꿈꾸는 소녀처럼 좋아라 하는 반백의 선생님 모습이 내 눈에는 젤로 이쁘다. 태평농법으로 거미줄도 그대로 둔다. 그림그리는 친구에게 본 풍월로 스프레이로 물을 뿌린후 찍어봤다. ㅋㅋ 좀 더 이슬이 맺혀야 하는데... 어두워지기 전에 밥을 먹고 오자며 미리 답사한 식당에 갔다. 줄줄이 나오는 한정식은 요즘 식상했는데 이 집은 운치 있다. 빈대떡 접시..

밤운동

쪽달이 조신하다. 채우는 중인지 비우는 중인지 지금 그대로 날렵한 모양이 좋다. 음악소리가 소란해서 기웃거렸다. 처음부터 모여서 시작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지나던 사람들이 하나둘 섞인다. 양복을 입은 아자씨는 양복저고리를 네트에 벗어두고 하얀셔츠 차림으로 뛴다. 내 차림을 내려보니 가관이다. 헐렁한 원피스에 슬리퍼 차림이다. 저녁 설거지를 마치고 그대로 걸어나온 폼이다. 오늘은 운동화도 챙겨신지를 않았네. 탄천의 걷는 길은 맨발이 젤로 좋다. 위생을 생각해서 덧신 정도 신으면... 언젠가 외출후 걸어오다가 발이 아파서 맨발로 걸어보니 아주 기분이 좋았다. 살짝 취기도 있었고... 그 후 일부러 맨발로 걷게 되지가 않는다. 몸을 많이 움직이는 운동을 하면 좋겠다. 저 무리에 뒷편에 서서 펼펄 뛰어도 괜찮을 ..

저녁 산책

자주 걷는다고 자랑질 한 게 한참되었다. 수욜마다 걷고 지하철 타고 그러던 것이... 너무 뜨겁다고 쪼르르 또 차를 끌고 다닌다. 저녁 차려드리고 탄천에 나갔다. 요즘은 열대지방 스콜처럼 소나기가 자주 온다. 낮에 우르르쾅쾅하는 천둥 번개까지 치면서 제대로 왔는데. 또 먹구름이 몰려온다. 낮에 온 소나기에 하늘이 마실 왔다. 만나교회쯤에서 동지와 접선. 약속에 없던 오샘도 만나고. 다리 아래서 비가 멈추길 기다렸으나 솔솔 내리는 폼이 쉬이 그치지 않겠다. 제법 머리를 적시게 오는 빗줄기를 그대로 맞았다. 요즘 무거워진 몸을 생각해서 나온 걸음인데... 겨우 한 시간 정도 걷고는 깔끔하고 이쁜 집에서 거하게 한잔을 했다. 생맥주 두 잔씩에 요 다음 안주는 핏자 한 판을 둘이 다 먹었다, 내 참... 이야기..

가볍게 가볍게

두 군데 원고를 포기하고 나니 마음이 가볍다. 되지도 않는 글을 발표하는 건 내게도 그 잡지에도 좋은 일이 아니다. 머리 무겁던 일을 간단히 해결한 셈이다. 나도 원고청탁을 하는 입장이기에 가능하면 수락하려고 마음을 먹었는데, 요즘은 차분히 책상에 앉는 시간이 적으니 제대로 된 글이 나올 수 없다. 소설은 발로 써야 하고, 시는 영감으로 쓴다면 수필은 그 모든 것을 포함하고도 엉덩이로 쓴다. 견문과 지식을 쌓는 일은 어렵지 않으나 문학적으로 재구성하는 일은 엉덩이를 오래 붙이고 앉아 있어야 한다. 운문사의 처진소나무를 생각한다. 소나무는 소나무지만 넘들과 확실히 다른 특성, 자기만의 향취가 있는 글, 다산이 문제가 아니다. 사양이나 거절도 좋은 기술이다. 수령 5백년의 저 처진소나무처럼 아래로 아래로 땅..

7월

청포도의 낭만을 새길 여유조차 없는 7월이다. 첫 주부터 전국모임의 행사가 있었고, 별로 하는 일 없지만 없으면 안되는 눈썹 눈썹으로 살기 멍하니 바라다 보기 '눈썹으로 살기' 시 어떤 길거리에서 나를 부르더군. 여름 양평대첩 1박 동국대 경주캠퍼스에서 200여 명이 모인 본 행사 주말 마다 집을 비우는 일이 늘어서 있다. 가벼운 모임에 무거운 모임까지. 가벼운 모임은 자발적인 즐거움으로 행해지는 것이지만 무거운 모임은 의무사항이다. 이것도 여행이라는 것, 집을 떠나 숲 속의 휴양림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것으로 즐겁게 여기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무리였다. 우선 살인적인 더위가 가장 큰 방해요인이다. 땡볕 아래서 머리가 회전하길 거부한다. 다음주 2박 통영 모임이 남았다. 어제 마음같아서는 앞으로 여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