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사람이랑 905

졸지에 원망을 듣다

어린이 집 방학이라고 딸이 태경이 시경이를 데리고 와서 이번 주를 있다가 갔다. 나는 수요일, 목요일, 토요일 일이 있어 나가고. 추워서 아기들은 놀이터나 탄천에도 못 나가고... 말맛이 좋은 최승호 시인이 쓴 동시를 읽어주니 '시시'하단다. 녀석들도 벌써 시가 시시한 놀음이라는 걸 알아차리니 애고~~ 슬프다. 시야. 아기들은 컴에다 만화영화로 묶어두고. 티비에서 백두대간을 페러글라이딩으로 종주하는 세 사람을 봤다. 딸이 갑자기 하는 말, 엄마는 저렇게 위험한 것을 나한테 왜 허락했어. 뭔 소리야, 내가 하라고 했나. 지가 하겠다고 해서 허락을 한 것이지. 딸은 제가 딸을 낳았으면 공주처럼 곱게 키울 것이라나. 저런 험한 운동 안 시키고. 내 참. 너도 공주처럼 키웠지. 아니 날 험하게 키웠잖아. 그건 ..

안타까움,

오늘 합평 가는 날인데, 몸이 무겁다. 내일부터 새까만 스케줄을 펑크내지 않으려면 몸을 좀 아껴야 한다. 못 간다고 문자를 보냈다. 딱 그 타임에 어머니께서 안과를 가자고 하신다. 학교를 가려고 나서는 길이었다면 또 짜증이 나지 않았을까. 아, 오늘은 게으름 피울 날이 아닌가 보다. 그래도 순서가 제대로 되어서 마음이 느긋하다. 안과에서 2시간 가까이 정밀검사를 했는데 늘 하던 처방이 내려졌다. 백내장이 좀 더 진행은 되었지만 워낙 망막과 시신경이 나쁜 상태라서 수술을 권하지 못하겠단다. 수술 후 더 나빠질 수도 있단다. 카메라 렌즈에 이상은 깎아내고 깨끗히 하면 되는데, 어머니의 경우는 필름에 이상이 있는 것이라 회복 불가능이란다. 요즘 의사들은 참 친절하게 비유까지 들며가며 설명을 한다. 이제 반찬을..

송년의 밤

어제 한국산문 송년의 밤에 다녀왔다. 오랜만에 학교팀들과 여행팀을 반갑게 만나고, 1부 시상식과 2부 각 반별 장기자랑이 있었는데, 많이 웃었다. 이 모임 송년회때 마다 윤교수님 대동하는 바람에 1부만 끝나고 일어섰었다. 어제는 교수님이 못 가시고 우리 둘이 달랑 가는 바람에 공연 끝까지 보고 왔다. 우리도 중간쯤 일어나려고 했는데... 어찌나 재밌는지. 비오는 밤길 운전해 준 후배한테 감사 ^^* 테이블 네임텍 위에 명단을 붙이는 것도 좋은 방법인 듯. 넘의 행사에서 배울 점이 무엇인가 늘 두리번~~ 이거이 직업병? 존경하는 맹난자 선생님과 같은 테이블에 앉아서 건배도 하고. 반가운 최 샘도 만나고. 백남준의 유치원 친구인 이경희 선생님, 32년생이다. "아직도 글쓰세요?" 주위에서 이렇게 물으면 "아..

그 분의 뜻은

알수가 없다. 왜, 그녀에게 그런 시련을 주시는지. 내가 아는 그녀는 정말 보시게 좋게 사는 사람이다. 결핵균이 척추에 들어가서 신경을 건드려 하반신 마비가 되어 2년 6개월 동안 병원에 있다. 희귀병으로 원인도 모르고 치료방법도 없단다. 음성적으로 줄기세포 주사에 희망을 걸기도 하지만 합법적인 일이 아니라서 문제가 있단다. 진통제와 재활치료에 기대고 있다. 해맑은 얼굴은 여전하다. 몸은 좀 불었다. 간간이 눈물을 흘리며 그동안의 이야기를 하고, 우리는 들었다. 참으로 어이없는 처사시다. 무슨 뜻이 있을까. 그녀를 통해 기적을 보여주시려 하심인가. 하루에 광주광역시를 다녀 왔다. 심야버스를 처음 탔다. 밤을 밤답지 못하게 하는 불빛 아래, 세상이 너무 춥다.

그 꽃

오래 전 우즈베키스탄, 고려인집의 뒷마당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던 꽃이다. 이름도 모르는 이 꽃이 무리지어 있는 모습이 어찌나 이쁘던지. 꽃씨를 얻어왔었다. 그때 작업실 마당에 심었는데... 비실비실 손뼘 만큼 자라다가 스러졌다. 지난 여름, 아파트 옆 라인 화단에 건강하게 피어 있다. 반가워서 휴대폰에 찍어두고 가끔씩 꺼내보았다. 이 꽃, 꽃답지 않은 이 꽃, 이름을 찾았으나 아직 찾지 못했다. 아파트 화단에서 이렇게 잘 자라는 걸 보니 기후가 맞는 것이다. 그때 작업실 마당은 돌무더기에 거름이 전혀 없었다는 게 떠오른다. 안심이다. 내년에도 또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니. 그 여름, 우즈벡에서 시작한 나의 큰 변화. 샘물이며 갈증인, 충격. 그로 인해 나는 커지고 단단해지고 또 기뻐하고 슬퍼지기도 하고 가..