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사람이랑 904

꽃비, 걱정없다

봄비가 조신하게 내린다. 꽃비가 내린다. 아까운 벚꽃이 떨어지지만, 벚꽃은 바람에 휘날릴 때가 절정이다. 이른 꽃 잎 진 자리에 벌써 연둣빛 잎이 돗은 것도 있다. 어디서건 부지런한 놈들은 앞장 서 간다. 춥지도 덥지도 앟은 봄날, 나른한 졸음을 물리치고 탄천을 걸었다. 한달 작정한 생명공학에 운동하러 갔다. 하루 30분, 주 3회 이상 걷기.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닌데, 무슨 큰 일을 하는 듯, 요즘 걷는 게 온통 자랑거리다. 걷다가 신 선생님 아들 내외를 만났다. 며느리가 장갑을 벗으며 반가이 손을 잡는다. 늘 마음에 있었다며. 아프다던 아드님도 괜찮아졌단다. 탄천을 열심히 걷던 신 선생님 생각이 난다. 그러게 사람의 명은 이미 정해져 있는 듯도 하다. 그렇게 건강관리 잘 하던 선생님이 그렇게 아쉽게 ..

만남

벚꽃이 벌써 지고 있다. 벤쿠버에서 은소씨가 왔다. 참한 모습 그대로다. 권, 김, 한 합류, 다섯이서 저녁을 먹고, 한잔하고... 그런데 저녁값을 손님이 계산을 했다. 사는 이야기는 어느곳이나 비슷하다. 시와 수필을 함께 하는 든든한 후배다. 아, 실수... 자리부터 문쪽으로 잘 챙겨 앉았어야 했는데... 재작년 내가 벤쿠버에 간다고 전화하니까 자기 집에 와서 자라고 하면서... 갔을 때는 밤에 얼마를 달려서 호텔로 찾아오지 않았던가. 밥을 사주러 한 번 더 만나야겠다. 요즘 얼굴이 완전 호빵맨이다. 며칠 그러다 마는데 이번엔 오래 간다. 아직 자가 원인을 찾지 못했다. 병원에 가서 검사하는 것 보다, 열심히 걷고 운동을 하라는 신호로 받아들인다.

진달래꽃

3인방 부부모임이다. 원미산에 갔다. 진달래 축제라나. 오래 전에 읽은 이 생각난다. 양귀자 씨는 무얼하고 있을까. 숨 가쁘지 않을 만큼 걷고, 수줍은 새악씨 엿보는 듯 살짝 흔들거리고. 이건 뭐야. 개를 묶어놓은 사람은 누구일까. 왜 입에 그물까지 채우고... 목 줄도 너무 짧다. 여리여리한 봄빛 진달래 속에서 포근해진 마음에 얼룩이 졌다. 미안하다 흰둥아. 너의 조국은 어디니. 남자들이 당구를 치는 사이 여자들은 영화를 본다. 오늘도 영화 보기전에 아들한테 조언을 구했는데.... 요즘은 권할 만한 영화가 없단다. 그래도 의무적(?)으로 본 영화 - 망각, 의식하지 못하는 상태라는 뜻이다. 2077년이 배경인 SF 영화다. 정신없이 두 시간이 지나갔다. 쭈꾸미에 한잔도 하고... 맛있어서 포장까지 해 ..

살림하는 날

누가 들으면 웃겠지만, 매주 목요일은 살림하는 날이다. 또 퇴짜를 맞았다.내가 고른 통통하고 길죽한 열무와 다발배추가 내려지고 흰띠를 두른 일산열무라는 것으로 바뀌어졌다.5백 원씩 더 비싼 것이란다. 언젠가 열무는 콩밭 열무가 맛있다더니, 빗어놓은 머리채 같이 고무줄로 챙챙 묶은 단정한 달래도 휙 던져지고, 산발한 머리 같이 헝클어진 달래 다발이 담긴다.달래는 하우스 것이 아닌 노지것이 그래도 낫다나. 오늘은 돌미나리가 맛나다며 얼굴 한 번 쳐다보더니 쓱 담는다. 매주 목요일 마다 서는 동네장에서 내가 고른 채소가 계산을 하기 전에 번번이 퇴짜를 맞는다.내가 골라오는 것을 팅팅 퇴짜를 놓고 장사 맘대로 다른 것으로 넣는다. 처음엔 조심스럽게 긴 설명을 하더니 요즘은 간단하게 일을 끝낸다. 난 아무말 없이..

정호경 선생님

4시 넘어 최 샘이 전화를 했다. 여수에서 오신 정호경 선생님과 저녁을 먹기로 했다며 함께 하잖다. 마침 아무일 없는 날이라 부랴부랴 저녁을 차려드리고 나갔다. 롯데 앞에 가니 두 분이 나와계신다. 율동입구 고가에서 저녁을 먹는데,,, 참 적게 드신다. 정호경 선생님은 83세, 젊어선 광화문의 대성학원 국어선생님이셨단다. 수필은 아니 문학은 재미있어야 한다. 쉽고 재미있게 써서 감동을 주어야 한다. 옛날이야기, 공자 맹자, 구태의연한 한 수필을 보면 살기가 싫어지신단다. 이 열정,위트, ㅋㅋ 잠시 고개가 숙여진다. 회장하는 건 안 남아도 좋은 수필은 남는다. 회장하느라 글 못쓰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좋은 수필을 남겨야 한다. 인용문, 현학적, 이런걸로는 수필 안된다. 너무 착하게 쓰는 것도 식상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